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아빠’와 ‘무한도전’의 엇갈린 운명
OSEN 기자
발행 2007.04.25 07: 38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불량아빠클럽’이 막을 내렸다. KBS 2TV ‘그랑프리쇼 여러분’의 한 코너에서 출발해 단독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MBC TV ‘개그야’와 SBS TV ‘야심만만’ 사이에서 고전하다 봄 개편을 맞아 사라지게 됐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폐지는 지극히 안타깝다. 가정에서 멀어져 가는 이 시대 남편, 아빠들을 웃음을 통해 다루면서 가족으로 다가가게 하는 좋은 기획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서 아쉽다는 것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30대 남성층에게는 ‘무한도전’ 못지 않은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대를 위한 예능 프로그램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더 아쉽다. 출연진이 스스로의 ‘불량아빠’ 사례를 공개하는 자기 풍자는 시청자들에게 정곡을 찔리는 데서 발생하는 공감의 웃음을 낳게 했고 은근한 열혈 시청자들을 만들어냈다. 교훈 못지 않은 큰 재미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지극히 좁은 시청자층-이 프로그램 애호가들은 대부분 30대, 그것도 남자들이었다-이 폐지로까지 이어진 부진의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불량아빠클럽’은 어딘지 모르게 무한도전과 닮아 있다. 연예인이 자신의 일상 생활을 프로그램의 소재로 삼는 변형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고 출연진이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을 내세우는 웃음의 방식도 닮았다. 이중 변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포맷은 현재 한국 예능 프로그램들의 방황과 돌파구 탐색을 보여주는 사례라 좀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최근 1, 2년 전부터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갈 길이 막막해 보였다. 자체적으로 창의적인 프로그램들도 많이 만들어 냈지만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적지 않은 수는 미국 일본의 그것을 참고해왔다. 그런데 미국 일본의 오락 프로그램들이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확 바뀌면서 이런 전환이 쉽지 않은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다소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일본의 리얼리티쇼들은 상당수가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는 ‘규모의 승부’에 나섰고 한국 방송 현실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하기가 버겁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에는 일본이 리얼리티쇼로 바뀌기 전인 4, 5년 전의 프로그램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 와중에 ‘무한도전’은 어느 정도 한국형 리얼리티쇼의 방향을 찾아냈다. 연예인의 리얼리티로 대중들의 눈길을 끌되 출연진이 세트를 이용하거나 ‘생고생’ 녹화를 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인 것이다. ‘무한도전’과 ‘불량아빠클럽’은 모두 변형된 리얼리티쇼지만 ‘무한도전’은 훨씬 활동적이고 변화무쌍한 편집과 자막, 기발한 아이템을 속속 선보이면서 10대, 20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여기에 30대 이상의 시청자들까지 보태져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것이다. ‘무한도전’과 ‘불량아빠클럽’의 사례를 보면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의 채널 선택권을 가진 계층도 추측해 볼 수 있다. 드라마는 40, 50대가 리모콘 주도권을 갖고 10, 20대들이 인터넷 다시 보기로 떠난 반면 예능 프로그램은 10, 20대들이 채널 선택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급변기 와중에 작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불량아빠클럽’의 도전과 좌절은 그래서 아쉽다. 30대 이상의 남자 시청자들이 즐겨볼 예능 프로그램은 이제 뭐가 남아 있을까. /최영균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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