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영화까기]강혜정-조승우 돋보인 멜로 '도마뱀'
OSEN 기자
발행 2006.04.20 11: 12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연인 사이 조승우-강혜정이 한 영화에 출연했다. 멜로 ‘도마뱀’이다. 연일 포털과 신문의 연예면은 이들의 가십 기사로 가득하다.
젊은 남 녀 연기자 가운데 각각 정상에 서있는 두 배우인만큼 관심 집중은 당연하다. 그러면 영화 ‘도마뱀’은 어떨까? 조승우-강혜정 커플이 함께 연기했으니 두배의 시너지 효과가 나왔을까?
연기는 더할나위없이 좋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사랑에 착한 남자 조강(조승우)과 붙잡을려면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고 사라지는 신비한 여자 아리(강혜정). 조강의 눈에는 늘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맑고 순수함이 그윽하고, 그런 조강을 곁에 둘수없는 아리의 눈에는 늘 고통과 회한이 가득하다.
조승우 아니었으면 이 역할 만만찮았겠다, 강혜정 없었으면 이 영화 재미없었겠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뇌리를 스쳐가는 40자 감상평이다.
강지은 감독은 영화 시사후 기자회견에서 이 “멜로는 역시 배우의 힘이다. 조승우 강혜정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를 이번 작업으로 확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의 말은 절대 ‘뻥’이나 ‘오바’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슬픈 이별이라니. 너무나 뻔한 멜로의 공식으로 매번 관객을 울려야하는 감독이나 작가는 힘들기 그지없다. 상상력은 고갈되고, 뭔가 새로운 걸 찾았다치면 어디선가 ‘표절 시비’가 떠오른다.
‘도마뱀’도 스토리로는 멜로의 기본틀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 죽도록 사랑하는 여자(혹은 남자)가 불치병(혹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양념만 다를 뿐이다. 병의 종류와 헤어지는 시기, 기껏 그 정도에서 차별을 꾀했다.
도입부는 조강과 아리가 시골 마을에서 처음 만나는 어린 시절이다. 초등학교 2,3학년이나 됐을까. 어쨌건 어린 놈이 아버지 자건거 뒤에 앉아서 ‘열여덟 딸기같은 내 청춘’을 노래하던중 노란 우비를 입은 소녀한테 한눈에 ‘뿅’간다. 아역들의 설익은 연기에다 “또 이런 식이군” 생각에 하품이 길게 늘어진다.
강산이 한번 바뀌고 드디어 고2 조강이 공공 목욕탕 온탕에 알몸을 담그고 있다. 갑자기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말투와 눈매가 철딱서니 없는 고등학생 그대로다.
10년만에 조강에게 연락한 아리. 장난끼 가득한 눈매와 톡 톡 쏘아부치는 말폭탄으로 소꼽친구를 맞이하는 강혜정이 등장하면서 스크린은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둘은 산속 절간에서 꿈같은 몇주를 보낸다. 너무나 통속적인 아리와 조강의 ‘청춘 만세’는 강혜정과 조승우였기에 절대 지루하지않다. 신선하다. 저 둘이 현실에서도 저렇게 사랑할까, 헤어졌다는 소문이 사실일까, 이런 잡생각까지 끼어들어 관객은 더 신이 난다.
또 다시 8년이 흐르고 조강은 은행원이다. 어디로 사라졌던 아리는 또 나타난다. 여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면 스포일러(영화의 결말이나 주요 내용을 미리 알리는 행위)다.
단지 확실한건 이 영화, 마지막 10분을 잡지못했다. 조승우의 “사랑한다” 세 번에, 강혜정의 “미안해” 세 번 때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로 끝난다. 적어도 여성 관객을 펑 펑 울게만들어야 할 라스트에서 그만 늘어지는 바람에 포인트를 잃었다. 어줍잖게 ‘SF 판타지’까지 끼워넣은건 진짜 실수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시작하고 5분, 끝나기 전 5분이라는데 아쉽다.
그럼에도 이 영화, 볼만한 멜로 목록에 낄만하다. 왜? 강혜정의 멜로 연기는 ‘멜로의 여왕’이라는 최지우를 창피하게 만들 정도로 훌륭했기 때문. 조승우는 자기 이름값을 그대로 했다.
또 하나, ‘공공의 적’ 강신일 검사는 여기서 조승우의 아버지로 횟칼을 잡았다. 일식 요리사다. ‘친구’에서 잔인 냉혹 비열한 조폭 보스 이재용은 머리를 깍고 스님이 됐다. 아리의 삼촌이다. 강혜정-조승우의 열연을 더욱 눈부시게 만든 중견 조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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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영화사 아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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