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 ‘부산의 자랑’이대호, 전국구 홍보대사로
OSEN 기자
발행 2007.05.08 15: 53

이승엽(31)이 지난 해 요미우리에서 홈런을 때리고도 3루 공과를 했다고 무효가 선언되고 안타를 날렸으나 아웃으로 판정되자 화가 나 덕아웃에 들어가면서 발로 광고 간판을 걷어차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이승엽이 거친 모습을 보였음에도 “시원하다”, ”잘 했다”고 박수를 보낸 것은 그가 평소 심판 판정에 불복하는 일이 거의 없고 매너가 좋기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25)도 매너 좋기로 심판들이 인정하는 ‘굿맨’입니다. 이대호가 요즘 과열된 야구판 분위기를 미연에 방지한 사건이 있어 소개합니다.
지난 주 말에 찾은 부산 사직구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습니다. 올 시즌 초장부터 부산 야구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야구 도시’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롯데의 팀 성적이 5할을 겨우 상회하지만 8개팀 중 하위권에 들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넘어서는 분발을 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부산의 영웅’이대호가 맹타를 과시하고 있어 팬들이 더욱 열광하고 있습니다.
5일 어린이 날은 3만여 명의 관중이 만원을 이루어 경기가 끝난 다음 저는 30분 가량 장내에 머물다 “이제는 웬만큼 관중들이 빠졌겠지”하면서 밖으로 나갔다가 기겁을 했습니다. 광장에는 1만여 명의 팬들이 롯데 선수들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며 환호해 귀가 멍멍했고 꽉찬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오는데 진땀을 뺏습니다.
지난 해 타격 3관왕을 차지한 이대호는 지난 4월 21일 현대전에서 사직구장 개장 이래 장외 최장 홈런(150m)을 기록해 화제를 모으더니 지난 주말에는 작년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려 다시 한번 부산팬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대호는 지난 4일 3연전 첫 경기에서 1년에 두어 번 볼 수 있는 드라마틱한 홈런을 뿜었습니다. 삼성은 3-1로 앞선 8회 말 1사 1루에서 이대호가 들어서자 좌완 권혁 대신 ‘최고의 소방수’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이대호는 볼카운트 1-0에서 시속148㎞짜리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05m 동점 2점 홈런을 날렸습니다. 간판타자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롯데는 9회 말 이원석의 좌전 안타와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 기회를 잡고 오승환의 원바운드 폭투에 이어 이승화가 커다란 타구를 날려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같은 날 잠실구장에서는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이 봉중근의 빈볼과 안경현의 마운드 돌진-집단 난투극를 벌였습니다. 이틀 후에는 양팀 코치들까지 감정 싸움에 나서 두 번째 충돌 사태를 빚을 뻔했습니다.
시즌 초반 모든 팀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 선수들의 촉각이 예민한 요즘 상황에서 이대호는 6일 삼성전에서 놀랄만한 자제력과 슬기를 보여 강타자 명성 이상의 빛을 발했습니다.
7연패에 빠진 삼성은 거포 양준혁이 1회와 9회에 솔로 홈런 한방씩을 날려 2-0으로 연패 수렁에 벗어났습니다. 삼성 선발 안지만의 역투에 눌려 점수를 뽑지 못하던 롯데는 0-1로 뒤지고 있던 8회말에 1사 1, 2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4번 이대호가 타석에 나서자 오승환이 긴급 등판했습니다. 이틀 전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볼카운트는 2-3, 풀카운트까지 갔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오승환은 몸쪽 공을 던졌고 최수원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해 이대호는 삼진을 당했습니다. 최수원 주심은 몸쪽 꽉찬 공이라 해서 스트라이크를 선언한 것입니다.
이날 경기의 감독관으로 본부석에서 지켜 본 우용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은 “만일 볼로 판정됐으면 1사 만루가 돼 롯데의 득점 기회가 보다 확실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면서 “사실 그 공은 스트라이크로 선언돼도 무방하고 볼로 판정해도 괜찮은 것였죠. 올해는 특히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져 이대호는 아마도 볼인 줄 알고 가만히 있었던 모양입니다. 워낙 오승환의 공이 좋았고 그 정도 공이면 스윙은 해야 하는데 볼로 여긴 게 잘못이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순간을 케이블 TV 중계로 지켜 본 기술위원 몇 명도 역시 “그건 볼로 판정해도 괜찮은 것 아니냐”며 서로 전화 통화를 교환했다고 합니다. 만일 볼로 판정돼 이대호가 걸어나갔다면 만루가 됐고 다음 타자 호세가 희생타 정도는 때려 1-1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어떤 야구인은 심판은 되도록이면 홈팀에 유리한 판정을 하는 게 관중 동원에 좋은데 최수원 심판이 너무 고지식하게 판정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용득 기술위원은 “그 때 이대호가 스트라이크를 순순히 인정하고 물러나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이대호가 불만을 품고 항의했으면 관중들이 자극을 받아 장내가 소란했을 것입니다”면서 “롯데 강병철 감독도 특별히 어필을 하지 않아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고 상황을 설명합니다.
이날 사직구장에는 비가 내리는데도 1만 5000명의 관중이 입장해 주홍색 비닐봉지 응원과 ‘부산 갈매기’를 합창하며 뜨거운 성원을 보냈습니다.
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요즘 이대호의 이 같은 모습은 정말 모든 야구선수들이 본받을만한 것입니다. 이대호는 심판 판정에 대해 평소 “애매하고 불리한 판정이라도 한번 내려진 것에 항의한다고 고쳐지지도 않는 일이어서 그냥 넘어가는 게 좋다고 봅니다”고 대범한 자세를 보입니다.
타격 1위, 홈런왕, 타점왕 등 3관왕을 지난 해 차지한 이대호는 올해도 타율 3할7푼2리(2위), 홈런 7개(3위), 타점 20점(3위)으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고 고의사구는 5개로 양준혁과 함께 공동 선두일 정도로 다른 팀 감독들이, 투수들이 기피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해 일본에서는 전력 분석요원들이 빈번히 한국을 찾고 있는데 그들의 관심과 경계 대상 1호가 이대호라고 합니다.
부산야구의 자존심이고 자랑인 이대호가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매너 좋은 선수로도 인식돼 반갑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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