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 인사이더] 이젠, 너희가 힙합을 아는구나
OSEN 기자
발행 2006.05.16 07: 31

7년이 걸렸다. 드렁큰타이거가 1999년 데뷔 앨범에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라는, 아웃사이더의 치기 어린 제목의 노래를 발표한 지 만 7년이 걸렸다. 그 사이 힙합은 주류 음악이 됐다. 가장 대중적이라 할 수 있는 댄스 가수들이 자신의 음반에 앞다퉈 힙합을 도입하고 언더그라운드 출신 힙합 뮤지션들이 음반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영원한 아웃사이더일 것 같던 힙합이 가요계 패권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힙합패밀리 무브먼트의 집단 콘서트가 그 것. 5000석이 넘는 초대형 콘서트였는데 만원을 이뤘다.
힙합 공연으로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였다. 하지만 최근 공연 시장 불황으로 주류 인기 가수의 콘서트에서도 사라졌던 암표가 도는, 경이적인 일이 일어났다. 공연 자체는 DVD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 한다. 신화 동방신기나 시도할 수 있는 공연 DVD가 힙합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드렁큰타이거를 필두로 윤미래 바비킴 리쌍 에픽하이 다이내믹듀오 은지원 양동근 더블K 등 힙합계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모인 무브먼트 공연이라 어느 정도 호응은 예상됐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박’이 날 줄은 누구도 예상 못했다.
3,4년 전만 해도 ‘힙합 공연은 가수가 한 명이건 100명이건 관객은 많아야 100명’이라는 가요계 관계자들의 반응이 있었다. 대중적이지 못한, 소규모의 마니아 집단 음악이라 아무리 힙합계에서 유명한 가수들을 모아봐야 ‘1+1…+1=1’이라는 뜻이었다.
어설픈 힙합 마니아인 필자는 그 당시 기자 생활을 하면서 덩달아 박해(?)를 받아야 했다. 힙합 가수 기사를 써 놓으면 ‘얘들을 누가 아냐’며 기사가 윗사람들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일쑤였다.
그 다음 들려 오는 ‘걔네들 뭐 사고친 거는 없어’라는 질문은 더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힙합 가수는 경찰서에 갈 일을 저질러야 기사화 될 수 있었다. 뛰어난 음악성과 실력은 비슷한 연배의 주류 가수들에 비해 뛰어나면 뛰어났지 못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들이 없었다.
무브먼트 식구들을 비롯해 언더그라운드에서 올라온 소위 ‘정통’ 힙합 가수들은 그간 힙합의 대중화 과정에서 고생이 많았다. 드렁큰타이거는 힙합의 대중화에 포문을 연 2001년 3집 앨범을 발표하고는 자기검열에 힘들어했다. 이 음반에 수록된 빅히트곡 ‘Good Life’가 정통 힙합이 아니라 팝적인 곡이라 스스로 ‘배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다.
에픽하이는 타블로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힙합 마니아들에게 ‘뮤지션이 아니라 연예인이냐’는 비난을 수없이 받아야 했다. 하지만 에픽하이 덕에 힙합계는 작년 음반 판매량 베스트 10에 사상 최초로 자신들의 음악을 올려 놓을 수 있었다. 에픽하이 3집은 작년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음반 중에 하나였다.
다이내믹듀오는 첫 방송 당시 망신을 당했다. 방송사에서 랩 중간중간 비방용 단어들을 빼고 하라고 요구해 그렇게 하다 보니 흐름이 무너져 공연 도중 수없이 틀려 버린 것이다. 엇박자 주고 받는 랩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 받던 이들은 ‘잘 한다더니 그게 뭐냐’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이런 가수들의 대중화 노력은 이제 결실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힙합은 앞으로 주류 음악계에서 더 그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다. 힙합은 모든 장르의 음악을 통틀어 가장 비트를 중시한다. 비트는 음악의 여러 요소 중 가장 직접적으로 인간의 본능에 호소한다. 그래서 인종과 국경의 벽을 쉽게 넘을 수 있다.
실제로 국악과 섞으면 가장 잘 어우러지는 음악은, 클래식도 락도 재즈도 아닌 힙합이라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자격 조건을 확실히 갖추고 있는 힙합이 늦깎이 사랑을 받고 있다. 늦깎이 사랑이 더 진한 법이다. 피~스.
OSEN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무브먼트콘서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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