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국내 활황세-해외파 퇴조, 희비 쌍곡선
OSEN 기자
발행 2007.07.06 13: 12

한국야구 관중 60% 급증, 해외파 퇴조 물결
반환점(총 504게임 중 252게임)을 돌아선 올해 한국프로야구는 7월4일로 280게임을 소화했다. 판도는 1강(SK), 6중(한화, 두산, LG, 삼성, 롯데, 현대), 1약(KIA)의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중위권은 사상 유례드문 대혼전의 양상이다. 5일 현재 2위 한화와 7위 현대의 승차는 4.5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순위다툼이 그 어느해보다 치열하다. 하룻밤 사이에 순위가 뒤집히기 일쑤다. 덩달아 관전자들의 흥미를 끌어 관중수가 작년 이맘 때에 비해 60%나 급증했다.
280게임을 놓고 대비하자면, 2006년 관중수는 173만 7079명(경기당 평균 6204명)이었으나 올해는 254만 9648명(경기당 평균 9106명)으로 부쩍 늘었다. 입장수입 총액도 100억 원대를 돌파(약 106억 5000만 원)했다. 활황세가 분명하다.
관중급증의 진앙은 부산 사직구장이다. ‘미우나 고우나’ 롯데를 맹렬 응원하는 부산 관중들이 올 시즌 관중 400만 명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프로야구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롯데는 8개구단 가운데 최다관중(53만 8868명)을 기록했다. 응원가 ‘부산 갈매기’는 이제 전 구장을 날고 있다.
두산과 LG의 선전, SK의 1위 고공행진도 관중증가의 요인이다. 서울의 두 구단도 홈관중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롯데와 서울 두 구단은 관중 100만 명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진형 홍보팀장은 그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선 자연스러운 전력 평준화. 최근 각 구단이 2군 운영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전력 수급이 원활해졌다는 분석이다. 그 동안 류현진(20. 한화) 같은 특출난 신인이 들어오긴 했지만, 각 구단이 2군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것이 상례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파에 대한 문호개방도 한 가지 요인이다. 족쇄를 걸어놓았던 해외파에 대해 특별지명을 통해 해금, 귀환의 물꼬를 터놓았고, 봉중근(27. LG) 같은 메이저리거의 국내무대의 유턴이 흥행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비록 2군에 머물고 있지만 최희섭(28. KIA)도 잠재적인 흥행요인.
한 가지 아쉬운 점은 KIA의 때 이른 부진이다. 흥행 바람이 부산발로 일어났지만, 기왕이면‘부산과 광주 쌍끌이’로 불었더라면 올해 한국 프로야구판은 더욱 풍성해졌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흥행과 해외파의 융성과 퇴조는 일정한 함수관계가 있을까. 이진형 팀장은 ‘종속변수’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파인 이승엽(31. 요미우리)과 이병규(33. 주니치)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박찬호(34. 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를 비롯한 미국파들의 부조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국내무대로 돌리게하는 요인이다.
귀환파와 해외파, 그 빛과 그늘 아래에서
박찬호는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영원한 상징이자 징표이다. 1994년 그가 태평양을 건넌 이래 숱한 선수들이 청운의 뜻을 품고 미국 땅을 밟았다. 저마다 ‘제 2의 박찬호’를 꿈꾸며 먼 항해를 떠났지만, 빅리거로 성공의 돛을 올린 선수는 손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난파당했거나 이름 모를 항구에 조용히 닻을 내렸다. 박찬호 이후 미국무대로 간 선수는 30여 명에 이른다. 그나마 2001년 이전에 집중됐고 2002년 이후에는 가뭄에 콩 나듯이 그 수가 줄었다. 올해는 신일고 투수 이대은이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었다.
현재 메이저리거로 이름이 등록돼 있는 한국선수는 김병현(28. 플로리다 말린스)이 유일하다. 박찬호를 비롯 서재응(30) 유제국(24. 이상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김선우(30. 샌프란시스코 산하 마이너리그), 백차승(27. 시애틀 마리너스) 추신수(25.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한결같이 부상과 부진으로 마이너리그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미국 무대는 더 이상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아니다. 그곳에서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고 일정한 한계에 부닥친 선수들이 한국무대로 되돌아오는 흐름이 시작됐다. 메이저리거 가운데 조진호가 그 첫 발을 내디뎠고, 봉중근이 그 뒤를 이었다. 조진호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SK로 이적했으나 병역문제에 얽혀 결국 옷을 벗고 말았다.
반면 2006년 5월에 LG 유니폼을 입었던 봉중근은 올해 LG 선발의 한 축을 맡아 4승을 올리며 국내무대에 연착륙, 다른 선수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파 특별우선지명으로 들어 온 최희섭은 1군무대에 변변히 서보지도 못하고 부상으로 2군에서 시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큰 기대를 걸고 최희섭을 데려온 KIA는 심한 ‘속 앓이’를 하고 있다. 용병 서튼을 섣불리 내보낸 댓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송승준(27. 전 캔자스시티 로얄스)이나 두산의 이승학(28. 전 필라델피아 필리스), 삼성의 채태인(25. 전 보스턴 레드삭스) 등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들은 아직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못하고 있다.
국내 무대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진입장벽이 결코 낮지 않고, 제 아무리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라고 할지라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시련도, 실패도 있다. 그러나 도전은 계속된다
해외파들의 복귀는 한국 프로야구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당장 입에 달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성취감, 도전욕구는 한국 프로야구를 질량면에서 풍성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해외파들 중 일본무대를 거친 선수들은 공교롭게도 완연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의 주축투수로 부활한 정민철(35. 전 요미우리)을 빼면 구대성(38. 전 오릭스, 뉴욕 메츠)은 나이에 따른 부담, 조성민(34. 전 요미우리)은 장기간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현대 전성기의 대들보 정민태(37. 전 요미우리)와 KIA의 이종범(37)은 2군에서 칼을 갈고 있지만, 1군 복귀의 확실한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해외파들의 국내 복귀가 흥행에 약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차제에 전면적인 해외파 문호개방을 하면 어떨까.
KBO 야구규약 제 107조에 따르면 ‘한국프로구단 소속선수로 등록한 사실이 없이 외국 프로구단에서 활동한 선수(한국에서 고등학교 이상 재학)는 한국구단과 2년간 입단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이후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하고자 할 때는 2차지명을 거쳐야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은 1999년 1월1일 이후 해외진출선수에만 해당한다.
따라서 1998년 12월 이전에 해외로 나간 선수는 지명 절차를 밟지 않고도 국내로 들어올 수는 있지만, 2년 제한의 굴레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KBO는 올해 프로야구 중흥과 문호개방 압력의 여론을 등에 업고 1999년 이후 해외로 나간 선수 가운데 5년이 경과한 해외파를 대상으로 특별지명이라는 한시적인 해금을 단행했다. 그에 따라 당장 유턴은 하지않았지만 추신수(SK 지명), 유제국(LG 지명), 김병현(현대) 등은 당사자가 마음만 먹으면 국내로 들어오는데 걸림돌은 없다.
1998년 이전에 미국으로 진출한 박찬호와 서재응, 김선우는 국내 복귀시 한화와 KIA, 두산이 지명권을 우선 행사할 수 있다.
이상일 KBO 운영본부장은 해외파 전면 해금에 대해 “특별지명을 통해 지명할 선수들은 해소가 됐고, 더 이상 데려올만한 선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 빅리거의 맏형인 박찬호는 아직도 메이저리그 복귀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서재응과 김선우, 추신수 등 국내 복귀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도 여전히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열망과 꿈이 깃들어 있는 빅리그를 쉽사리 포기하기에는 아직 젊다.
홍윤표 OSEN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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