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어려움이 더해가는 가요계에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단순히 음반 내고 방송하면 음반이 팔려 나가던 시절은 먼 옛날의 일이 됐다. 가수와 음반 제작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갈수록 치밀하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보 아이템들 중 먼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것들도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는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기만 하면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돼 음반을 들고 나오는 가수마다 꺼내 드는 아이템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막말로 ‘약발’이 떨어져 점점 용도 폐기 처분돼 가는 홍보 아이템들이다.
▲귀신 소동=최근까지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홍보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워낙 녹음실이 귀신이 잘 나오는 곳(?)인데다 녹음 중 귀신을 보면 음반이 대박난다는 가요계 미신도 있어서 음반을 들고 나오는 가수마다 귀신 이야기를 했다.
여러 가수들을 인터뷰 하다 보면 나중에는 ‘아주 특이한 귀신 아니면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라’고 미리 주의를 줄 정도로 정말 거의 모든 가수들이 귀신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귀신 이야기를 꺼내는 가수들을 만나기는 힘들어졌다.
여전히 녹음실에는 귀신이 나오고 녹음하던 가수들은 계속 귀신을 보고 있겠지만(?) 이야기해봐야 식상해들 하니 가수들 스스로 말을 꺼내지 않는 모양이다. 귀신들은 이제 자신들의 이야기가 기사화 안 되니 좀 섭섭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선주문 폭발=가수가 새로 활동을 시작하기 직전 반드시 받는 보도자료가 있었다. 바로 ‘~만장 선주문 폭발’이다. ‘이 가수가 그만큼 대중들이 기다리던 가수’라는 의미와 ‘이 음반은 그래서 꼭 사야 되는 음반’이라는 자극을 대중들에게 주기 위해 거의 빠짐 없이 등장하던 아이템이지만 음반 시장 쇠퇴로 많이 사라져 버렸다.
사실 이 ‘선주문 폭발’ 기사는 문제도 내포하고 있었다. 실제 팔리는 양, 실제 대중들이 원하는 음반의 가치와는 큰 연관성 없이 음반 유통사에서 음반 출시량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시장의 주류가 음원으로 바뀌면서 ‘선주문 폭발’도 보기 힘들어진 홍보 아이템이 됐다.
▲4옥타브=외모가 아니라 가창력이 주무기인 가수들은 ‘4옥타브를 넘나드는…’이라는 홍보 수식어를 많이 사용했다. 이 역시 홍보 아이템으로 힘이 많이 빠져가는 분위기다. 남들이 못 내는 고음을 낼 수 있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지만 노래를 잘 하는 기준이 점점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잘 전달하고 음색이 귀에 잘 박히고 노래를 맛깔 나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노래를 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옥타브 운운하는 가수 홍보 자료도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다.
/최영균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