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 아이&메모]이승엽, 한대화를 이은 개막전 홈런 단골
OSEN 기자
발행 2007.04.03 09: 48

오는 4월 6일에 2007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립니다.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역대 영웅을 꼽으라면 무어니무어니해도 이종도(전 고려대 감독)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입니다. 그리고 한대화(삼성 코치), 장호연(전 신일고 감독)을 이야기 하죠.
이종도(당시 MBC 청룡)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3월 27일 삼성과 MBC의 경기, 연장 10회 말 7-7 동점 상황에서 삼성 투수 이선희로부터 가장 극적인 끝내기 만루홈런을 뽑아냈습니다. 첫 만루홈런으로 첫 걸음을 내디딘 프로야구는 최고 인기 종목으로 떠올랐죠.
한대화(당시 OB)는 1983년 잠실 MBC전에서 신인으로 개막 1호 홈런(3점) 포함, 1997년 은퇴할 때까지 개막전에서만 통산 7개의 홈런을 날렸습니다. 1990년 빙그레와 개막전에서는 만루홈런까지 날려 더욱 인상 깊었죠. 한대화는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그 때 그 장면들이 볼카운트에 구질까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프로선수로서 시작과 끝을 홈런으로 장식해 여한이 없습니다”고 회상합니다.
장호연(OB 베어스)은 1983년 신인 최초로 개막전 완봉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데뷔하고 1988년 롯데전와 개막전에서 사상 최초, 프로야구사상 3번째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세웁니다. 스코어는 4-0. 1995년 은퇴할 때까지 9차례 개막전 마운드에 올라 무려 6승(2패)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장호연은 “1988년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경기의 필름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쉽습니다”고 열악한 스포츠 방송계 사정을 원망합니다.
위의 세 사람은 워낙 뛰어난 기록을 남겼지만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2년 연속 개막전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도 국내 개막전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지난 1995년 삼성에서 데뷔한 이승엽은 1997년에 첫 홈런왕(32개)에 이어 1999년에는 54개로 일본의 왕정치가 세운 한 시즌 최다인 55개보다 1개 적은 기록으로 두 번째 홈런왕에 등극합니다. 이어서 2001 시즌 개막전이 열린 4월 5일 대구 한화전에서 송진우로부터 시즌 1호 홈런을 뽑아내고 세 번째 홈런왕(39개)을 차지합니다. 개막전에서 홈런을 날린 것은 그 때가 처음입니다.
2002 시즌에도 심정수(당시 현대)를 1개차로 제치고 47개로 4번째 홈런킹에 오른 이승엽은 2003 시즌 개막전에서 또 홈런을 터뜨리며 아시아 신기록 서막을 엽니다. 이승엽은 4월 5일 대구 홈경기에서 두산 선발 박명환을 상대로 1회에 밀어치기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날리고 3회에는 잡아당겨 투런 홈런을 뿜어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데 이어 4회에 2타점 적시타를 때렸습니다. 박명환으로부터 3안타 6타점을 뽑아냈습니다. 스코어는 삼성의 7-6승.
더구나 이날 홈런은 그전 해 최종전으로 거행된 10월 20일 기아와의 연장 13회 때 솔로홈런을 날린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3연타석 홈런으로 기록됩니다.
2003년 개막전에서 불꽃 방망이를 과시한 이승엽은 그 해 6월 22일(대구 SK전)에는 26세10개월4일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300홈런(종전 왕정치의 27세3개월11일) 기록을 수립하고 7월 26일(문학 SK전)에는 세계 최소경기 40홈런(78경기로 종전 기록은 배리 본즈의 82경기)을 날렸습니다.
왕정치의 한시즌 최다 홈런 기록(55개)을 깨뜨릴 수 있을 지 촉각이 모아진 가운데 이승엽은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인 10월 2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2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이경민을 상대로 대망의 56호 홈런을 터뜨립니다.
국민의 성원을 받으며 ‘국민타자’로 불린 이승엽은 이 홈런을 계기로 시즌이 끝난 뒤 일본 지바롯데 마린스로 옮겼고 2006년에는 최고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해 일본에서 개막전 홈런을 다시 한번 선보입니다. 작년 3월 31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의 개막전 5회에 우중간을 가르는 홈런 등 5타석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교진(거인)’의 4번타자 위치를 확인했고 올해는 지난 3월30일 요코하마와의 원정 개막전에서 동점 솔로홈런을 날리는 등 ‘개막전의 사나이’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이승엽처럼 개막전 홈런으로 빛을 낸 선수는 SK의 박경완입니다. 박경완은 지난 2005년 4월 4일 LG와의 문학 홈구장 개막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날린데 이어 5일 LG전, 6~7일 대전 한화전에서 잇따라 홈런을 쏘아올려 개막전 이후 4게임 연속 홈런 기록을 세웁니다.
박경완은 현대 소속이던 지난 2000년에 대전 한화전에서 한경기 4개의 홈런을 날려 이 부문 최고 기록을 수립하면서 그 해 40개로 홈런왕에 올랐는데 개막전 이후 연속 경기 홈런을 기분좋게 세우며 2004년에도 34개로 홈런왕을 차지합니다.
LG의 조인성은 지난 2000년 4월 5일 부산에서 롯데를 상대로 9회초에 그랜드슬램을 터뜨려 역대 4번째 개막전 만루홈런의 주인공이 되고 팀은 12-5로 승리합니다. 두산 안경현은 지난 2004년 4월 4일 잠실 홈구장에서 거행된 기아와의 개막전전에 역대 5번째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지만 3-9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터져 빛이 바랬습니다
장호연에 이어 개막전에서 빼어난 기록을 세운 투수는 삼성의 배영수입니다. 배영수는 지난 2005년 4월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선발 등판해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팀의 4-0 완봉승 주역이 되면서 개막전 8번째 완봉승 주인공이 되며 첫 무사사구 완봉승을 기록합니다. 그전 해 17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배영수는 이 해에는 11승에 그쳤으나 팀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데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개막전 완봉승 8차례 기록 중에 배영수처럼 개막 완봉승에 이어 그 해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사례는 이상하게도 두 차례밖에 없습니다.
선동렬이 해태 시절인 1989년에 빙그레를 상대로 개막전 완봉승을 거두고 팀이 우승을 했는데 1992년에 김상엽(삼성)이 쌍방울을 맞아 개막전에서 완봉승을 기록했지만 팀은 준우승을 차지한 것 외에는 나머지 5차례는 개막전 완봉승을 기록한 다음에 소속 팀은 4위 이하로 처졌습니다.
빛이 나지 않은 개막전 완봉승 케이스는 장호연(1983, 1988년), 이상윤(해태. 1984년), 김상엽(삼성. 1992년), 송진우(한화. 2002년) 등 4명이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비속어도 야구계에서는 돌고 있지만 ‘마수걸이가 좋아야 일이 잘 풀린다’고 첫 단추를 잘 꿰야 좋은 결과를 빚는 일이 많습니다. 바로 한화 구단이 그렇습니다. 한화는 지난 2005년 4월 2일 광주에서 벌어진 기아와의 개막전에서 선발 전원 안타의 맹타를 터뜨리며 13-3으로 대승했습니다.
0-2로 뒤진 가운데 2회에 김태균이 개막전 1회 홈런을 날리며 추격에 나서고 3회에는 타자 일순하면서 역전에 성공했으며 최고참 송진우는 선발승을 거두었습니다.
김인식 감독 체제로 그 해 출범한 한화는 스타트를 폭발적으로 끊으면서 1999년 이후 6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경사를 맞았습니다. 한화는 준플레이오프에서는 SK를 3승2패로 제치며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삼성과 접전 끝에 준우승을 거두었고 올해는 우승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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