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들어 LG 포수 조인성(32)의 뛰어난 활약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팀의 8번 타자로서, LG의 유일한 3할타자로 팀내 타율 1위(.306), 장타율 1위(.469), 타점 3위(25점), 출루율 2위를 기록하고 있고 힘든 안방 마님 자리를 2경기 빼놓고 모두 출장하는 강한 체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이나 일본을 합쳐도 8번 타자가 이렇게 빼어난 기록을 보이는 선수는 트윈스의 조인성 뿐일 것입니다.
지난 1998년 LG에 입단한 조인성은 작년까지 9년 동안 평균 타율이 2할5푼1리였고 최고 타율을 기록한 게 5년 전인 2002년에 2할6푼8리인데 비해 올해는 타율이 무려 4푼이나 높은 3할대를 때리고 있습니다.
도루를 시도하는 주자를 투구를 받자마자 총알같이 던져 ‘앉아 쏴!’로 유명한 그의 도루저지율도 지난 해는 3할5푼5리로 전체 포수 중 3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3할8푼7리(19번 허용, 12번 저지)로 더 높아져 탄탄한 수비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인성이 올해 분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역 최고의 포수인 김동수(39. 현대. 연봉 3억 원)과 박경완(35. SK. 연봉 3억 원)은 나이가 많다고 쳐도 비슷한 또래인 진갑용(33. 삼성)이나 아래인 홍성흔(30. 두산)의 연봉이 자신의 연봉 2억 5000만 원보다 많은 것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진갑용은 올해 연봉이 5억 원이지만 실제는 올해부터 3년간 최대 27억 원에 계약을 맺었고 홍성흔은 연봉이 3억1000만 원으로 6000만 원 더 많습니다.
야구계에서는 조인성이 블로킹 능력과 도루저지 견제 송구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아주지만 투수 리드는 진갑용과 홍성흔에 비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어 조인성으로서는 프로 10년째 되는 올해를 기해서 이를 극복하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를 채찍질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입니다. FA 자격은 9시즌을 규정경기(한 시즌에 ⅔ 이상 출전) 이상 소화한 선수에게 부여하는데 조인성은 1999년에 56경기만 출장해 올해 말 자격을 얻습니다.
조인성은 지난 해 말 도하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일본과 대만에 패한 아픔도 씻을 의무(?)가 있습니다. 오는 11월 말 대만에서 벌어질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 다시 대표팀 포수로 선발돼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싶을 것입니다. 도하아시안게임 때는 홍성흔이 본래 포수로 선정됐으나 부상을 이유로 빠지자 대타로 나섰는데 이번 대표팀 선발에는 실력으로 자리를 차지해 ‘현역 최고 포수’ 영예를 안을 작정입니다.
조인성처럼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의 요즘 활약은 대부분 대단합니다. 김동주(31. 두산 3루수)를 비롯 이호준(31. SK 1루수), 이진영(27. SK 외야수), 이재주(34. 기아 1루수), 조웅천(36. SK 마무리 투수), 최원호(34. LG 선발투수) 등이 FA 후보인데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백재호(31. 한화 내야수), 이영우(34. 한화 외야수), 이도형(32. 한화 포수), 최기문(34. 롯데 포수) 등도 자격을 얻는데 올 시즌 초반에는 저조하거나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점차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눈여겨 볼 선수는 김동주입니다. 지난 해 봄 WBC 예선 때 어깨를 다쳐 정규 리그에 43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해 FA 자격을 얻지 못했던 불운의 김동주는 올해는 1998년 두산에 입단한 이래 최고의 타격과 3루 수비 솜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46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우면서 아웃코스나 인코스 모두 밀어치고 당겨칠 줄 아는 멀티히터에 3루 수비까지 잘해 누구나 탐낼 선수로 우뚝 솟아 올랐습니다.
김동주는 올 시즌이 끝나고 일본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큰 선수여서 국내팀들은 ‘강건너 불구경’ 신세가 될 지도 모릅니다.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은 김동주가 일본에 온다면 3루 수비가 좋아 원하는 구단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 시즌에 규정투구 횟수의 ⅔ 이상을 던지며 9시즌을 치러야 FA 자격을 얻는 투수는 조웅천과 최원호 두 명이 있는데 둘 다 비중 있는 몫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0년 태평양에 입단한 이래 19년만에 자격을 따내는 조웅천은 지난 해보다 더 좋은 페이스로 올 시즌 들어 박명환, 하리칼라에 이어 많은 투구이닝이 던지며 2승3패3세이브, 평균 자책점 2.00을 기록, 2003년 세이브왕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원호는 근래 지친 모습을 보이지만 올 시즌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4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베테랑 포수 김동수는 FA 자격과는 상관없이 매년 계약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올해는 얼마 전까지 3할대 타율의 맹타를 날렸습니다. 김동수는 지난 해까지 17년 평균 타율이 2할6푼2리인데 올 시즌은 현재 2할9푼5리로 타격 16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재정적으로 빈약했던 유니콘스에 소속돼 연봉 계약에 불만을 감수해야했던 김동수는 이제는 구단이 다른 구단으로 넘어가든지 공중분해되는 처지가 되자 새로운 팀에서 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팀의 김수경(28)은 올해 초 1년간 연봉 4억 원, 옵션 1억 원 등 총 5억원에 계약했습니다. 올해 옵션을 채우면 계약을 2년 연장하는 조항도 포함시켰습니다.
김수경은 계약을 마치고 “더 많은 액수를 원했으나 최근 몇 년간 성적이 부진했던 게 구단에 호감을 주지 못한 것 같다. 올해 열심히 해 내년 시즌 2년 계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수경은 올 시즌 6승3패에 평균자책점 3.88의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자주 우는 어린아이가 평소에는 “호랑이 온다”는 달래는 말로 울음을 그쳤지만 어느 날은 호랑이 온다는 말보다 곶감을 주자 울음을 그치는 것을 밖에서 지켜보던 호랑이가 곶감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 우화처럼 FA 자격을 앞두지 않은 시즌에는 느슨하게 뛰다가 FA 자격을 1년 남긴 시즌이나 팀이 해체되는 운명을 맞으면 죽기 살기로 뛰는 게 선수들 생리입니다. 선수들에게는 FA가 곶감인 모양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