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OSEN 기자
발행 2007.06.13 08: 56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가창력 없이는 살아 남기 힘든 가요계가 된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립싱크, 비주얼이 중시되는 아이돌 가수 열풍에 대한 반작용으로 밀레니엄 시대에 들어서자 ‘가수의 성공에는 가창력이 필수’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 가요계의 절대 명제가 됐다. 댄스 가수들도 라이브에 열성이고 최근 등장하는 신인 가수들은, 특히 R&B 계열을 중심으로 ‘빼어난 가창력’이라는 홍보 문구가 없으면 뭔가 잘못돼 보일 정도로 가창력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실력파’라는 신인 가수들의 등장을 보면서 가요계 내부에서는 ‘과연 이들이 정말 빼어난 가수인가’라는 자문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음이 몇 옥타브에 이르고 화려한 R&B 꺾기 테크닉을 구사하고 성량이 관객을 압도할 만큼 크고 하는 최근 실력파 신인들의 자랑거리가 과연 가수 능력 판단의 척도가 될 수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가수들과 작사 작곡자 등 음악 창작자들로부터 노래 잘 하는 기준, 뛰어난 보컬리스트란 뭔가를 듣고 나름대로 정리해 봤다. ▲편안한 노래=방송사 가요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다른 가수들이 넋을 놓고 공연을 바라보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이승철과 김건모다. 그리고 가수들은 이들의 노래를 듣고 ‘어떻게 노래를 저렇게 쉽고 편하게 하지’라고 중얼거린다. 이승철과 김건모의 노래는 실제로 불러 보면 굉장히 어려운 곡들이 많다. 하지만 이 둘은 노래를 너무도 편안하게 소화한다. 편안하게 부르는 노래는 듣는 청중들이 긴장을 풀고 노래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이승철 김건모보다 후배 가수들 중에는 화요비가 이런 계열로 꼽힌다. R&B 음악을 할 때도 테크닉에 열중하기 보다는 편하게 노래를 잘 불러 ‘R&B 가수 노래 잘 하는 순위’가 있다면 대중들이 매긴 순위보다 가요 관계자들이 느끼는 순위가 훨씬 더 높을 가수다. ▲필(feel) 또는 맛=늘 ‘노래 못해요’라고 얘기하는데 노래 잘 하는 것으로 손꼽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바비킴과 윤미래다. 이들은 겸손하기도 하지만 본인들이 원래 래퍼이기 때문에 노래에 대한 칭찬이 나오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실제로 이들은 기술적으로는 노래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가끔 있다. 하지만 필이 워낙 좋아 이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몰입이 되고 감정이 움직인다. 예나 지금이나 감정을 움직이는 노래가 가장 좋은 노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노래를 맛깔 나게 불러서 높은 평가를 받는 가수들이 있다. 쿨의 이재훈과 DJ DOC의 김창렬이다. 맛깔 난다는 것은 이들이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가 생기를 갖는다는 의미다. 많은 제작자들이 피처링으로라도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진짜배기 가수들이다. ▲축복의 저음=다른 가수들로부터 가장 부러움을 사는 것 중 하나가 좋은 저음이다. 훈련으로 낼 수 있는 고음을 높일 수는 있지만 음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훌륭한 저음을 낼 수 있는 가수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김동률과 이소라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물론 둘은 저음 뿐 아니라 고음도 좋고 감정 등 기타 모든 면에서 최고 점수를 줄 수 있는 보컬리스트지만 저음의 축복이 이들의 지위를 한 단계 더 올려 놓는다. ▲끝없이 진화하는 테크닉=사실 보컬 테크닉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좋은 가수 평가 기준에서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 테크닉 자체가 오히려 청중의 감정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테크닉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가수가 있다. 바로 브라운아이즈 나얼이다. 나얼은 단순히 테크닉이 좋아서 상찬을 받는 것이 아니라 테크닉이 음반을 낼 때마다 끝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가수들은 테크닉 개발이 어느 순간 멈추지만 나얼은 아직까지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컬 테크닉을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우려면 이 정도는 되야 할 듯싶다. /최영균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이승철과 김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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