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대수(26. 두산 베어스)와 나주환(23. SK 와이번스)의 플레이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둘 다 유명선수나 주전선수도 아니었는데 두 달 전 맞트레이드 되면서 슬슬 각광을 받더니만 이제는 주목받는 선수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프로 25년 동안 1:1 맞트레이드는 1983년 6월 27일 정영기(MBC↔롯데)차동렬을 시작으로 85년의 이선희(삼성↔MBC)이해창, 88년의 최동원(롯데↔삼성)김시진, 김용철(롯데↔삼성)장효조, 90년의 최일언(OB↔LG)김상호, 93년의 한대화(해태↔LG)김상훈, 98년의 박종호(LG↔현대)최창호, 99년의 진갑용(두산↔삼성)이상훈, 2000년의 이호준(해태↔SK)성영재, 2001년의 심재학(현대↔두산)심정수, 2003년의 정성훈(기아↔현대)박재홍, 그리고 올해 최경환(두산↔롯데)최준석, 강영식(삼성↔롯데)신명철의 경우가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유명 스타플레이어들의 맞트레이드는 이들이 이적 후 사양길을 걸었거나 성적이 부진했던 게 대부분이었고 특히 1:1 맞트레이드 후 두 선수 모두 좋은 성적을 낸 적은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주환-이대수의 맞트레이드는 프로야구 사상 최상의 맞트레이드로 평가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둘 다 수비의 핵심 포지션인 유격수를 맡고 있고, 두 선수 똑같이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 잉여 전력이었다가 주전으로 떠오른 점 등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 추세라면 두 선수의 맞트레이드는 양쪽 구단 모두에게 다 좋은 최상의 ‘윈(Win)-윈(Win) 전략’으로 손꼽을만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대수는 지난 4월 29일 맞트레이드 직후부터 주전자리를 꿰차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반면 나주환은 한달 동안 죽을 쑤는 바람에 ‘실패작’으로 점찍혔다가 6월 들어 비상의 날개를 펴기 시작한 점입니다.
두산은 이대수의 영입으로 내야 수비가 안정되자 급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5월 4일 꼴찌에서 6월 10일 단독 선두로 올라서는 기적같은 일을 일궈냈습니다.
부진했던 나주환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6월 23일 인천 문학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였습니다. 나주환은 그림 같은 유격수 수비를 두 차례나 보여주고 7회 이후에는 본래 주전 정근우에게 자리를 넘겨 주었습니다.
또 타석에서는 좌중간 2루타에 우중간 안타 등 2안타를 때려 시즌 타율이 2할6푼1리로 올랐고 최근 6게임 타율은 3할5푼으로 8번타자 답지 않게 공격에서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이날 SK는 이진영이 단타 하나가 빠져 아깝게 사이클링히트를 놓치고 최정이 홈런 두 개를 날리며 11-1로 대승했는데 이를 지켜보던 신영철 SK 사장은 “정말 속이 후련하다. 두산으로 보낸 이대수가 지난 주에 우리와 경기에서 결승타를 두 개나 때려 속이 쓰렸는데 (나)주환이가 오늘 잘 하는 것을 보니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다”면서 다른 선수들의 활약보다 나주환이 살아난 것을 더 기뻐했습니다.
이대수는 지난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0회초 2사 2루에서 SK 마무리 정대현으로부터 결승타를 빼앗아 팀에 6-5 역전승을 선사했습니다.
이대수는 전날 2회에도 결승타를 뽑아 리오스의 통산 5번째 완봉승을 도왔습니다. 이날 1-0으로 이긴 두산은 1위 자리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물론 2위 SK와의 경기차도 1게임 반차로 벌렸습니다.
이대수는 “친정팀인 SK에는 정말 미안하다. 그렇다고 양보할 수는 없었다”면서 “SK를 만나면 아무래도 더 집중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두산에 뼈아픈 패배를 당한 SK는 그러나 19~20일 롯데와의 원정경기서 연승을 거두고 홈으로 돌아와서는 LG를 3연파하며 파죽의 5연승을 올려 선두 자리를 탈환하고 두산에 한 게임 반차로 다시 앞섰습니다.
나주환은 LG와의 3연전에서 10타수 7안타 3득점 4타점을 폭발시키며 홈 3연전 ‘싹쓸이’를 주도했습니다. 6월에만 3할7푼3리의 고타율(51타수 19안타)에 장타 5개와 9타점을 기록했습니다.
본래 이대수-나주환의 트레이드는 2005년 유격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손시헌의 상무 입대로 유격수 자리에 구멍이 생긴 두산의 김경문 감독이 지난 4월 SK에 제의하며 이루어졌습니다.
SK에서 정근우의 유격수 전환으로 자리를 잃은 이대수가 4월 27일 2군으로 내려가자 김경문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SK 김성근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이대수를 원했습니다. 이에 SK는 처음에 불펜 투수를 원했으나 여의치 않자 전천후 내야수인 나주환을 택했습니다.
SK가 나주환을 선택한 이유는 그 동안 SK에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나 SK전에서 조웅천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쳤습니다. 지난 해는 타율이 2할3푼2리에 불과했지만 SK와 16경기에서 타율 3할8푼5리에 10타점을 기록하는 등 천적으로 맹활약했습니다.
특히 나주환은 2005년 5월1일 SK와의 경기에서 두산 포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교체되자 마스크를 썼습니다. 본업은 내야수이지만 야구 센스를 높이 산 김경문 두산 감독이 고민 끝에 포수로 내보낸 것입니다.
여기서 나주환은 발이 빠른 SK 정근우의 도루를 잡아내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후 SK는 나주환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나주환을 영입했으니 SK는 ‘천적’ 한 명은 없앤 셈입니다.
그리고 SK도 나주환의 그런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십분 활용할 계획입니다. 부진했던 2루수 정경배가 제 자리를 찾고 정근우가 유격수로 옮겨가 내야 자리가 꽉 차 나주환은 당장은 자리가 없지만 펑크가 나는 자리마다 메울 수 있는 팔방미인으로 점찍었습니다.
그런데 맞트레이드 이후 이대수는 건실한 수비로 내야진을 안정시켰을 뿐만 아니라 5월 한달 동안 타율 3할4푼9리, 7타점으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타격에서조차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SK 김성근 감독도 이대수의 활약을 보고 “원래 저쪽으로 가고 싶었나. 떠나니까 잘 하네”라고 농담처럼 얘기하며 달라진 이대수를 칭찬했으나 속은 쓰렸을 겁니다.
반면에 나주환은 이적 후 10경기 동안 21타수 무안타에 5월 한 달 동안 타율이 1할6푼3리(49타수 8안타)로 최악의 부진에 빠졌습니다. 나주환의 부진이 계속되자 SK는 지난 5월 20일 외야와 1루를 오가는 왼손 타자 조중근을 현대로 보내고 10년차 베테랑 내야수 채종국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또 한 번 성사시켰습니다. 구단 스스로 ‘이대수-나주환 트레이드’가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인정한 셈입니다.
천안북일고 시절이던 지난 2002년, 전국대회 2관왕을 차지하며 청소년 대표로 활약했던 대형 유망주 나주환은 프로 입단 5년 만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입니다
나주환에게서 폭넓은 수비와 함께 어느 정도의 공격력을 기대한 SK 김성근 감독은 그의 타격자세를 교정하고 있고 특히 하체 단련에 집중 시켰습니다. 이 특훈이 효과를 봤는 지 6월에 접어 들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나주환의 무서운 질주가 시작됐습니다.
반면에 5월에 맹활약하던 이대수는 6월 들어 세 번의 결승타를 때려 내고 있지만 타율은 1할7푼3리(52타수 9안타)로 주춤해졌고 지난 20일 현대전에서는 수비 도중 전준호와 충돌해 왼쪽 무릎을 다쳐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트레이드 당시 이대수는 2002년 데뷔 이후 6시즌 통산 타율 2할2푼8리, 5홈런 36타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은 타율 1할2푼5리(16타수2안타)이었습니다. 나주환은 2003년 데뷔한 뒤 5시즌동안 두산의 백업 내야수로 활약하며 타율 2할3푼8리에 63타점, 5홈런을 기록했습니다.
6월 25일 현재 두 선수의 올 시즌 성적은 이대수가 수비 실책 5개에 타율 2할5푼2리, 13타점을 기록하고 있고 나주환은 수비 실책 10개에 타율 2할6푼1리, 14타점을 마크하고 있어 둘 다 훨씬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선수와 양쪽 구단 최고의 윈윈 전략 본보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