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영화까기]9억'달살연’작은 영화 큰 성공
OSEN 기자
발행 2006.04.11 11: 40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이하 달살연)은 순제작비 9억원짜리 영화다. 제작비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요즘 한국영화계 추세라면 아주 작은 영화에 속한다. 참고로 ‘왕의 남자’는 순제작비 41억5000만원을 쓰고도 제작비가 적은 영화축에 끼었다.
그런 ‘달살련’이 4월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킬 조짐이다. 6일 개봉 첫날 전국 8만2800명을 동원했고, 주말 예매율에서도 2위와 격차를 벌이며 선두를 달렸다.
기대 이상의 흥행 호조는 시사회 이후 계속된 ‘입소문’의 덕을 톡톡히 봤다. 각 포털사이트와 맥스무비, 티켓링크 등 예매사이트의 네티즌 영화 리뷰에서는 ‘달살련’을 칭찬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제작사가 영화 홍보에 이용하는 ‘알바’들의 글로 치부하기에는 리뷰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감상 내용이 진솔하고 사실적이다.
‘달살련’의 성공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첫째는 이번에 첫 장편영화를 감독한 손재곤 감독의 치밀한 각본과 매끈한 연출력이다. 2002년 ‘재밌는 영화’ 각본을 썼던 그는 단편 영화 두편을 찍은 경험이 고작이지만 재기 넘치는 인물로 충무로 선수들에게는 인정을 받았다.
이번 ‘달살련’에서도 코미디와 스릴러, 멜로 등 각종 장르를 섭렵하며 관객들에게 화려한 말의 유희까지 덤으로 선물했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도 히치콕을 가장 존경하는 그는 자신의 정신적 스승이 영화 속에서 선보이는 짧은 호흡과 치밀한 구성, 긴박한 스릴러 속에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유머 등을 쉴틈없이 구사했다.
두 번째는 주연을 맡은 박용우와 최강희의 열연이다. ‘혈의 누’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용우, ‘달살련’에서 제대로 한방을 날렸다. 체면과 치레에 얽매여 세상을 힘들게 사는 노총각 대학강사 황대우 역을 맡아 특급배우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서른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황대우는 인터넷 신봉자들과 혈액형, 별자리를 중시하는 여자들의 가벼움에 치를 떠는 남자. 그러면서도 책상 서랍 속에는 야한 잡지들이 가득하고 꿈 속에서는 화끈한 섹스에 목말라하는 이중적 삶을 살고 있다. ‘작업의 정석’에서 손예진을 스토킹했던 그는 이번에 정체불명의 최강희를 만나 성격이 오락가락하는 연애 초짜를 연기했다.
최강희는 쉽게 살인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사체를 토막내고도 사랑 앞에서 마음을 졸이는 미나 역이다. 영화속 미나와 실제 최강희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배역에 녹아들었다.그녀가 조금만 ‘오바’했어도 이 영화는 스릴러 코미디가 아니라 말도 안되는 코미디로 전락할뻔 했다.
세 번째는 조연 조은지와 정경호의 든든한 지원사격이다. 조은지는 상대의 힘에 따라 갈대처럼 흔드리는 여자 양아치, 정경호는 시체 암매장을 하면서도 ‘정신 집중’을 강조하는 남자 양아치로 영화에 감칠 맛을 더했다.
조연이 흔들리면 주연도 무너진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영화는 톱스타를 캐스팅하면서 제작비의 절반가량을 쓰다보니 조연 기용에 허술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달살련’은 박용우 최강희 조은지 정경호, 네명 출연료를 합해봐야 스타 캐스팅 한명 값에도 못미치는 돈을 썼다. 그렇다고 이들의 연기가 허울좋은 스타보다 못하냐면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힘빠진 어깨와 기브스안한 목에서 자연스런 연기와 대사가 흘러나왔다.
모처럼 110분 상영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영화가 바로 ‘달살련’이다. 옥에 티라면 영화 말미에 사족처럼 달려있는 에필로그. 감독의 재기가 지나치다보면 가끔 이런 단점들도 드러나는 모양이다.
mcgwire@osen.co.kr
CJ엔터테인먼트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