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 인사이더]상을 빛내주는 아름다운 사람, 유재석
OSEN 기자
발행 2006.03.08 08: 52

사례1 : 2004년 제4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행사 관계자들은 짜증이 나 있었다. 주요 부문도 아니고 기타 분야 상 후보자들 중 일부가 ‘상을 안 주면 시상식에 참가 안 하겠다’고 버티는 통에 자리에 앉혀 놓느라 애를 먹었기 때문. 가까스로 정리는 했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수상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자리를 박차고 나갈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한 해를 대표하는 MC-개그맨을 가리는 TV 예능상 부문 시상 차례. 후보 유재석과 김제동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유재석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정상의 MC로 손꼽혔지만 큰 상은 아직 수상 못한 처지. 김제동은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였다. 상은 의외로 김제동 차지였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김제동에게 유재석이 꽃다발을 들고 무대까지 올라와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다른 스타였다면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수도 있었다.
사례2 : 방송사 대기실 옆 흡연실. 유재석이 담배를 피고 있다. 그냥 보기에도 네댓살은 어린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다. 유재석은 담배를 얼른 재떨이에 비벼 끈 후 자세를 바로 잡고 상냥하게 말을 받는다. 말을 건 사람은 유재석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평범한 연예계 관계자였다.
사례3 : “얘기 즐거웠습니다. 언제 술이나 한 잔 하시죠”. "좋죠”. 스타들과 자주 하게 되는 대화지만 실제로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냥 인사인 것이다. 이런 대답을 하는 스타 중에 술을 못 먹는 사람도 꽤 있다.
“술 한 잔 했으면 좋겠네요”. “어, 제가 술을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식사를 하시는 게 어떨까요. 제가 스케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문자를 보내주시면 연락을 드릴 테니 약속을 잡아서 한 번 보시죠”. 유재석은 이렇게 답한다.
상은 그 수상자를 빛내준다. 그런데 그 상을 받는 사람이 역으로 상을 빛나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 상은 실력과 그 성과에 대해 수여되는 것이지만 수상자가 인격적으로도 훌륭할 경우 상의 가치까지 높아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재석이 그러하다.
유재석이 지난 1일 제18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TV 진행자상을 수상했다. 잔잔한 상은 그 이전에도 꽤 수상했지만 ‘대상’에 해당하는 상은 작년 연말 KBS 방송대상 이후 두 번째다. 유재석은 2002년부터 신동엽 강호동 김용만과 함께 ‘4대 빅 MC’로 자리매김했지만 상복은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방송 3사 모두에서 주력 예능프로그램의 MC를 독차지하며 사실상 최고의 MC로 올라섰고 이제는 행여 상을 주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가 없는 위치에 우뚝 서 있다.
유재석은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서 ‘TV에서의 좋은 이미지와 실제가 같은 몇 안 되는 연예인’으로 꼽힌다. 순수하고 참한 이미지의 연예인들이 실 생활에서는 적당히 때묻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 연예계에서 남다른 인물인 것이다.
유재석의 개그 스타일은 독특하다. 대개의 개그맨과 달리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스스로 망가지는 수비형이다. 실제 성격과도 비슷하다. 이런 개그는 공격형을 구사하는 다른 개그맨에게 눌리기 쉽다. 하지만 유재석은 내공이 남다르다. 강호동 김용만 혹은 탁재훈과 같은 공격형 입담의 강자들과 함께 진행을 할 때 절대 밀리지 않는다.
마치 중국 무협사에 등장하는 전설의 수비 고수 같다. 평생 수비 기술만 연마해 승리해 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어떤 다른 고수도 노인인 그를 이기지 못했다는 스토리를 떠오르게 만든다. 유재석의 고수 수비 개그는 편안하고 친근하고 울림이 오래 간다. 그가 노인이 됐을 때까지도 사랑을 받을 것 같다.
글을 객관적으로 쓰기 위해 집필에 앞서 다시 한번 연예 관계자들에게 유재석에 대해 물었다. “혹시 유재석에 대해 안 좋은 소리 들은 것 없어?”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정말 굳이 찾자면 ‘짠돌이’ 정도?”
유재석에게는 ‘짠돌이’도 칭찬이라 생각된다. 남들 보다 긴 무명 시절을 거치면서도 알뜰히 돈을 모아 아버지의 사업 빚을 갚은 그다. 요즘 최고의 몸값으로 큰 돈을 번다고 해서 ‘돈 잘 쓴다’는 소리가 나온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닐 듯 하다. 뭐든 좋게 바라보게 되는 유재석. 그의 좋은 품성, 따뜻한 개그가 계속 빛을 발하길 바라고 믿는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