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영화까기]노래방 씬 너무 상투적이다
OSEN 기자
발행 2006.05.20 08: 47

냄비처럼 쉬~ 끓고 쉬~ 식는 게 한국인 기질인데 좀처럼 식지않는 열기가 하나 있다. 바로 노래방이다. 가족 모임, 회사 회식, 친구와의 술자리 등 어느 자리를 가더라도 “노래방 가자”는 제의가 나오곤한다.
음치들에게는 정말 곤혹스런 순간이다. 그냥 쫓아가서 듣기만하면 좋겠는데 이 것만큼은 용서들이 안된단다. 노래 못하는 사람일수록 꼭 한번씩 내몰아서(다행히 두 번은 시키지 않는다) 마이크를 잡게해야 군중 심리가 진정된다. 이런 현실이다보니 아직까지 젖병 물고있는아기들을 뺀 대한민국 남녀노소들 대다수가 오늘도 내일도 노래방 문턱을 들락거리기 마련이다.
더 우스운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도 노래방 분위기를 자주 맛봐야되는 현실이다.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 영화감독들은 ‘코미디에는 으레 노래방 씬이 들어가야 관객을 쉽게 웃긴다’고 믿는 듯하다. 코미디 장르에서는 해마다 최상, 최악의 노래방 장면 순위를 매겨봄직할정도다. 꼭 코미디가 아니더라도 이제 노래방은 영화 로케이션의 1번지 자리를 굳히고 있다.
조인성이 조폭으로 데뷔하는 ‘비열한 거리’, 시끌벅절한 노래방에서의 단체 군무를 준비했다. 이문식의 생애 최초 단독 주연 코미디 ‘공필두’는 조금 독특하게 나홀로 노래방 장면을 찰영했다. 상사의 압박에 쪼이고 삶에 지친 형사 공필두가 한낮 노래방에서 화풀이 노래 한곡을 뽑는 연출이다.
남녀 주연이 커플로 노래하는 건 오랜 레퍼토리다. 권상우-김하늘 주연의 ‘청춘만세’가 대표작. ‘국민 여동생’ 문근영은 ‘어린 신부’에서 앙증맞은 춤솜씨를 곁들여 노래해서 영화 흥행을 한몫 거들어다.
코미디 속 노래방 씬의 대명사로 떠오른 건 2001년 ‘두사부일체’에서 정준호 정웅인이 ‘호랑나비’를 열창하는 모습이다. 이빨에 김을 바른 채 가수 김흥국의 나비 스탭을 밟으며 ‘호랑나비야, 날아라~’를 외치는 이 둘의 모습은 당시만해도 아주 참신했고,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요즘은 전자제품까지 ‘미투(Me too) 마케팅'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제과나 음료 업계는 오래전부터 히트 상품이 나오면 며칠 뒤 경쟁사에서 이름에서 점 하나를 빼거나 얹은 신제품을 내놓았다. 해태가 ’홈런 볼‘을 내놓으면 롯데가 ’마이볼‘을, 해태가 ’오예스‘를 출시하자 오리온은 ’오와우‘를 선보이는 식이다.
영화계도 남의 아이디어를 베끼는 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노래방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자주 가는 대중오락장이라지만 이후 ‘두사부일체’와 비슷한 노래방 장면이 코미디 영화의 단골 메뉴로 자리잡았다.
원조격인 ‘두사부일체’도 절대 질리 없다. 원조도 자칫하면 ‘짝퉁’으로 오해받는 풍토이다보니 속편 ‘투사부일체’에서 분장을 좀더 요란하게 시키고 유치한 액션을 늘려서 업그레이드 노래방 씬을 발표했다. 흥행은 640만명으로 한국 코미디 사상 최다 관객. 앞으로 한동안은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노래방 장면이 빠지지 않을 것을 예고케하는 스코어였다.
영화전문기자/mcgwire@osen.co.kr
‘청춘만화’의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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