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삼성 구단의 어두운 그림자
OSEN 기자
발행 2007.05.25 10: 17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인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삼성 라이온즈 구단에 3할대 타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전통적으로 강타력의 팀으로 인식돼 왔던 삼성이 2005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직까지 3할대 타자를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삼성에서 3할대 타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해내지 못한 것은 2005년이 유일했다. 그런 불명예가 올해도 재연될 조짐이다.
5월24일 현재, 3할대 이상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는 모두 11명이다. 7개구단 선수들이 골고루 포진돼 있지만, 삼성 타자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 타자들 가운데 타격순위가 가장 높은 것은 공동 19위의 양준혁(38)으로 타율이 2할8푼6리. 그나마 양준혁이 최근 6게임에서 5할5푼6리의 고공행진으로 3할대를 넘보고 있을 뿐이고 박한이(28)가 2할7푼1리로 타격 30위에 턱걸이하고 있다. 30위 안에 든 타자가 달랑 두 명뿐이다.
2005, 2006년 한국시리즈를 연패한 삼성 구단은 2005년에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3할대 타자 없이 우승한 구단’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2006년에는 양준혁이 3할3리로 체면치레를 했다. 만약 양준혁이 아니었더라면, 삼성 구단은 남우세를 톡톡히 살 뻔했다. ‘명망가’ 양준혁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하다는 점은 삼성 타선의 빛이자 동시에 그림자이다. 양준혁은 1993년 프로입단 이래 2001년까지 9년연속 3할대 타율을 기록했고 2002년(.276)과 2005년(.261) 두 해는 2할대로 추락했다.
‘방망이를 거꾸로 쥐어도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라는 명성에 약간 흠이 가기는 했으나 양준혁은 올해 삼성에서 3할대 타율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게다가 양준혁은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25)과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25) 두 신진 강타자와 홈런왕 대결을 주도하면서 침체돼 있는 삼성 타선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은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의 좌타자 장효조(1983, 85~87년)와 이만수(1984년)에 이어 양준혁(1993, 96, 98년, 2001년은 LG) 등 3명이 모두 8차례나 수위타자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그 위력이 수그러들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한국 최고의 투수로 칭송받고 있는 선동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나서부터였다.
삼성이 올 시즌 예상을 뒤엎고 중하위권에 처져 있는 것은 에이스 배영수의 공백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타선의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 3연승을 거두며 공동4위에 올라선 것은 ‘양(준혁)-심(정수)’포의 분발덕분이지만 타선 전체의 짜임새가 떨어져 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응룡 삼성 감독 시절 수석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쌓았던 선동렬 감독은 팀 우승을 위해서는 마운드 강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식, 투수진 단련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오승환, 권오준, 권혁 같은 뛰어난 투수들을 조련, 2005년에 사령탑에 오른 다음 한국시리즈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데는 성공했다.
반면, 타선은 심정수, 박종호, 박진만 등 FA선수들로 수혈하는 응급책으로 꾸려갔지만 팀 자체 육성 차원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팀 전력상 투타의 불균형을 의식한 선 감독은 작년 시즌을 마치고 박흥식 코치를 2군으로 보내고 이종두 코치를 1군으로 불러올리는 타격코치 교체와 일본인 타격인스트럭터 기용 등으로 처방을 내렸지만 아직까지는 별무신통,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선 감독은 작년 시즌 후 “마운드는 어느정도 정비됐으므로 이제부터는 타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선언하면서도 “마땅한 타격 재목감이 안보인다”며 한탄한 바 있다. 타고난 자질을 갖춘 타자가 드문 현실에서 육성에는 한계가 있음을 실토한 말이기도하다.
3할대 타자의 부재가 팀 전력의 빈곤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타순운용에 애로를 겪는 것은 어쩔수 없다. 선동렬 감독은 5년 임기(올해가 3년째) 동안 3차례 우승을 공언해 왔다. 상대적으로 노쇠화한 타선의 세대교체는 선동렬호가 안고 있는 큰 현안이다.
홍윤표 OSEN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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