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10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2005년 7월30일부터 8월13일까지 거둔 팀 10연승 타이기록이자 2년만의 10연승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최다연승은 삼성이 지난 1986년에 세운 16연승이고 빙그레가 1992년에 14연승을 올려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에는 11연승의 KIA와 현대, 10연승의 두산, LG, SK 뿐입니다.
대개 이런 연승 기사를 올리게 되면 바로 다음 날 기록 행진이 끝나 웃음을 자아내지만 SK의 강세는 올 시즌 절반을 넘긴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 유달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해태 타이거즈가 9번 우승을 하면서 독주 체제로 갈 때는 “해태가 너무 우승을 많이 하면 프로야구의 재미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어찌보면 소박한 투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SK는 6월 셋째 주까지 자고나면 바뀌던 상위권 체제를 6월 마지막 주부터 훌쩍 떨쳐버리고 독주에 나서 “어떻게 SK가 이렇게 치고 나갈 수가 있을까?” 아니면 “재미없게 게임 운영을 하는 SK의 선두 질주는 싫다”는 견해가 많아 과거와 대조를 이룹니다.
보름 전만해도 김성근 SK 감독은 “승수와 패수 차이가 10게임밖에 나지 않아 불안하다”며 목표인 ‘편안하게 4강 도달’을 걱정했고, 신영철 SK 사장은 “우리가 4강에 갈 것 같습니까?”면서 조마조마했습니다.
하지만 SK는 6월30일 수원 현대전에서 14-3으로 대승하면서 6월19일 사직 롯데전부터 시작한 연승을 ‘10’까지 늘렸습니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40승 고지를 먼저 밟은 것입니다. 유일하게 팀 승율 6할을 넘으며 승패 차 +15를 기록하고 2위 두산과 승차를 4.5게임으로 벌렸습니다.
1982년 프로야구 태동 후 지난해까지 시즌 40승에 선착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확률은 44%에 달합니다. 25번 중 11번, 40승을 먼저 달성한 팀이 한국시리즈 패권을 가져갔습니다. 올스타 투표에서 포지션별 1위에 한 명도 올라 있지 않은 SK가 이렇게 선두를 질주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SK가 고공비행을 벌이는 밑바탕에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선수들에게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이도록 한 게 주요 원인으로 보여집니다. 그 때문인지 김 감독은 “요즘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잘 구분하고 있다. 매 경기 선수가 바뀌면서 잘 쳐주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앞으로 2군에 내려간 김재현만 복귀하면 더 안정될 것이다”고 자신의 팀 운영에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타선의 주역은 따로 없고 이호준, 이진영, 박재홍, 정근우, 최정, 나주환 등 대부분의 타자들이 불방망이를 터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외국인 ‘원투펀치’ 케니 레이번, 마이클 로마노와 부상에서 복귀한 송은범, 채병룡이 선발투수로 호투하고 있고 불펜진도 고참 조웅천을 중심으로 이영욱 등이 최고의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승승장구하자 김성근 감독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고 “승패 차 +20 정도는 해야 안정될 것 같다”며 목표치를 올려 주위의 시새움과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지난 4월 SK가 7연승을 달릴 때와 비교해서 “그 때는 아슬아슬한 역전승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적시타가 많이 터지면서 대승이 자주 나오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SK가 파죽에 10연승을 기록하자 야구계에서는 “SK를 이길 팀이 없을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절반을 소화한 현재 팀간 승패에서 삼성 혼자 SK에 3승2무1패로 우세합니다. 다른 팀들과 비교해 삼성과는 정규시즌 경기 횟수가 적었고 지난 5월 24일 대구구장에서 대결한 이래 한번도 경기를 벌이지 않아 이번 7월 첫 주 양팀의 대결이 주목됩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최근 2년 연속 우승한 삼성이 상승세의 SK를 꺾을 지, 아니면 SK가 삼성마저 제치고 2007 최강자로 나설 지 관심사입니다. 6월까지 SK가 팀간 대결에서 앞선 팀은 삼성이 유일하고 두산이 6승6패로 호각세를 이루었으며 나머지 팀은 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LG가 3승8패로 가장 뒤져 있습니다.
삼성이나 두산도 이제 SK를 만나면 쉽지가 않은데 문제는 상당수 팬들의 SK 선두 질주에 대한 시각이 곱지가 않다는 사실입니다.
6월 마지막 날 수원에서 열린 현대전에서 SK는 9회말 2사 1루까지 14-3으로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투수를 바꾸었습니다. 3시간 55분이나 걸린 지루한 게임에 지친 관중으로서는 짜증나는 투수 교체였습니다. 또 지난 5월 5일 수원경기에서도 SK는 15-7로 이기고 있는 9회 2사 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투수를 교체했습니다. 3시간 35분 동안 참고 견딘 관중들의 야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렇게 김성근 감독은 철저하게 상대팀을, 관중들을 무시(?)하는 전술을 가끔 구사해 원성이 높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린 어느 네티즌의 아래 글은 야구팬들이나 야구인들에게 상당한 공감을 줍니다.
‘스코어 14-3으로 11점 리드하고 있는 9회 말 2아웃 볼 카운트2-3에서 투수를 교체 하는건 또 뭡니까? 아무리 출첵야구를 즐긴다 할지라도 좀 심한것 아닙니까? 그 게 진정한 ‘스포테인먼트 야구’입니까? 투수가 부상으로 실려 나가지 않은 한 타자와 승부를 하고 바꾸는 게 상식 아닌가요? 7-1에서의 도루는 또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정말 납득이 안갑니다. 재미없는 야구를 혼자서 재미있다고 즐기고 계십니까?’
천일평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