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늘 변방의 음악이었다. 한국인만이 즐기는 음악이었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음악시장의 트렌드를 배우기에 바빴다. 최근 몇 년간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지만 가요가 전 세계 대중 음악 시장에서 선진 콘텐츠의 지위에 올라섰다는 느낌을 갖기는 힘들었다. 그 이유는 미국 유럽 일본의 대중 음악계가 가요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를 바꿀 만한 일이 벌어졌다. DJ DOC의 2000년 인기곡 ‘Run to You’가 일본의 인기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돼 높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인기 록그룹 키시단(騎士團)의 보컬 아야노코지 쇼우가 ‘Run to You’를 리메이크해 DJ OZMA라는 이름으로 솔로 프로젝트 곡 ‘アゲ♂アゲ♂EVERY☆騎士’를 지난 달 22일 발표했다.
이 곡은 1주일 만에 일본 오리콘 싱글 차트 3위에 올랐다. ‘Run to You’는 1970년대 인기 소프트팝 그룹 보니M의 ‘Daddy Cool’을 샘플링한 곡이지만 곡 분위기와 색깔은 DJ DOC가 재창작한 것이다. 그런데 ‘アゲ♂アゲ♂EVERY☆騎士’는 편곡에 있어 ‘Run to You’와 별로 다른 것이 없다. 가사만 일본어이지 랩이나 창법도 DJ DOC의 방식과 유사하다.
보기 드물었던 현상이다. 가요를 중국이나 동남아 가수가 리메이크하거나 유사한 곡을 만들어 발표한 일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한국보다 대중음악시장이 앞서간다고 평가 받는 나라에서, 인기 가수가, 그것도 한국 가수가 만든 곡 색깔을 그대로 차용해, 인기를 얻는 일은 아무리 기억을 뒤져보고 자료를 찾아봐도 전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번 한 번의 사례만 가지고 가요가 미국 유럽 일본의 대중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호들갑을 떨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한국 가요에 대한 가치 평가가 이전보다는 상승될 조짐들이 여러가지로 감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의 곡이 미국 인기 가수 음반에 수록됐다. 한국 가수의 음악이 미국 팝가수의 곡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표절이란 용어는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판정이 마무리 된 다음에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미국 유력 언론에 기사화된다는 것 자체도 아예 가요의 존재 자체가 무시되던 이전과는 다르다.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정부 또는 대중음악 각종 단체의 공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박진영은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고 DJ DOC의 ‘Run to You’는 진가를 저쪽에서 알아보고 가져간 것이다.
가요의 좋은 곡과, 그 곡을 만들 수 있는 뛰어난 작곡가들을 체계적으로 선진 음악 시장에 알릴 통로를 마련한다면 한국이 대중음악시장에서 강대국이 되고 문화 선진국 소리를 듣게 되는 일도 조만간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