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 4차전을 대전 홈구장에서 내리 연장전 끝에 패한 한화는 선수나 코칭스태프 모두 아쉬움이 크지만 특히 주포 김태균(24)은 중요한 기회마다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나 연패의 장본인이 됐다. 연장 12회전까지 벌인 지난 25일 한국시리즈 3차전. 피곤이 쌓인 한화로서는 보름 가량 쉬고 나온 삼성에 밀리는 감이 있었지만 대구 원정에서 1승1패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 이 경기에서 이기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더구나 백업 포수 심광호가 오승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8회말에 동점 투런홈런을 날린 게임이어서 더욱 그랬다.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3-3 동점으로 연장에 들어간 10회 말. 한화는 극적으로 8회 말에 동점을 만들어 사기가 충천하고 반대로 쉽게 이기리라 예상했던 삼성은 쫓기던 순간이었다. 한화의 선두 타자는 4번 김태균. 8회 말에 추격에 불을 당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린 김태균이기에 기대감이 더 컸고 삼성의 불안감은 더 짙었다. 분위기대로 삼성의 5번째 투수로 이날 처음 등판한 임동규는 밖으로 빠지는 공 두 개를 던져 볼카운트는 0-2가 됐다. 빠져도 많이 벗어난 공으로 평소의 임동규가 아니었다. 세번째 공도 외곽 약간 높은 코스였는데 김태균은 그대로 휘둘러 2루수가 잡는 파울 플라이로 그쳤다. 임동규의 던지는 페이스로 봐서는 김태균이 조금 더 참고 있었다면 볼넷을 얻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김태균은 아마도 전 타석에서 빠른 볼을 던지는 권오준의 몸쪽 공을 솔로홈런으로 만들었으니 스피드가 덜한 임동규 공 정도는 자신이 또 한 방 크게 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10회 말 상황은 1루에 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자신이 해결한다고 성급하게 배트를 휘두른 김태균이나 이를 기민하게 미리 저지하지 못한 한화 코칭스태프나 두고두고 머리에 남는다. 공 한 개마다 감독이나 코치의 사인이 따르면 짜증이 나겠지만 연장전에 들어갔다면 코칭스태프가 초조해 하는 선수에게 차분하게 사인을 주고 여유를 갖도록 유도하는 배려가 따라야 한다. 김태균은 이에 앞서 5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도 바뀐 투수 권오준을 상대로 3구 삼진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공 3개가 모두 외곽을 찌르는 148km의 빠른 공이었는데 방망이를 휘두르지도 않고 세 개 전부 보고만 있었다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몸쪽이나 가운데 코스 공은 언제 던질까 하고 기다리다가 당한 꼴이어서 허탈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한 점을 뒤진 12회 말에 선두타자로 나와서 오랜만에 등판한 임창용을 상대로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 역시 외곽 코스에 당한 것이어서 실망스러웠다. 김태균은 10회 연장전을 펼친 지난 26일 4차전에서는 더 한층 힘빠진 모습을 보였다. 볼넷 1개에 범타 4개로 그쳤는데 5회 말 2사 2루, 10회 말 2사 2, 3루 기회에서 잇따라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5회 말은 2-1로 앞선 상황에서 한 점을 보태면 완전히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였고 10회 말은 2-4로 뒤졌으나 단타 한 방이면 동점을 만들 수 있었던 찬스였다. 그러나 김태균은 두 번 모두 임동규와 오승환의 외곽 코스 공을 제대로 때리지 못하고 땅볼 범타에 그쳤다. 호쾌한 장타를 날리는 김태균이지만 이날 볼넷을 제외한 4타석 모두 외곽을 찌르는 투구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방망이를 잔뜩 올려잡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굳은 타격폼을 지닌 김태균으로서는 외곽을 찌르는 투구에 약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프로 6년째인 김태균은 2002년을 제외하면 지난 해까지 매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홈런도 20개 이상을 날린 걸출한 강타자다. 지난 해 포스트시즌서 슬럼프에 빠져 올 시즌 직전 3월에 열린 WBC대회에 출전해서도 부진했으나 올 후반기부터 제 컨디션을 찾아 타율 2할9푼1리, 홈런 13개를 기록하고 포스트시즌 들어와서는 플레이오프에서 홈런 두 방을 날려 MVP를 차지할 정도로 방망이가 살아났던 김태균이었다. 하지만 타격감이 살아났다고 지나치게 자신하고 자신의 약점인 외곽구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라쿠텐 이글스 노무라 감독의 “아무리 강타자를 끌어모아도 팀 타율은 3할이 한계다. 나머지 7할은 범타다. 7할의 범타를 잘 활용해야 3할의 안타가 귀중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명언이 생각난다. 이 말은 타자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3할을 때리면 강타자로 불리운다. 나머지 7할은 범타로 끝난다. 3할을 때리고 나머지 타석을 잘 활용해야 3할이 보다 값지게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아직은 창창한 김태균이 최고타자가 되기 위해선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눈을 떠야 하고,그가 성숙한 타자로 성장하도록 착실하게 도와주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본사 편집인 chuni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