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영화배우 최민식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그는 요즘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를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중이다. 여기 저기서 자신의 주장을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내다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결국에는 인터넷 상에서 그를 욕하는 안티팬들까지 생겼고 최민식 자신도 상처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배우로 산다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KBS의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문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스크린쿼터는 좋은 대안이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쌓아온 선이 굵고 강한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 주장이고 행동이다.
생매장 당하는 그 순간에도 조폭에 맞서는 열혈검사 마동팔(‘넘버3’, 1997년), 피도 눈물도 없는 북한 특수부대요원 박무영(‘쉬리’, 1998년), 자기 혀를 가위로 자르는 오대수(‘올드 보이’, 2003년), 눈 한번 깜짝않고 아이들을 유괴해 살인하는 백선생(‘친절한 금자씨’, 2005년) 등 최근 대표작들에서 범상치않은 인물만을 연기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인상과 말투, 연기 스타일 때문에 배역이 고착되고 있다.
모처럼 시골마을 음악 선생님으로 훈훈한 정감을 보여주려던 ‘꽃피는 봄이 오면’(2004년)은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오래묵은 간장처럼 깊고 아린 맛을 냈던 ‘파이란’(2002년)의 3류 양아치 강재로 정점에 선후, 그의 연기는 조금씩 퇴보하는 느낌이다.
가뜩이나 스크린 속 운신의 폭이 좁아지던 판국에 적극적인 사회 활동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더욱 고집스럽고 마초스런 이미지를 새겼다. 아직 한창 영화를 찍어야할 중년 배우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배우의 사회 활동은 말릴 일이 아니고 최민식은 그동안 환경 운동 등으로 다른 배우들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봉사했다. 스크린쿼터와 한국 영화는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인만큼 그가 앞장서서 스크린쿼터 저지에 나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환경 운동 등과 달리 스크린쿼터 관련 사안의 경우, 영화인 주장으로는 한국 문화의 미래와 자부심이 걸려 있고 상당수 네티즌 생각에는 일부 영화배우들의 밥그릇 챙기기로 갈리는게 문제다.
최민식은 당장 스크린쿼터 축소를 결정한 정부나 이를 요구한 미국을 상대로 싸우는게 아니고 정작 자신의 연기를 지켜봐줄 팬들과의 논쟁에 휘말려 있다. 방송 인터뷰 말미에 “좋은 결과를 얻으면 배우로 돌아 가겠다”고 했는데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수 없는 상황이다.
‘스크린쿼터는 한국 영화, 나아가 한국 문화의 버팀목’이라는 영화계의 논리가 100% 맞는다해도 현재 국민 정서는 ‘한국 영화가 충분히 잘 나간다’로 몰려 있다. “지금 스크린쿼터를 없애면 앞으로 위기가 올 것”이라는 호소도 이미 힘들게 하루 하루를 사는 소시민들에게는 팔자좋은 소리일 뿐이다.
최민식은 얼마전부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의 병폐를 알리려고 대학, 사회단체들을 돌며 강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행동도 안티팬을 늘게하는 한가지 요인이다. FTA가 한국 경제를 살릴지 죽일지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 정답이 없는 경제 상황에 대해 ‘옳고 그르다’를 배우 최민식이 강연하는 자체가 독단적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스크린쿼터축소반대 1인 시위에 나선 그는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올드보이도 없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맞는 얘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 현장을 떠나 있는 배우가 좋은 작품을 찍을 기회를 얻기란 더욱 어렵다는 사실도 알아야한다.
진정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한다면 스크린쿼터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스타 연기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영화계의 빈곤 격차부터 줄이는게 바람직하다. 국민 여론이 배우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에 비판적으로 흘러가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존재하는 까닭이다. 한달 몇십만원으로 연명하는 스태프나 단역들이 존재하는 반면에 수억원씩을 챙기는 스타들이 양산되는 현실에 냉소를 보내고 있다. 위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저렇게 배가 불러있다니 우스울 뿐이라는 것이다.
최민식은 하루 빨리 본업인 영화 배우의 자리로 돌아가야한다. 먼저 집안 단속부터 ‘단디’하고 국민 설득작업에 나선다면 안티팬 걱정은 당연히 없어질터다.
mcgwire@osen.co.kr
시위 현장에 모습을 보인 최민식(위)와 ‘꽃피는 봄이 오면’(아래)의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