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2007년 대통령 선거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각 당의 후보는 올해 하반기 들어서야 확정될 전망이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은 대선 한 달 전부터 시작되지만 예비 후보들은 벌써부터 저마다 세력 확대를 위해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대통령 선거는 그 결과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가요계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대선과의 연관성을 찾기에 한국 가요계는 너무 영세하고 마이너리티다. 음악 산업의 규모가 거대하고 체계화된 미국의 대선 경우 가수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한다. 모금 활동에 앞장서고 홍보 활동도 한 다음 지지 후보가 향후 당선자가 됐을 때는 문화 정책에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적극적인 참여와 그에 따른 문화 정책의 방향 제시는 요원한 일이다. 오히려 음반 시장 붕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요계에 있어 대선은 ‘악재’에 가깝다. 좋을 일은 별로 없고 손해 보는 일만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음반 판매가 급감한 이후로 주 수입원이 된 행사가 대선으로 인해 확 줄어든다. 가수 들의 행사는 크게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주최로 나뉘는데 대선 두 달 전, 즉 선거일 한 달 전 시작되는 공식 선거 운동의 한 달 전부터 지자체의 행사는 선거법 상 금지된다. 특정 후보의 선거 운동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수나 제작자들은 울상이다. 음반 시장이 어려워진 후 행사를 잘 안 하는 음악 장르의 가수들까지 행사 따내기 경쟁에 뛰어들어 가뜩이나 행사 구하기 어려운 판에 아예 행사 횟수 자체가 줄어드니 대선이 반가울 리 없다.
음반이나 음원 판매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음반 주 구매층인 젊은 층의 관심이 현 대통령인 노무현 후보에게 쏠렸던 2002년 양상이 재현된다면 음악에 대한 관심은 또 다시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02년은 가요계에 있어 암흑시대가 시작된 해이다. 2002년은 연간 최다 음반 판매량이 처음으로 100만 장 이하로 떨어진 해이다. 월드컵이 있었고 이 해를 전후로 해 음원 불법 다운로드가 크게 늘어난 점이 주 원인이기는 하지만 가요계 관계자들은 그 해 대선도 큰 악재였던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선 후보의 지원 요청을 받은 가수들은 난감하다. 후보들은 대중적 주목도가 높은 가수들에게 유세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가수들 처지에서는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많은 대중들이 가수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면 ‘의식과 정치관을 갖추고 있다’는 평보다는 ‘노래나 하지 왠 정치냐’면서 질책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의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기 바쁘다.
대선은 어찌 보면 사회의 각 이익집단들이 자신의 영역이 발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치관과 정책을 가진 후보를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지원하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 내는 민주주의의 한 구동 방식이다. 가요계 역시 이제는 대선이 오면 줄어드는 수입과 불편함에 울상만 지을 것이 아니라 가요를 발전시키는 한 계기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영균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