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 인사이더] '기쁨주고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음반
OSEN 기자
발행 2006.03.24 09: 46

한 때 팝송 마니아들 사이에서 자신의 음악 지식 내공을 과시하기 위해 종종 던지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Dark Side Of The Moon'이 현재 몇 주째 빌보드 차트에 머물고 있지?'.
이 음반은 741주간, 그러니까 16년 넘게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명반으로 평가 받지만 대중적인 음악은 아닌 이 음반이 꾸준히 사랑까지 받는 팝음악 시장. 그 내공이 부러운, 참으로 이상적인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Dark Side Of The Moon'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한국에서는 1년짜리 스테디셀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팔리는 음반 대다수가 한달, 길어야 2, 3달 내에 몽땅 팔리고는 차트에서 사라져버리는 한국 현실에서 1년 이상 꾸준히 팔리는 음반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스테디셀러는 ‘(기획사에) 기쁨 주고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음반이다. 우선 구매자 입장에서 보면 수록곡 전체가, 음반의 전반적인 질이 만족스러워야 오래 팔릴 수 있기 때문에 스테디셀러는 음반 구입에 있어 망설임의 시간을 절약해준다.
생산자인 가요기획사는 스테디셀러 한 장 갖고 있으면 등이 따스하다. 물론 짧은 기간에 많이 팔린 ‘대박’ 앨범으로 큰 돈을 벌면 더욱 좋겠지만 이런 성공은 단순한 음악의 질 외에도 자금력 홍보력 등 여러 음반 성공의 부대 조건들을 갖춘 대형기획사가 아니고는 좀처럼 이루기 힘들다.
성공을 꿈꾸는 중소기획사의 경우 스테디셀러는 대박 음반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 흔히 "음반기획,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은 운영비에 치어 죽는다"고들 업계에서는 얘기한다. 수입은 간간이 생기는데 직원 임금, 사무실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은 꼬박꼬박 들어가 운영비 대기도 숨이 차는 경우가 많다.
스테디셀러 음반은 이런 운영비 부담을 줄여준다. 50위까지 집계하는 한국음악산업협회나 100위까지 산정하는 한터차트 월간 음반 판매 순위에 1년 넘게 머물려면 매월 최소 1000장에서 2000장 정도 음반이 판매돼야 한다.
여러 변수는 있지만 1000장일 경우 기획사에 300~400만 원, 2000장은 700~800만 원 정도가 매달 꼬박꼬박 들어온다고 볼 수 있다. 사무실 임대료를 낼 수도 있고 직원 몇 명 월급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수입이다.
음반시장이 어려워진 2002년 이후 스테디셀러 음반 중 가장 주목할만한 세 작품이 있으니 바로 빅마마의 데뷔앨범 'Like The Bible'과 바비킴의 'Beats Within My Soul', 클래지콰이 데뷔앨범 'Instant Pig'다. 빅마마의 앨범은 대박도 내고 지속적으로 사랑도 받은 120점짜리 음반이다. 음반 발매 후 무려 6개월을 5위권(한터차트) 내에 머물렀고 1년 이상 꾸준히 사랑 받으면서 판매고 40만 장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바비킴은 진정한 스테디셀러의 전형을 만들었다. 빅마마는 수록곡 중 'Break Away'와 '체념'이 곡순위 1위를 휩쓰는 등 개별 노래들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바비킴의 음반은 1위 곡은 없어도 5곡이 은근한 사랑을 받았고 1년 6개월이 넘게 음반 판매량도 월간 1000장 이상을 유지했다.
클래지콰이는 한국 대중들에게 이름도 낯선 퓨전 하우스라는 장르 음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귀에 붙는 멜로디라인이 일정 정도의 대중성을 확보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지지를 받아 음반 발매(2004년 5월) 후 2년이 돼 가는 현재까지도 판매량이 월간 900장(한터차트 기준)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1년을 놓고 따져 보면 스테디셀러라고 할 만한 음반은 sg워너비와 버즈 2집이 있다. 여기에 아직 1년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월간 1000장 이상의 판매고를 유지하면서 ‘1년 스테디셀러’에 조만간 등극할 음반으로는 김종국 3집, 장윤정 2집, 이선희 13집, 다이내믹듀오 2집 등이 있다.
잘 보면 장르도 각각 팝, 트로트, 발라드, 힙합으로 다양하고 가수들의 연령대도 고르게 분포돼 있다. 한국 가요계가 어렵고 산적한 문제가 많지만 이런 다양성을 확보하면서도 꾸준히 팔리는 음반이 나오는 것을 보면 계속 기대를 가져 볼 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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