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두살의 젊은 롯데 포수 강민호에 대한 평가가 분분합니다. 프로 4년째인 강민호는 작년부터 자이언츠의 주전포수로 자리 잡았고 지난 해 말 도하아시안게임에 대표 선수로 뽑힐만큼 빠른 시일에 부쩍 컸습니다. 지난 해는 전체 포수 중 유일하게 전경기에 출장해 김동기-박경완-진갑용-홍성흔에 이어 사상 5번째로 한시즌 전경기에 출전한 포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도 강민호는 롯데의 전경기에 출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현대와의 경기서 롯데가 3-10으로 대패한데 대해 팬들의 의견이 봇물처럼 포탈 사이트에 올라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중에 특히 그날 롯데가 대패한 이유를 강민호의 ‘투수 리드 능력 부족’이라고 지적한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내용은 염종석, 임경완, 최대성 등 좋은 공을 가진 롯데 투수들인데 강민호는 마스크 쓰고 5회까지 17안타를 허용했고 최기문으로 바뀌자 9회까지 1안타 무실점으로 경기가 끝났다며 강민호의 리더십이 부족하니 이제는 빼든지 주전으로 쓰지 말자는 얘기였습니다. 강민호는 투수 리드 패턴도 일정하고 승부처에서는 상대선수가 기다리던 코스에 기다리던 구질을 그냥 갖다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강민호가 고졸에 젊은 패기와 작년에 선수 없을 때 고생한 것은 압니다만, 계속 그를 고집하는 강병철 감독의 선수 기용은 절대 아니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같은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지만 저는 일부는 공감하면서 상당 부분은 잘못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포수는 혼자서 투수의 볼 배합을 결정하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타자가 나오면 투수와 포수는 서로 어떤 공을 던져야할 지를 사인으로 상의합니다. 결코 포수 혼자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달 강민호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볼배합에 대해 강민호는 “우리팀은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일일이 사인을 주지 않고 저한테 맡깁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강민호 혼자서 볼배합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투수와 상의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은 마운드에 강민호의 대선배인 염종석이 선발로 등판했습니다. 당시 상황으로 봐서도 신출내기 강민호가 12년 위인 선배에게 1구1구 사인을 혼자서 결정해 요구했다는 것은 정황상 맞지 않습니다. 그날 참담한 패배를 당한 강병철 감독은 경기 후 이 부분에 대해 “강민호가 혼자서 볼배합을 투수들에게 요구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우리는 투구 볼배합을 투포수에게 대부분 맡기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면 중요 순간에는 벤치에서 사인을 낸다”고 밝혔습니다. 강 감독은 “그날 투수들이 많이 맞은 것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고 “최기문을 기용한 다음 1안타만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끝난 것은 야구라는 게 10점 정도 뽑으면 공격력이 가라앉는 게 통례”라면서 강민호의 독단적 볼배합으로 인해 뭇매를 맞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또 강 감독은 “우리 코칭스탭도 그 경기 후 포수 기용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하고 “최기문은 1년여 전 수술 받은 팔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어 제대로 기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팀내 어려움을 밝혔습니다. 롯데는 올 시즌 들어 유달리 홈에서는 뺨맞고 원정가서 분풀이하는 팀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홈경기에서 8승17패를 기록해 게임마다 2만 명에 가까운 팬들이 입장해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지만 듣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선수 하나하나에 대해 의견을 올려주는 팬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강민호도 전경기에 출장하다 보니 가끔은 지친 모습이 뚜렷이 보이고 미트질에서 어설픈 면이 보입니다. 최기문이 부상에서 빨리 회복하고 새로운 포수 유망주를 발굴해 안방을 나누어 지키는 날에 자이언츠가 보다 좋은 성적을 올린다고 확신합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