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승부세계에서는 ‘채찍’이 오히려 힘을 발휘하는 수가 많다.
23일 대구에서 열렸던 한국시리즈 2차전이 끝난 직후, 경기에 진 선동렬(43)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기자회견 석상에서 3명의 삼성 선수들을 싸잡아 혹평, 눈길을 끌었다. 평소에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선수들을 독려해 온 선 감독이었기에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대사를 치르고 있는 도중에, 그것도 언론을 통해 선수들을 다그치는 모습은 그리 흔한 장면은 아니었다.
선 감독은 2차전에서 부진했던 선발투수 브라운에 대해서는 “초등학생도 칠 수 있는 공을 던졌다”고 사정없이 몰아부쳤고 5번 타순에서 득점 기회를 번번이 놓친 김한수의 교체를 놓고선 “볼에만 손을 댔다. 안 맞는 선수를 고집할 필요가 있나”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선 감독은 또 좌익수로 수비에 허점을 드러낸 심정수에 대해서는 “원래 수비를 잘 못하는 선수”라고 아예 비꼬는 투로 깎아내렸다.
선 감독의 이같은 독설은 다분히 계산된 발언이다.
2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3차전은 시리즈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되는 중요한 일전. 따라서 선 감독으로선 2차전에 패한 선수들, 특히 주전으로서 제 몫을 못해낸 선수들에게 강한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그와 관련, 선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프로선수들인데 일일이 미팅을 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도록 지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일본 감독들은 매일 미팅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지휘 방침을 설명했다. 미팅을 통해 미주알고주알 지적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언론을 통해서 일깨워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론이다. 프로선수라면 마땅히 자신의 실수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언론 보도를 보고 스스로 고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 감독의 ‘강한 자극’이 먹혀들었음인지, 3차전에서 7번 타순에 기용된 김한수는 적시 2루타 한 방을 쳐내며 분발했다. 심정수는 여전히 부진했지만 선 감독의 강한 메시지에 전율을 느꼈는지, 삼성 선수들은 기를 살려 연장 12회 격전 끝에 승리를 따냈다.
‘당근과 채찍’을 유효 적절히 구사하는 것도 감독 용인술의 하나. 선 감독의 독설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고 선수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럴 때 다독이는 것은 한대화 수석코치의 몫이다. 한 코치는 선 감독의 ‘말 화살’ 을 얻어맞은 선수들에게 “신경쓰지 말아라. 너무 잘 하려고 하지말고 편하게 하라”고 누그러뜨려 준다.
선 감독의 독설에 주눅이 든다면, 그런 선수는 프로가 아니다. 선 감독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한국 최고의 투수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바탕에 깔려있어 위력이 있고, 따라서 그의 독설도 힘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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