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 대중문화 가이드] 전쟁도 잠시 쉬어간다는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관심이 월드컵에 모아지는 시점이다 보니 영화 드라마 가요 구분 없이 대중 문화의 거의 전 분야가 흥행에 결정타를 입히는 ‘월드컵 태클’을 피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 중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분야가 가요다. 영화나 드라마는 극장이나 TV 채널을 비워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소극적이기는 해도 월드컵 기간 중 어느 정도는 돌아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가요의 경우 6월 발표되는 신곡은 미나와 동방신기처럼 월드컵과 관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물론 월드컵을 맞아 호황을 누리는 가수도 있다. 싸이 윤도현 등 공연-응원형 가수와 신나는 댄스 음악을 하는 가수들은 월드컵 특집 무대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가수들은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시기에 새로운 음악을 내놓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빈자리가 많아 경영에 애로를 겪던 시중의 녹음실들이 지난 2,3월에는 빈 자리가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월드컵을 피해 4,5월로 음반을 앞당겨 내기 위해 작업이 몰리면서 그리 됐고 싸이 같은 가수는 결국 선배 신승훈의 개인작업실을 빌려 써야 하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가수들의 월드컵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월드컵이 열린다고 해서 가수들이 활동하는데 큰 문제가 있지는 않았지만 4강 기적이 벌어진 2002년에 가수들은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참담한 경험을 해야 했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월드컵 시기에 활동을 제대로 못했고 이에 따라 발표해 놓은 음반 판매량이 감소하는 경험을 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경우가 지금은 배우 생활에 전념하고 있는 임창정과 월드스타가 된 비다.
임창정은 2002년 5월 9집 앨범을 발표하고 발라드 타이틀곡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승승장구하자 발라드 곡을 부를 분위기가 아닌 상황이 돼버렸다. 4월26일 발표한 음반의 판매량이 5월 한 달간 20만 장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다 6월에 들어서자 급락해 버려 월드컵이 펼쳐진 6월 한 달 동안 겨우 5000장을 팔았다.
판매량이 1/20로 줄어들자 임창정은 활동을 접어 버리고 월드컵 응원을 다녔다. 다음해 10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임창정은 “월드컵이 매년 안 열려서 다행”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2002년 내가 워낙 스포츠도 좋아하고 해서 한국팀이 잘 하니까 ‘에라 모르겠다’하고 응원을 다녔지만 음반 제작사 입장에서는 속이 까맣게 타버렸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월드스타 비는 데뷔 후 바람몰이에 들어가려는 시점에 태극 전사들이 압박 수비(?)를 펼쳐왔다. 5월 11일 꿈에 그리던 첫 음반을 내놓고 ‘나쁜 남자’로 활동에 나섰을 때 월말까지 20일 동안 2만 여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며 주목 받는 신인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월드컵이 시작되자 비를 바라봐야 할 여성들의 눈길은 김남일을 필두로 한 태극전사들에게 꽂혀 돌아올 줄을 몰랐다. 결국 음반 판매량이 6월 한 달간 뚝 떨어져 8000장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 월드 스타의 지위에 오른 저력은 당시에도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월드컵이 끝난 7월 음반 판매량은 1만1000장대로 다시 올랐다. 하반기에 ‘안녕이란 말대신’ 등을 히트시키며 결국 연말에 신인왕을 차지해 한숨을 돌렸다.
이러다 보니 올해는 월드컵과 ‘맞장’을 뜨려는 가수를 보기 힘들어졌다. 월드컵이 빨리 끝날수록 가요계는 빨리 활기를 되찾겠지만 아마 어떤 가수도 그런 상황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도 모두 한국인이고 한국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승승장구해 오랜 동안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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