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 찬비 내린 날 스카이돔에서 즐거움
OSEN 기자
발행 2007.04.24 09: 42

개인적인 일로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20일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다녀왔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토론토에 머물며 로저스 센터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홈팀 블루제이스 경기를 관전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국보다 다소 기온이 낮은 토론토지만 4월 중순이면 꽃들이 활짝 피고 따뜻한 날씨를 보여왔는데 이상 기온 때문인지 내내 흐리고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나들이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캐나다인 친구 빌은 저에게 “블루제이스가 10여년 전에 월드시리즈를 두 번씩 제패(1992년과 93년) 했다가 그후에는 실망을 주고 있지만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고 하니 구경하러 갑시다. 디트로이트는 작년에 아메리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한 팀이라 게임이 볼만할 것입니다”고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계속 꾸물거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구경가기를 머뭇거리자 빌은 “스카이돔에 들어가면 괜찮을 테니 갑시다”며 자신이 입장권도 예약했다고 해서 저녁 7시 경기를 보러 따라갔습니다.
교통 체증에 애를 태우다 겨우 경기 개시 25분 전에 도착하여 정문과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들어가 25캐나다 달러(2만 2000원)란 비싼 주차비를 내고 승용차를 맡기고 내리니 기온은 영하 0도였고 비마저 내려 보통 추운 게 아니었습니다.
허둥지둥 입장해 안내원이 인도하는대로 좌석을 찾아가 본부석 중간에 자리잡고 입장권을 슬쩍 들여다보니까 57캐나다 달러(5만 원)짜리 고액권이었습니다. 로저스 센터의 입장권 값은 최하 9달러에서 VIP석 79달러짜리인데 일부 특별석은 190달러였고 식사를 하며 관전하는 곳은 200달러 이상으로 구분돼 제 자리는 상당히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탄 제가 자리한 곳은 공간이 넓어 편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것이 하나도 없었던 돔 구장이었습니다.
옆 자리에 앉은 빌은 내내 로저스 센터란 말은 사용하지 않더군요. 토론토 토박이인 빌은 예전의 ‘스카이돔’이란 표현은 시민 공모를 통해 정해져 애착이 가는데 2년여 전 2500만 달러를 주고 이곳 최대의 통신 업체 중 하나인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스’가 스타디엄 운영을 맡고 구단주가 바뀌며 명칭을 변경한 게 마뜩치 않다며 로저스 센터란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로저스 센터에 자리잡으니 추운 바깥과는 완연히 다른 별천지였습니다. 바람 한점 없고 기온은 영상 20도로 관중들은 반팔 차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본래 스카이돔은 토론토시가 1986년 10월 3일에 착공해 총 공사비 6억 2800만 달러(5500억 원)을 들여 89년 6월3일 정식으로 개장했고 두 차례 재정 적자로 어려움을 겪다가 아예 민간업체인 구단이 운영하게 됐습니다.
세계 최초의 개폐식 지붕을 가진 스카이돔은 복합 용도 구장으로 풋볼(미식축구)경기장으로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돔의 지붕을 개폐하는데 20분이 걸리고 풋볼경기를 할 때도 간단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돔의 높이는 메이저리그 돔 구장 중 가장 높습니다. 가로 34m, 세로 10m의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큰 전광판의 선명한 화면이 영화관 같아 눈길을 끌고 돔구장의 단점인 소음도 심하지 않아 옥외 경기장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체 조명이 대낮같이 밝아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또 경기장 내에는 미니 골프 코스, 호텔, 쇼핑몰 등의 다양한 부대 시설과 레스토랑과 호텔 객실에서 경기 관전이 가능해 관광지에 온 것만 같았습니다.
비교적 넓은 파울 지역과 긴 펜스(좌우 100m, 가운데 123m) 거리로 투수들에게 다소 유리한 구장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많은 홈런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돔이 닫힌 상태에서는 홈런이 많이 나오지만 날씨가 좋아 돔이 열리면 1km 떨어진 온타리오 호수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으로 인해 타자들에게 다소 불리합니다. 관중 수용 능력은 야구를 할 때는 5만516명이고 풋볼을 할 때는 5만300명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개폐식 지붕을 지니고 풋볼경기도 겸용할 수 있게 만든 스카이돔은 근처에 위치한 CN 타워와 더불어 캐나다의 대표적인 명소로서, 최고의 건축물로 유명해졌습니다. 로켓 모양을 연상시키는 CN타워는 얼마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타워입니다. 높이 553.33m의 CN타워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긴 로켓 모양의 단독 타워로 유리 전망창을 가진 4대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오르내려 캐나다를 찾는 관광객들에겐 빠뜨릴 수 없는 캐나다의 랜드마크입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에 이어 1977년에 캐나다팀으로는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팀이 된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92년에 팀 창단 15년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차지했고 다음 해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패권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동안 포스트 시즌 진출을 5번 했습니다. 1980년대 명장 바비 콕스와 지미 윌리엄스가 팀을 맡으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타자로는 제시 바필드, 조지 벨, 토니 페르난데스가 주축을 이뤘고 마운드에는 지미 키, 데이브 스팁 등이 이름을 날렸습니다.
1990년대 초반 팻 길릭 단장과 시토 개스톤 감독이 데이브 스튜어트, 로베르토 알로마, 폴 몰리터, 데이브 윈필드 등 전력 상승에 필요한 선수를 끌어 들이며 관중 동원 기록을 세울 만큼 열화와 같은 팬들의 성원을 받았습니다.
월드 시리즈 2연패 후 긴 침묵기에 들어간 팀은 한때는 로저 클레멘스를 영입하고 카를로스 델가도, 션 그린과 같은 거포들이 잠시 활약했지만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같은 전통의 강호와 같은 지구에 속해있으면서 13년째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지 못했습니다. 2002년 J.P. 리카르디 단장이 새롭게 영입되면서 본격적인 개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마침 제가 관전한 날 선발투수는 최고의 로이 할라데이가 나왔고 디트로이트도 에이스 급인 정통파 제레미 본더만이 등판해 투수전이 전개됐습니다. 2만6000여명의 관중들은 2003년 사이영상을 받고 지난 해 16승을 올린 할라데이에 열광했습니다. 최고 구속이 147km 정도였지만 제구력이 절묘했고 관중들은 일구일구에 기립박수와 환호성을 보냈습니다.
홈런 한방씩을 허용해 1-1 동점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연장 10회말에 디트로이트의 내야진의 잇따른 수비 미숙으로 블루제이스가 번트를 연속으로 성공 시키면서 2-1, 한점차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돔구장으로 날씨 걱정이 없어서인지 어린이들도 유난히 눈에 띄었고 대형 전광판에서는 이들의 순간순간 모습을 비추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학생 등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이 수시로 응원석에서 춤을 추고 블루제이스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전개돼 경기장과 관중석에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돔구장이기에 선수단과 팬들의 어울리는 모습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나흘 후 17일에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가 열렸는데 일본의 괴물 마쓰자카가 선발 등판해서인지 4만 2000여명이 몰려 들어 로저스 센터가 한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디트로이트의 마무리 주마야의 100마일 광속구도 구경하고 비교적 잘던지던 마쓰자카가 밀어내기로 결승점을 내주는 흥미로운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겠으나 이들이 등판하던 날 역시 옥외는 추위와 비로 꾸물거렸으나 대낮같이 환하고 비 걱정, 추위 걱정 없는 돔구장에서 관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돔구장 열기에 싸였다가 경기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이상하게도 추운 날씨는 누그러졌습니다. 아마도 돔구장 안에서 달구어진 내몸의 열기가 웬만한 추위도 이겨내는 모양입니다.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4월 초 메이저리그는 시작하자마자 클리블랜드 게임이 눈과 추위로 두 차례나 연기됐고 4월 15일 일요일에 만원 사례를 부를 수 있는 경기 중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등 동부에서 거행될 6게임이 폭우와 강풍 때문에 한꺼번에 연기되는 돌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돔구장 경기는 마치 딴나라에서 열리듯이 중단없이 치러졌습니다.
잠시 한국을 떠난 사이 국내에서는 안산시의 적극적인 돔구장 건설 방침과 성남시와 서울 양천구의 돔구장 건설 논의가 예전에 비해 조금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니 다행입니다. 세계적인 이상 기온 현상으로 돔구장은 더욱 필요하게 됐습니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이 “일본에는 돔구장이 여섯 군데나 있는데 그곳에 가서 경기를 하면 항상 긴장이 된다. 비가 오거나 추워도 경기를 하니까 경기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컨디션 조절에도 큰 도움이 된다. 더블헤더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라는 말은 돔구장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깨우쳐 줍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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