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 (이)승엽아! 배팅폼을 본디대로 해라!
OSEN 기자
발행 2007.05.15 15: 16

야구팬이라면 TV 중계에 나온 이승엽(31.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모습을 보면서 “어째 힘이 없어 보이네”라는 소리를 저절로 할 것입니다.
이승엽이 삼성 라이온즈 입단 첫 해인 1995년, 당시 감독이었던 우용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은 “타격자세가 작년에 비해 달라진 게 많아 걱정이다”며 더 안타까와 합니다. 2년 전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이승엽을 지도했던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 역시 “승엽이가 부상으로 고생해 타격폼이 바뀌면서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승엽이 일본 진출 이래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 5월 8일 한신 타이거스전에서 올 시즌 8호 홈런을 날리고 3안타를 몰아쳐 ‘이승엽이 자신의 스윙을 되찾았다’, ‘요미우리 4번이 돌아왔다’, ‘이승엽의 부활’, ‘이승엽 어깨 부상에서 벗어났다’라며 기대가 컸습니다. 이승엽 자신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치는 순간 소리로 홈런임을 직감했습니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스윙이었어요”라며 근래 부진했던 모습에서 탈피할 것임을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이승엽은 그 후 지난 13일까지 5경기에서 22타석 18타수 무안타로 부진해 타율이 2할4푼2리(153타수 37안타)로 떨어져 일본 진출 이래 최악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일본 진출 첫 해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던 마린스 시절 타율 2할4푼을 기록하고는 한번도 2할5푼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2할4푼대로 떨어진 것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개막전부터 갑작스레 왼쪽 어깨에 통증이 생기더니 4월 중순부터는 타격시 왼손 엄지손가락 부분에 울림 현상까지 생겨 스윙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수술을 받은 왼쪽 무릎 역시 아픈 건 아니지만 과감하게 내딛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그 동안 왼어깨 통증과 왼손 엄지 울림 때문에 왼손을 쓰지 못해 오른손으로만 스윙하며 몸쪽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는데 지난 8일 홈런을 때릴 때는 왼손에 힘을 주며 두려움을 버리고 몸쪽 공을 제대로 받아쳤습니다.
이승엽은 “현재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점점 몸이 좋아질 것”이라며 금명간 컨디션 회복을 자신했습니다.
우용득 위원은 “시즌 초 왼쪽 어깨 부상을 입은데다 왼손 엄지의 울림증까지 생겨 고전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빨리 통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그래서인지 타격 자세가 약간 달라졌다. 특히 투구를 기다릴 때 배트를 쥔 양팔의 자세가 예전보다 앞으로 나와 있고 이 때문에 스윙 순간 무리가 가는 것 같다. 양팔을 예전처럼 몸쪽으로 당겨 배트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합니다.
경북고 시절 투수였던 이승엽을 삼성 입단 첫 해 과감하게 타자로 변신시킨 우용득 위원은 “승엽이는 삼성 시절 5월에 강했다. 홈런도 가장 많이 때린 게 5월이었다”면서 “요미우리의 팀 성적이 1위를 달리고 있어 부담이 적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몸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면 틀림없이 빠른 시일내에 자신의 좋았던 자세와 기록을 보여줄 것이다”고 예상했습니다. 이승엽은 삼성에서 뛸 때 1999년과 2003년에 5월 한 달 동안 홈런을 15개씩 날려 월간최다홈런 기록을 아직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성근 감독은 “이승엽이 타격시 앞으로 향하는 오른쪽 어깨를 투수와 일직선으로 보고 똑바로 유지해야 하는데 예전보다 포수쪽으로 향하는 자세가 눈에 띈다. 앞 어깨가 뒤로 처지면 자연히 타격하는 순간에는 어깨가 빨리 열리고 배트 스윙에 문제가 생긴다”고 타격폼이 달라졌다고 지적합니다. 또 “배트를 들고 있는 양팔도 앞으로 나와 있는데 아마도 왼 어깨와 왼손 엄지 부상을 커버하기 위해 그런 모양이지만 그런 자세에서는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합니다.
김 감독은 요미우리 타격 코치인 우치다 준조가 지난 달에 전화를 걸어와 이런 문제점을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SK 사령탑을 맡아 와이번스팀을 지휘하느라 이승엽의 경기 중계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아 근래 한 차례만 관전했는데 자세가 달라진 게 눈에 띄었다고 말합니다.
김 감독은 “요즘은 내가 직접 이승엽이에게 전화로 조언하지는 않는다. SK에 전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문제는 이승엽이 전부터 코치들의 이야기는 잘 듣는 편이지만 조금 안되거나 좋아지지 않으면 자신이 금세 타격폼을 바꾸는 습성이 있다. 지금은 자주 타격폼을 바꾸는 시기는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광권 SBS 해설위원도 지난 시즌과 현재 이승엽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위원은 “이승엽이 지난 겨울 연습량이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팅 스피드가 많이 느려졌으며, 하체와 상체가 무너져 팔로만 스윙을 하고 있다. 어깨도 일찍 열리고 머리도 너무 움직인다. 허리를 동반한 회전이 없다 보니 배트가 밀리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위원은 그러나 13일 요미우리-주니치전을 중계하면서 이승엽이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6회에 파울 홈런을 기록하는 등 예리한 타구를 날리자 “이제 서서히 자신의 타격 솜씨를 찾은 듯 싶다. 금명간 좋아질 것이다”며 이번 주부터 10경기 연속 원정경기에 나서는 이승엽이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승엽이 무안타 행진을 벌인 것은 3년 전 마린스 시절 5월 초에 12타석 무안타가 최다기록이었는데 그보다 더 부진한 것을 보면 그의 몸 상태가 우리가 겉으로 아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은 듯 싶습니다. 하지만 이승엽은 ‘라이언 킹’답게 되살아날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5월의 왕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본 언론도 14일 ‘승짱 부활에 팀 흥망이 달렸다’며 이승엽의 요미우리 내 비중과 함께 이승엽의 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홈런 8개로 우즈(주니치)의 16개에 멀리 떨어져 있고 타점은 23점으로 팀내에서 니오카(26점) 오가사와라, 다카하시(이상 25점)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승엽이 요미우리 4번타자로 제 몫을 해 줄 날이 기다려집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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