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 인사이더] 샛별 활약 없어 김빠지는 월드컵, 그리고 가요계
OSEN 기자
발행 2006.06.30 08: 10

[OSEN=최영균 대중문화가이드] 월드컵에 푹 빠져 칼럼을 개점휴업 상태로 지냈다. 그러다 월드컵이 채 끝나지 않은 지금 칼럼을 재개한 것은 한국팀이 탈락해서가 아니다. 제3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가나가 16강전에서 브라질에 패해 탈락하자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어졌다. 한국 가요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은 왠지 재미가 없다. 8강이 전통의 강호들만으로 짜여져 경기 하나하나가 결승전과 같은 빅게임이고, 그런 경기들을 보기를 고대해왔던 처지인데도 힘이 빠진다. 그 이유는 샛별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든 팀이든 첫 도전자들이 맹활약해야 월드컵과 같은 흥행 사업은 활기가 돈다. 물론 이번 월드컵에서는 첫 진출국 우크라이나가 8강에 들고 포돌스키(독일), 막시 로드리게스(아르헨티나) 등 첫 출전에 고수들 못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어차피 축구의 본토 유럽 출신이라 신선감이 떨어지고 포돌스키나 막시 로드리게스는 1998년 대회의 지단(프랑스), 2002년의 호나우지뉴(브라질)만큼의 중량감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모든 흥행사업은 ‘샛별의 반역’이 성공의 중요 요소라 생각한다. 1990년대 초반 농구대잔치는 최고 인기 스포츠였다. 기아 삼성 현대 같은 강호들을 연세 고려대 같은 대학팀들이 종종 격파하면서 광적으로 보일 만큼 폭발적이었던 인기에 불을 당겼다. 강자를 위협하는 약자, 어른을 넘어서는 아이는 언제나 큰 관심사다.
역시 흥행 산업인 연예계로 돌아와 보자. 드라마 영화 등 다른 분야에서는 계속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고 산업의 규모가 팽창되어가는 반면 가요계에만 유독 거물 신인이 작년부터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가요 산업도 침체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만 보더라도 비(2002년) 세븐 빅마마(2003년) sg워너비 동방신기(2004년) 등 음악성 또는 스타성에서 기존 스타들 못지 않은 파괴력을 발산하는 신인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작년 ‘빅 루키’를 선보이지 못하면서 시작된 가요계의 '불임'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음반 판매량은 급감하고 모바일 인터넷 등 디지털 음원 수입은 제대로 돌려 받을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신인 음반을 제작하기란 큰 부담이다 보니 그나마 안정적인 기존 가수 위주로 기획사들은 음반을 내놓고 있다. 데뷔를 할 신인들이 적어지다 보니 대단한 신인이 나오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요즘 가요 기획사들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신인 중에서 노래 못하고 실력 없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이전처럼 외모만 가지고는 음반이든 음원이든 음악을 사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음반 시장이 붕괴되기 시작할 무렵 음악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듣는 네티즌들이 ‘불법’이라는 가요 기획자들의 비난에 맞서 내놓는 자기 방어 논리 중 하나가 ‘음악이 좋고 가수가 실력 있으면 사서 듣는다’였다.
하지만 이제 가요계는 신인들이 자신의 음악성과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아예 잡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연예 산업에서는 보기 드물게 한 나라 국민들의 가치 체계를 뒤흔들었던 서태지 같은 신인을 배출한 분야가 가요계다. 제발 그 저력이 현재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아 다시 한 번 세상을 뒤흔들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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