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장성호가 찾아가는 ‘멋진 신세계’
OSEN 기자
발행 2007.04.13 11: 47

그의 별명은 ‘스나이퍼(sniper=저격수)’이다. 살벌한 표현이긴 하지만 그의 타격 성향을 잘 드러내는 별명이다. 그는 올해 한국 프로야구판에서 전인미답의 ‘멋진 신세계’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 마악 그 공간을 향해 첫 걸음을 떼어놓았을 뿐이지만, 그 길이 반드시 열리리라고 믿는다.
그의 이름은 장성호(KIA 타이거즈), 갓서른이다. 앞길이 창창한 그가 한국 프로야구사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10년 연속 3할대 타율과 세 자릿수 안타,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는 어디까지나 상상의 세계이자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장성호가 목표로 삼고 있는 신세계는 개척할 수 있는, 눈 앞의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의 열린 장’이다.
프로야구 25년사에서 아직 그 세계를 개척한 선구자는 없었다. 그 낯선 경험을 장성호가 하고 있다. 1996년 해태 타이거즈에 지명돼 프로에 입문한 장성호는 3년차인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년 연속 3할대 타율과 세 자릿수 안타, 그리고 두 자릿수 홈런을 작성했다.
그 ‘3가지 합동 기록’을 아직 10년 연속으로 그려낸 선배는 없었다. 프로야구 초창기 타격의 달인으로 칭송받았던 장효조(51. 현 삼성 라이온즈 스카우트)는 1983년부터 7년 연속 3할대 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장종훈(39. 한화 이글스 2군 코치)은 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1988~2002년)은 기록했지만 타율과 안타는 못미치고,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칠 수 있다’는 소리를 듣는 양준혁(38. 삼성 라이온즈)은 데뷔 이래 9년 연속 3할대 타율(1993~2001년)과 1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지만 아쉽게도 2002년에 타율이 2할대(.276)로 내려앉는 바람에 기록이 중동무이가 됐다. 이승엽(31. 요미우리 자이언츠)과 이병규(33. 주니치 드래건스)의 타율과 홈런, 안타 기록은 ‘이가 빠진 듯’ 기복이 있었다.
이제 그 기록에 가장 근접해 있는 타자는 장성호가 유일하다.
출발은 다소 더디다. 그는 원래 봄을 탄다. 매년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다. 그러다가 날씨가 풀리면서, 그의 손아귀에도 힘이 실린다.
올해는 개막 3연전에서 반짝했으나 그 이후 3게임에서 내리 침묵했다. 장성호는 LG 트윈스와의 잠실 개막 3연전 중 2차전에서 시즌 첫 안타를 홈런아치로 장식했다. 3년 연속 시즌 첫 안타를 홈런으로 기록한 인연이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8일에는 또 2점홈런을 날렸다. 3연전에서 10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의 활황세를 보였지만, 광주로 돌아가서 치른 현대 유니콘스와의 3연전에서 10타수 무안타로 깊은 침묵에 빠졌다. 타율도 1할대로 곤두박질쳤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장성호는 엉뚱한 구석이 있는 타자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예선리그 이탈리아전에서는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스윙연습을 할 때 방망에에 끼워놓은 링을 빼는 것을 깜빡 잊고 그대로 타석에 나섰다가 주심의 제재를 받은 적도 있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그의 성향을 잘 드러낸 일화였다.
그는 한눈을 파는 일이 좀체 없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야구이다. KIA 코칭스태프나 구단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그의 근면함과 성실성을 칭찬한다. 오후 3시에 시작하는 홈구장 훈련 때도 그는 남들보다 2시간 일찍 구장에 나가 웨이트트레이닝에 열중한다.
KIA 이건열 타격코치는 “장성호는 한마디로 눈이 좋은 선수”라면서 “워낙 자기관리를 잘해 가만히 놔둬도 3할은 칠 것”이라고 평했다. 그의 장점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3할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게임 못쳤더라도 다음날 잘하면 된다는 게 그의 발상법이다.
장성호는 ‘외다리 타법’으로 타격을 한다. 변칙타법이다. 외다리 타법은 김성한 전 감독(현 MBC ESPN 해설위원)의 권유로 시작했다. 바깥쪽 볼에 약점을 보여온 그에게 해태 타이거즈 김응룡 감독시절 타격코치였던 김 위원이 보강의 밥법으로 일러준 것이 그의 타법으로 자리잡게 된 동기였다. 이 타법은 노력을 많이하는 선수들에게 통용될 수는 있겠지만 권장할만한 타법은 아니다.(이건열 코치의 말)
장성호는 2005년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IA 구단과 재계약했다. 당시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18억 원, 연봉 4억 5000~5억 5000만 원(2년간씩) , 플러스 마이너스 옵션 4억 원씩, 최대 42억 원(최소 34억 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여느 선수들처럼 그의 사전에 ‘FA 먹튀’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는 없다. 그의 성실성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가 거침없는 타격을 보일 때 KIA 구단도 옛 해태 타이거즈의 명성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
홍윤표 OSEN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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