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최근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여성들이 사법 고시, 의사 자격 시험 등에서 40%에 육박하는 합격률을 보이고 있고 초등학교 교사는 90%가 여성이라는 통계 자료도 나온다. 이런 ‘여풍’ 현상이 최근 가요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음반이나 음원 판매 순위 상위권을 여가수들이 휩쓰는,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가요계는 남녀 성비율에 가장 문제가 있는 분야였다. 1990년대 말 아이돌 그룹 시대를 거치는 동안 수많은 걸 그룹이 등장하면서 눈에 띄는 여가수들은 많아졌지만 정상을 차지하는 여가수는 보기 힘들었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시상식인 골든디스크만을 보더라도 대상을 차지한 여가수는 지난 20년간 주현미 이수영 두 명뿐이었다. 골든디스크의 본상 수상자 10명 중 여가수는 매년 한두 명 정도였다. 올해 1월 음반 판매 순위(한국음악산업협회 집계)로 좁혀서 봐도 10위 내에 여가수가 한 명도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 가요계 풍경은 낯설기까지 하다. 과거 여가수들이 대거 신곡을 발표해 가요계가 여가수 전성시대를 이룬 듯한 모습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히트곡을 여성들이 대거 차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두 여성 가수들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3일자 차트를 잠깐 살펴보면, 음반 차트의 경우 아이비와 윤미래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고 10위 내에(한터차트) 윤하와 린이 올라 있다. 음원의 경우는 더 하다. 멜론의 경우 1위(아이비-이럴거면), 2위(아이비-유혹의 소나타), 3위(윤하-비밀번호 486)를 여가수들이 휩쓸고 있다. 6위(이효리-톡톡톡). 9위(씨야-미워요)를 포함하면 톱10에 여가수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만으로 가요계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고해졌다고 말하기는 아직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여가수들의 음악 콘텐츠가 구매력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몇 년 전만 해도 기획사들이 여가수를 선보일 때는 음반 판매량을 노리기 보다는 행사나 CF, 방송 수익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았다. 여가수들의 음악이 팔린다는 것은 이제 여가수들이 가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한 이런 일이 지금까지 당연하지 못했던 것은 아이돌 그룹 시대를 거치면서 여가수 중 상당수가 노래 자체보다 브로마이드 속 핀업걸 같은 면이 더 부각돼 있어 음반-음원 구매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몇 해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톱 10을 처음으로 흑인 가수들이 모두 차지해 큰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사회적 약자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흑인 가수들이 마침내 음악계를 점령한 사건은 묘한 울림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여성 가수들이 이런 울림을 한 번 줄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나 싶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왼쪽부터 아이비 윤미래 윤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