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이승엽, 외다리 타법으로 돌아가야”, 백인천 전 삼성감독
OSEN 기자
발행 2007.06.22 11: 56

요미우리 4번, 이승엽-아베의 신 경쟁체제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지금, 이승엽(31)과 아베 신노스케(28)의 ‘4번 경쟁체제’이다.
이승엽의 계속된 부진으로 하라 다쓰노리(49) 요미우리 감독이 선택한 고육책이다. 필연적이지만 한켠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베는 팀 주장과 포수, 4번타자의 3가지 막중한 임무를 한 몸에 짊어지고 있다. 장기화 된다면, 요미우리로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승엽이 다시 호조를 보일 경우 4번 복귀는 순리이다. 지난 6월9일 ‘이승엽의 6번 강등 1차 타순조정’의 결단을 내릴 때 하라 감독은 “이승엽이 4번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타순이 가장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9일 3안타를 기록한 뒤 10일 5번으로, 아베가 왼발목 부상으로 결장한 11일부터 다시 4번 제 자리를 찾았다.
그러다가 9일만인 18일, 좀체 이승엽의 타격 회복 기미가 안보이자 하라 감독은 ‘2차 6번 강등’조치를 내렸다. 이번에는 징벌의 성격이 강했다. 17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에서 이승엽이 5타석 무안타로 영 맥을 추지못하자 재차 강등시킨 것이다.
내용이 문제였다. 이승엽은 5타석 3삼진의 수모를 당했고, 특히 소프트뱅크 왕정치 감독이 2사 2루의 실점 위기 때마다 두 차례나 3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34)를 고의로 걸리고 이승엽을 상대하도록 마운드에 지시를 내렸다. 난생 처음 모멸감을 느꼈을 법한 이승엽은 유감스럽게도 상대의 도전에 제대로 응징을 하지못했다. 그 경기에서 이승엽은 5타석 모두 주자를 뒀지만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잔루만 8개였다.
2차 강등 때는 하라 감독 발언에 ‘가시’가 들어갔다. 그는 “부진이 너무 길다. 삼진 2개는 그렇다치더라도 3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라 감독이 이승엽을 4번자리에서 빼낸 것은 강한 자극과 더불어 타격감 회복의 기회를 갖도록한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오히려 이 기회에 ‘요미우리 4번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
이승엽은 20일 6번타자로 도쿄돔구장에서 열린 지바롯데 마린스전에서 시즌 14호이자 일본무대 통산 99호홈런 아치를 그려냈다. 동점 2점홈런으로 팀 승리의 디딤돌이 된 영양가 만점 홈런이었다.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1사 만루의 기회에서 적시타를 못쳐냈고, 무사 1, 2루의 기회에서 보내기번트도 실패했다.
하라 감독에게 4번복귀의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급기야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종신명예감독의 입에서 ‘경쟁체제’얘기가 나왔다. 20일 경기를 관전한 나가시마 명예감독은 “아베의 4번이 좋다. 움직임이 잘 어울린다”고 승부처에서 강한 아베를 칭찬했다.
나가시마 명예감독은 아울러 이승엽도 눈여겨본 듯 “‘승짱’도 안정감 있게 홈런을 쳐냈다. 둘이서 경쟁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고 언급했다.
이승엽, 무엇이 문제인가
부진에 빠진 이승엽은 그 동안 고집해왔던 ‘외다리타법’을 포기하는 대신 양발을 고정시키고 타격하는 자세로 바꾸었다. 그 같은 타격자세는 최근 들어 다시 오른발을 약간 들어올리는 자세로 변화하고 있다.
이승엽의 스승인 백인천 전 삼성 감독은 “외다리 타법으로 돌아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이승엽과 통화했던 백 전 감독은 “양다리로 타격자세를 잡는 것은 맞히는 것은 쉽지만 아무래도 배팅 파워가 떨어진다. 하체에 힘을 싣지못하고 상체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상체에 힘이 들어갈 경우 타구가 막히고 왼손이 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다리 타법을 구사하게 되면 타격 시 힘을 집중할 수 있고, 리듬과 타격 타이밍만 제대로 맞춘다면 큰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백 전 감독의 지적이다. 문제는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승엽이 외다리타법을 고수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투수들의 집중견제와 내외곽을 치고 빠지는 투구에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백 전 감독은 “결국은 마인드다. 타자는 타석에 들어섰을 때 ‘잡념’이 있으면 안된다. 투수의 볼배합이나 그 전 타석에서 당했던 안좋은 이미지, 부정적인 생각 등이 겹치다보면 잡념에 빠져 좋은 타격을 할 수 없다”면서 “배팅코치와 상의해서 하겠지만 3할이면 된다, 10번에 한 번 홈런치면 된다는 마음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본적인 리듬을 찾는 게 중요하다. 반복해서 몸에 익혀야한다”는 게 백 전 감독의 결론이다.
이승엽과 본의 아닌 4번타자 라이벌이 돼버린 아베에 대해 백 전 감독은 “상체가 상당히 부드럽다. 외다리 타법을 쓰는 아베는 타격에 힘이 실려 있다”고 풀이했다.
자리는 수식에 불과하다
요미우리 4번타자는 그 상징성으로 인해 온 일본인이 주시한다. 이승엽이 제 70대 4번타자로 이름을 새겨놓았지만 작년 시즌 종반 이승엽이 부상으로 결장했을 때 단 한 경기에 4번으로 나선 니오카 도모히로(31)가 71대로 등록됐다. 아베가 72대 4번타자이다.
4번타자는 두 말할 나위조차 없고, 심지어는 팀 주장까지 ‘몇 대’를 붙여준다. 아베는 올해 제 18대 요미우리 구단 주장 완장을 찼다.
아베는 19일 경기 후에 가진 히어로 인터뷰에서 “4번타자가 아니라 4번째 등장하는 타자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진정한 4번타자는 이승엽이다. 이승엽이 다시 한 반 분발해서 4번자리에 돌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베는 올 시즌을 앞두고 히어로 인터뷰에 나가면 ‘최고입니다’를 한국말로 외치기로 이승엽과 약속했다. 대신 이승엽은 일본말로 “사이코데스”를 말하기로. 이승엽에 대한 주장으로서의 나름대로 배려였다.
이승엽은 4번타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순은 중요하지 않다”는 이승엽으로선 하루 빨리 본래의 타격모습을 찾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다.
6번타순으로 내려간 다음, 이승엽 타석에서 자주 ‘작전’이 걸리고 있다. 이를테면 보내기번트라든가 치고 달리기 등의 사인이 이승엽에게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하라 감독이 “4번 이승엽에게도 보내기번트를 시킬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4번과 6번은 아주 다른 것이다.
이승엽에게는 위기가 바로 기회이다. 이럴 때 팀의 적전 지시도 한 번 받아보고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면 된다.
이승엽은 어디까지나 외국인선수이다. 일본투수들은 다른 외국인 타자들과는 달리 유독 이승엽만 타석에 서면 ‘눈에 불을 켜고’ 대든다. 바깥쪽 낮게 흘러가는 공이나 몸쪽으로 꽉찬 공, 높낮이를 심하게 조절해서 던져대는 데는 이승엽도 헛손질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제는 이승엽의 타격 장단점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결국 이승엽 스스로 이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야 된다. 그는 이같은 난관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재능을 갖추고 있는 이 시대의 훌륭한 타자이기 때문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