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2집 새 음반과 함께 돌아왔다. 가요계의 ‘이슈메이커’답게 복귀를 기점으로 음악 패션 활동방식 등 다양한 시각에서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음반시장 불황 이후 맥 빠진 가요계가 언뜻 활기차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 중 이제는 그만했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립싱크 논란’이다.
1990년대 후반 라이브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이돌 가수들이 가요계를 점령했을 때 립싱크에 대한 문제 제기는 분명 의미가 컸다. 이들 노래 없는 댄스 가수들로 인해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주류 가요계로 진입하기 힘들었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립싱크 논란은 벌어져야 마땅했다.
그간 립싱크에 대한 문제 제기는 큰 성과를 거뒀다. ‘노래를 잘 하는 가수가 인정 받는 가요계’라는 빅마마의 데뷔 당시 절박한 외침은 지금 현실로 다가와 있다. TV 가요 프로그램, 음반 판매량 순위에서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립싱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제 강박관념처럼 사로잡혀 있어야 할 절대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 일본과의 비교도 정당치 않다. 비욘세는, 아무로 나미에는 라이브도 잘하고 춤도 화끈하다. 하지만 이들은 1억 이상의 인구와 고도로 체계화된 스타 발굴 시스템을 갖춘 나라에서나 나올 수 있는 가수들이다. 한국에서는 그런 재능을 가진 인재가 나올 확률이 일단 인구 수적으로 미국과 일본보다 적다.
설령 있더라도 가수가 되기 보다는 회사원이 되는 길을 택해 회식 자리 노래방에서나 환호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또한 높다. 립싱크하는 한국 가수와 라이브하는 외국 가수를 단순 비교하지 말자. 인구수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오히려 생산적인 논의라고 본다.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비주얼이라는 전제조건만 충족시킨다면 립싱크도 괜찮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일까. 매혹적인 무대를 선보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가수는 극히 일부다. 이들의 립싱크를 문제 삼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고 가요계가 다시 과거 아이돌 가수 시대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음악 대중들의 입맛은 다양한 먹거리를 원하게 됐다.
이효리는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와 흡인력이 대단한 가수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객관적인 근거도 있다. 이효리가 전파를 타면 순간 시청률이 솟구친다는 사실은 이미 방송가에서는 검증된 사실이다. 대중도 이효리가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면 눈을 떼지 못하고 돌아가던 채널이 고정된다는 뜻이다.
대개의 댄스 가수들이 립싱크를 했다가 문제 제기가 거세지면 라이브 무대를 갖는다. 하지만 이 경우 춤의 강도를 낮추거나 무대 위 동선을 줄이기 때문에 역동감은 훨씬 줄어든다. 이런 공연은 하는 가수나 보는 관객 모두에게 그다지 즐겁지 못한 일이다.
대중 문화 콘텐츠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간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이효리의 강렬한 무대가, 섬세한 감정이 잘 표현된 김연우의 보이스가, 자유자재로 음악 색깔을 바꾸는 박선주의 창법이 요즘 나를 즐겁게 한다. 이들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활동을 하면서 공존하는 가요계를 보고 싶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