'박진만의 신기'가 16개월 여만에 다시 연출됐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한국대표팀 유격수로 출전한 박진만(30. 삼성)은 지난 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1라운드 개막전에서 9회말 2사 후 주자 1, 3루에서 왼손 대타 장즈하오의 2루 베이스 위로 빠지는 중전 안타성 강한 땅볼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2루수 김종국에게 침착하고 절묘하게 토스, 1루 주자를 포스아웃시켜 한국이 2-0으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이날 마무리 투수로 나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박찬호는 경기 후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특히 마지막 순간 박진만이 기막힌 호수비를 해주는 바람에 우리가 승리했다”고 기뻐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박진만의 호수비가 우리를 살렸다”며 박진만의 명수비를 칭찬했고 2루타를 두 개 날린 주장 이종범을 비롯 구대성 이병규 등 선후배 동료들 모두가 박진만의 등을 두들기며 멋진 플레이를 축하했다.
완벽하게 7회와 8회를 호투하던 박찬호가 9회 들어 우측 펜스에 직접 맞는 2루타와 내야안타로 내준 2사 1, 3루 때 핀치히터 장즈하오에게 날카로운 타구를 맞자 한국팬들은“아차!”하며 또 안타를 내주는 줄 알았으나 박진만이 몸을 날려 막아내자 절로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만일 타구가 빠졌다면 1점을 내줘 2-1로 쫓기고 주자 1, 2루나 1, 3루 상황으로 이어져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박진만은 이날 타석에서는 5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밀어치기로 우전안타를 뽑아 진루한 후 후속 보내기번트와 이종범의 적시 2루타로 한국이 승리를 확신하는 2점째 득점을 얻어내기도 했다.
박진만은 2004년 10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기막힌 플레이로 팬들이나 야구인들의 머리에 깊은 인상을 남겨 놓았다.
당시 현대 소속이었던 박진만은 삼성과 대결에서 7회말 수비 때 다이빙 캐치로 실점을 막아내 승부를 무득점 무승부로 이끌어 양팀 전적을 1승2무1패로 팽팽하게 만들고 삼성의 선발 배영수로 하여금 사상 유례없는 승리없는 10회 노히트노런이란 기록을 남기게 만들었다.
7회말 2사 1, 2루에서 김한수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2루 베이스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넘어지며 잡아 역동작으로 2루수에게 송구, 1루주자를 포스아웃시켰다.
이 장면을 목격한 삼성의 명 유격수 출신 유중일 코치는 “신기를 보는 것 같았다. 공을 따라가 잡은 것도 예술이었지만 송구가 기가 막혔다”며 혀를 내둘렀다.
당시 4차전 승리와 배영수의 대기록을 함께 놓친 삼성은 이 경기 패배가 불씨가 돼 한국시리즈를 9차전까지 끌고 갔고 결국은 현대가 4승3무2패로 패권을 잡았다.
삼성은 이해 한국시리즈 분패 후 자유계약선수가 된 박진만을 4년간 39억 원의 거액을 지불키로 하고 데려와 유격수 자리를 안정시킨 다음 지난해 챔피언에 올랐다.
인천고를 나와 1996년부터 현대에 입단해 프로 11년째인 박진만은 이날 최고의 수비로 김재박-유중일-이종범을 잇는 한국 최고의 유격수로 다시 한 번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본사 편집인 chunip@osen.co.kr
지난 3일 대만전을 멋진 수비로 마무리하고 환호하는 박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