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2007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나갔다. 이 시점쯤 되면 각종 매체에서는-물론 연말 보다는 덜 하지만- ‘상반기 결산’이라는 것을 한다. 특히 연예계에서는 이런 결산들이 사건 사고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번에도 비극인 ‘유니 자살’을 시작으로 ‘슈퍼주니어 교통사고’ ‘병역특례 비리 의혹’ 등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을 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결산은 가요계의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것과는 다소 무관해 보인다. 가요계의 흐름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결산을 해본다면 2007 상반기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사상 첫 20만 장 음반 없는 상반기=음반 시장은 확실히 종언을 고한 듯 하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2007년은 사상 처음으로 20만 장 판매고를 기록한 음반이 상반기에 없는 해가 될 듯 하다. 현재까지는 10만 장대 초반의 SG워너비와 에픽하이 새 앨범이 판매량 선두에 서 있다. 아직 6월 집계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두 장 모두 현재 판매 추세면 20만 장을 넘기기는 힘들어 보인다. 한국음악산업협회가 음반 판매량을 집계한 이후로 상반기에 2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음반이 안 나온 해는 올해가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음반 판매량이 급감하던 지난 2004년부터 최고 음반 판매량은 매년 10만 장씩 떨어졌다. 2004년 서태지가 약 50만 장대(48만 장)이었고 2005년 SG워너비 40만 장대, 2006년 동방신기 30만 장대 추세로 내려왔다. 올해는 아직 구매력이 가장 강력한 팬층을 거느린 동방신기의 음반이 안 나왔다. 동방신기는 이 하락세를 막을 수 있을까. ▲소몰이 퇴조, 담백 창법으로의 복귀=1990년대 말을 지배한 댄스의 시대를 종식시킨 ‘소몰이 창법’도 이제 왕좌를 내줘야 할 때가 왔다. 2007년 상반기는 ‘소몰이’ 또는 ‘꺾기’ 창법의 원조들이 속속 탈피를 선언하는 시기였다. 박효신이 그랬고 SG워너비가 그랬다. 단순히 원조들의 노선 변경만으로 소몰이가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히트곡들을 봐도 소몰이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은 확연하다. 담백하면서 필(feel)이 좋은 양파, 윤미래, 시원한 창법의 MC THE MAX, 아이비, 윤하 그리고 김아중의 ‘마리아’까지 과도한 테크닉을 자제하는 히트곡들이 확연히 많아졌다. 이미 가요계에서는 2년 전부터 ‘소몰이’가 힘을 잃어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5, 2006년 최고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김종국 ‘한 남자’와 백지영 ‘사랑 안해’가 모두 담백 창법의 곡들이었다. 최근에는 등장하는 신인들마다 입을 맞춘 듯 ‘(가창력은 자신 있지만) 노래를 편하게 불렀어요’를 내세우는 것도 ‘소몰이’ 시대가 황혼을 겪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자생형 거물 신인, 윤하의 등장=윤하의 등장은 다른 신인가수의 성공 사례와는 다른 점이 많다. 최근 몇 년간 성공적인 데뷔를 한 신인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모두 초대형 기획사 소속이었다. 이들은 뛰어난 자질-요즘 좋은 재목들은 전부 초대형 기획사로만 몰려가 있다는 것이 중,소 기획사 제작자들의 반복되는 푸념이다-과 소속사의 잘 갖춰진 육성 시스템을 바탕으로 스타가 됐다. 하지만 이런 초대형 기획사들은 마케팅 능력 역시 막강해 신인들이 성공해도 능력보다는 ‘기획’이나 ‘홍보’ 능력이 먼저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초대형 기획사 출신 신인들은 억울하게도 실제 능력보다 평가절하하는 악플에 시달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윤하는 그렇지 않다. 물론 소속사도 나름의 좋은 기획과 마케팅을 펼쳤지만 윤하는 스스로의 스타성으로 스타가 된 인상을 준다. ‘기획형’ 스타가 아니라 ‘자생형’ 스타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윤하의 성공은 여러모로 좋다. 초대형이 아닌 일반 기획사에서도 신인 스타가 나오는 것이 가요계의 폭과 깊이를 더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대중들에게도 좋다. 부잣집 아이가 아닌데도 성공을 이루는 신화 창조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균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윤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