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6월 4일 현재 팀 성적이 승률 5할로 6위를 마크하고 있지만 1위 SK와는 2게임차 밖에 나지 않습니다.
지난 해 7위(팀승률 4할7리)에 그친 롯데에 대해 당초 전문가들은 올 시즌도 계속 하위권에서 헤맬 것이라고 봤는데 48경기를 치르면서 팀 타율은 1위를 달리고 있고 투수진의 팀 평균자책점도 4위로 떨어졌지만 보름 전까지는 1위를 질주해 선두권을 맹추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돌풍의 주역은 지난 해 타격 4관왕을 차지한 이대호로 올해도 타격( .359), 장타율(.660), 출루율(.503), 최다 안타(55개) 등에서 1위에 올라 있고 홈런과 득점에서도 각각 11개와 30개로 공동 3위를 달리는 등 타격 전부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만 타점은 하도 상대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피하는 통에 32점으로 6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몸에 맞는 볼 등 사사구는 무려 45개로 1위, 고의사구 역시 14개로 1위를 차지하는 등 단연 상대 투수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강타자입니다.
이대호 한 명만이 잘 때리고 있는 게 아니라 13년째의 박현승(35)이 늦깎이 안타제조기로 등장했고 정보명, 이원석, 이승화는 3할 안팎의 호타를 날려 8개 구단 중 가장 화끈한 타선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또 포수 강민호는 4년생에 불과하지만 최고 포수 반열에 올라서면서 타율은 2할3푼대이나 타점(25점)은 팀내 2위로 결정적인 순간 한방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마운드에서는 손민한(6승2패)이 꾸준하게 안정적 피칭을 보여주고 ‘돌아온 홀드왕’ 임경완이 싱싱하게 던지고 있으며 155km대의 최대성이 제구력을 갖추며 카브레라와 함께 중간과 뒷문 단속을 더욱 단단하게 조이고 있습니다.
다만 염종석과 이상목이 초반에는 잘 던지다가 두 달째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마운드에 불안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 공백을 메워 줄 신예 장원준의 분전이 필요한데 그마저 들쭉날쭉한 피칭을 보여줘 조마조마합니다.
그런데 팀 타율 1위에 팀 평균자책점도 비교적 좋아 한마디로 잘 던지고, 잘 때리고 있는데도 팀 성적은 좀처럼 선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롯데가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응집력 부족입니다. 팀타율은 2할7푼5리로 단연 1위이지만 득점은 206점으로 SK-두산-한화에 이어 4위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SK는 팀타율 2할5푼으로 타율은 롯데에 비해 2푼5리나 뒤진 4위이나 득점은 217점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뽑고 있습니다.
그리고 롯데는 수비에서 실책이 35개로 3번째로 많은 에러를 범하고 있어 내주지 않아도 될 실점을 연발해 경기 분위기를 망치는 게 주원인으로 보입니다. 또 수비에서 어설픈 플레이나, 판단 착오로 인한 플레이 등 실제로 기록되지 않는 실책 숫자가 많다고 야구인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타율과 평균자책점에서 좋은 기록을 내고 있는 것에 비례해 전체 팀 성적을 올리려면 ‘구슬이 서말이라도 잘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좋은 자료를 요소요소에 잘 엮어넣어야 한다고 봅니다.
‘구슬’의 대표적인 본보기가 2루수 손용석(20)입니다. 손용석은 야구 재능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먼저 롯데의 구단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손경구(52)씨의 아들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손용석은 부산고 졸업 뒤 2006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롯데 유망주입니다. 당시에는 1차지명이 아버지가 구단 직원이라 덕을 봤다는 이상한 소리도 나왔으나 야구인들은 손용석이 타자로서 성공할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김무관 타격코치는 “타격에 대한 재능은 타고난 선수다. 맞추는 능력과 공격적인 타격 등이 아주 좋다”며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당시 손경구 씨는 “사실 아들의 1차 지명 소식을 듣기까지 아들 못지않게 마음을 졸이고 긴장했습니다. 특히 구단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으니 혹시 쓸데없는 오해라도 받을까 두려워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웠습니다”고 회상합니다.
“스카우트 팀장이 ‘용석이가 1차 지명됐으니까 안심하라’고 알려주는데, 순간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그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양상문 감독님이었어요. 감독님은 용석이가 실력이 좋아서 뽑힌 거라고 말씀 하셨지만 제 생각에는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1차 지명 소식을 듣고는 바로 감독님께 달려가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조용히 정식 발표가 날 때까지 기다렸죠. 며칠 동안 말도 못하고 벌어지는 입을 다무느라 혼났어요.”
손용석이 타격에 재질이 뛰어나 프로에 1차 지명을 받았지만 아버지가 주변으로부터 존경 받는 생활을 했다고 이충순 전 롯데 투수 코치는 말합니다.
“처음에 손경구 씨는 2군 버스를 운전했는데 냉난방이 제대로 안되는 2군 버스 안에서 선수들은 유니폼이나 양말 등 옷가지를 마구 구겨놓고 방치하기 일쑤였다. 손경구 씨가 이를 일일이 수거해 세탁까지 해서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또 손경구 씨는 구단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인사를 잘해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전합니다.
손용석은 5살 때 처음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당시 롯데제과에 근무하다가 롯데 자이언츠로 직장을 옮긴 아버지는 구경삼아 아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갔고 삼촌뻘의 선수들은 다섯 살짜리 용석이를 조카처럼 귀여워했습니다.
어린 시절 롯데 선수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용석군은 당시 박정태나 김민호가 자신을 예뻐해주던 게 생각난다고 합니다. 야구장 벤치에서 선수들과 함께 지내던 그는 주전선수들의 타격 폼을 모두 흉내내며 자랐습니다. 당시 마린스 리틀야구단을 창설해 운영하던 김정수 전 롯데 코치는 프로야구선수들의 타격 폼을 그대로 흉내 내는 초등학생 용석이를 눈여겨보고 아버지에게 정식으로 야구 입문을 권유했습니다.
대천초등학교-부산중-부산고에서 투수와 타자로 뛰어난 솜씨를 보인 손용석은 1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지난 해 롯데에 입단했습니다. 두산 베어스의 김동주와 같은 거포가 되고 싶다는 손용석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습니다. 하나는 1군 주전선수가 돼 아버지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전국의 야구장을 누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힘으로 5층짜리 건물을 사서 온 가족이 함께 사는 것입니다.
손용석은 지난 해 1군경기에는 4게임에 나와 3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올해는 14경기에 출전해 26타수 9안타(2루타 2개)로 타율 3할4푼6리, 타점 6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전 박기혁 대신 출장하고 있는데 매서운 방망이 솜씨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178cm, 82kg의 그가 2루수로 수비가 아직은 미숙하다는 것입니다.
강병철 감독은 “아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체중을 좀 줄여야 하고 발이 느린 게 문제”라고 합니다. 또 “수비 때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눈에 띈다”고 지적합니다.
타격에서도 변화구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특히 바깥쪽에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한 게 흠입니다. 하지만 손용석의 스윙을 보면 거포다운 맛이 절로 느껴져 많은 팬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손용석처럼 롯데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투수 임경완(32)이 있습니다. 2004년에 4승6패5세이브 22홀드로 홀드왕에 오른 임경완은 두둑한 배짱으로 거침없이 던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선발진이 탄탄치 못한 롯데로서는 선발로 돌리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또 손용석처럼 2년생인 외야수 김문호(20)도 주목할 인재입니다. 덕수정보고 2학년 때 화랑대기와 황금사자기대회에서 거푸 MVP를 수상한 경력을 보듯이 좌타자로서 타격감이 뛰어납니다. 올해는 대타자로 주로 출장하며 15타수 7안타(.467)의 놀라운 타격 솜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롯데는 빛을 내지 않고 있는 구슬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가꾸고, 어떤 방식으로 출전시키며, 언제 기용할 지 코칭스태프의 용병술에 따라 개개인이 꽃을 피울 수 있고 팀 성적이 개인 기록과 비례해 상승 곡선을 그릴 것입니다.
참! 하나 잊은 게 있습니다. 6년간 최대 40억 600만 원을 주고 데려온 정수근 이야기입니다. 요즘 그는 한마디로 헤매고 있습니다. 2번타자로서 제 몫을 하지 못하고 배트 스피드도 둔해졌으나 그는 아직은 나이 서른으로 얼마든지 잘 뛸 수 있는 재질을 갖춘 베테랑입니다. 연봉 3억 원 값어치라도 하도록 그의 재능을 다시 이끌어내는 것도 롯데의 커다란 과제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