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52) 감독의 현대 유니콘스가 한 시즌 팀 희생타 신기록을 세웠다. 현대는 19일 수원 홈구장에서 열린 기아와의 경기에서 6회말 서한규가 희생번트를 기록, 올 시즌 144개로 한 시즌 최다 희생타 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기록은 1996년 김성근 감독이 지휘한 쌍방울의 143개였다. 1982년 서울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최종전서 ‘개구리 번트’로 유명한 김재박 감독은 1996년 현대에서 처음으로 사령탑을 맡으며 보내기번트 작전을 유달리 많이 구사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났다. 부임 첫 해 김재박 감독은 희생타 104개로 쌍방울의 143개에 이어 희생타 3위를 기록하더니 99년에 127개로 1위로 올라선 후 2002년, 2003년, 2004년 3년 연속으로 희생타 1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지난해는 조범현 감독의 SK(136개)에 이어 2위(105개)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후반기에 특히 많은 보내기번트를 시도, 단연 1위로 뛰어 올랐다. 이날 현재까지 11시즌동안 김재박 감독이 기록한 희생타 수는 1193개로 삼성에 비해 60%, LG에 비해서는 50% 가량 많은 수치다. 현대는 지난해 구단 사상 처음으로 7위로 추락해 대부분 야구인이 올해는 더더욱 전력의 약화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에 나섰고 후반기 들어서도 2위를 유지한 채 선두 삼성을 끝까지 추격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김재박 감독은 코치를 통해 전달하던 사인을 선수에게 직접 내기도 하면서 한 경기에 3개의 보내기번트도 자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경기 초반 강타자에게도 보내기번트를 지시해 점수를 뽑아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보내기번트는 흔히 소극적인 작전이라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고 일반 팬들은 인식하고 번트 많은 팀에 고개를 돌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김재박 감독은 ‘보다 적극적으로 점수를 뽑기 위한 착실한 작전’이라는 지론 아래 초반부터 상대 팀을 압박하며 ‘이기는 야구’을 위해서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모든 타자에게 희생타를 많이 지시하고 있다. 번트를 좋아하는 감독으로는 종전 최다 기록을 세웠던 김성근 감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96년 143개를 기록하면서 만년 하위팀인 쌍방울을 구단 사상 최초로 3위로 끌어올렸고 다음 해인 97년도 희생타 1위를 기록하고 역시 준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역대 지도자 중 가장 희생타를 기피한 감독은 87년 박영길 삼성 감독으로 한 시즌에 불과 26개의 번트로 최소 희생타 기록을 남겼다. 대체적으로 보통 우리 프로팀 감독들은 한 시즌에 보내기번트를 80개 안팎으로 구사하고 있다. 김재박 감독의 잦은 번트 구사로 현대는 82년 프로 출범 이래 작년까지 전신인 삼미-청보-태평양 포함해 최다 희생타(2245개)를 기록하고 있는데 후발 주자인 쌍방울과 SK를 제외한 최소 희생타 구단은 삼성(1598개)이다.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지난해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고 우승하면서 작년에 희생타 98개로 3위를 기록해 전통적으로 공격야구를 지향하는 삼성의 이미지와 다른 면을 보였는데 올해는 18일 현재 79개로 6위를 기록해 약간은 번트 의존도를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팀당 150게임 가량씩 소화한 19일 현재 김병현이 속한 콜로라도 로키스가 108개로 유일하게 세 자릿수를 넘어섰고 LA 다저스 61개, 뉴욕 양키스 34개, 보스턴 21개, 텍사스 18개, 토론토 15개로 전체 평균 희생타 수는 우리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본사 편집인 chuni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