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김종국-정근우-고영민, 2루수들의 전쟁
OSEN 기자
발행 2007.07.10 09: 45

호시노 일본대표팀 감독이 지난 주말 40여 명의 조사단, 일본기자단과 함께 방한해 우리 선수들을 탐색해 오는 12월 초 열릴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전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아졌습니다.
8개 구단 프로선수들은 일차적으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각 부문의 정상급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대표 선수로 뽑히기 위한 경쟁이 소리없이 대단합니다.
각 포지션 중 2루수 부문에는 현재 5명의 선수들이 후보로 올라 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가 지난 5월 28일에 발표한 2차 명단 55명 중에 2루수 부문은 정근우(25. SK), 김종국(34. 기아), 고영민(24. 두산), 박진영(연세대), 김동현(한양대) 등이 들어있습니다.
대만 예선에 출전할 선수 엔트리는 24명이어서 대표팀의 김경문(두산 감독) 사령탑과 선동렬(삼성 감독) 투수코치는 최종적으로는 투수를 9명 정도 선정할 예정입니다. 참가팀 중 일본, 대만과의 승부가 관건이어서 투수 숫자를 한두 명 줄여 출전할 방침입니다. 그리고 포수는 2명, 내야수는 8명, 외야수는 5명 가량 생각하고 있습니다.
1루수 후보로는 이승엽(요미우리), 김태균(한화), 이숭용(현대), 이대호(롯데) 등 4명이 올랐고 3루수 후보에는 김동주(두산), 정성훈(현대), 이현곤(기아) 등 3명이, 유격수 후보에는 박진만(삼성), 김민재(한화), 이원석(롯데) 등 4명이 뽑혔습니다.
최종 엔트리에 내야수를 8명 뽑는다면 내야 4개 포지션은 일단 2명씩 선정된다고 가정 했을 때 1루수와 2루수 분야가 가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포지션 별로 경쟁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쓸 작정입니다만 최근 두드러지게 관심을 모으는 부문이 2루수 분야입니다.
KBO 기술위원들이 지난 5월 모임을 갖고 후보들을 선정할 때 가장 거론이 많이 됐던 선수가 김종국(34)이었습니다. 프로 11년째 김종국은 평균 타율이 2할5푼에 못미치지만 수비는 최고로 인정받는 선수입니다. 그래서 지난 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대회 때도 대표선수로 뽑혀 좋은 플레이를 보여 주었는데 올해는 타격이 극도로 저조해 1할대에서 헤매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때문에 기술위원들은 고민하다가 ‘국제대회는 경험이 풍부해야’‘그래도 수비 하나는 일품’이라며 김종국을 후보로 일단 뽑았습니다.
힘들게 후보에 오른 김종국은 6월 초에는 어처구니 없는 수비 실책까지 범해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3주만에 1군에 복귀한 김종국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복귀 후 한 게임에서 3안타를 터뜨리기도 했고 7월 들어서도 팀의 공백이 생긴 유격수를 맡으며 매서운 방망이까지 과시해 “김종국의 방망이가 언제 저렇게 좋았지?”라는 말을 듣게 됐습니다. 타율은 아직 1할9푼2리이고 48게임에서 수비 실책은 5개입니다.
2루수 후보 중에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고영민(24)입니다. 성남고의 최강 시절에 5번타자, 주전 2루수로 활약했고 2002년 2차 1순위에 지명돼 두산에 입단한 그는 4년간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다가 지난 해부터 1군에 올라와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7월 9일 현재 팀의 전경기에 출장하면서 타율 2할6푼2리, 6홈런, 2루타 21개, 32타점, 17도루(성공률 3위-4개 실패), 출루율 3할5푼2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책은 7개.
잠실구장이 내야에서 타구가 빠른 점을 감안해 고영민은 수비 위치를 뒤에 두고 외야에까지 미치는 수비 범위를 펼쳐 ‘2익수’(2루수+우익수) 또는 '우루수(우익수+2루수)'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또 긴 팔을 이용해 안타가 될 타구도 자주 잡아내 ‘가제트’에서 본딴 ‘고제트’란 별명도 듣습니다.
전에는 2번 타자나 하위 타선으로 주로 출장했는데 3번 타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중심 타선에 있다보니 찬스가 많이 오는데 부담감과 더위에 지쳐서인지 최근 6게임에서는 타율이 1할9푼으로 떨어지고 7월 7일에는 타순도 7번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6게임에서 사사구는 6개를 얻었고 4안타 중 홈런만 3개입니다. 지난 해 2개에 그쳤던 홈런을 올해는 벌써 6개나 날리고 타점도 많아져 다른 팀에서는 발빠른 그의 도루만이 아니라 타석에서도 신경을 써야 할 타자로 떠올랐습니다.
오는 17일(화) 부산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감독 추천 선수로 선발된 고영민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란 말처럼 수비와 타격 모두에서 펄펄 날고 있습니다.
2루수로 주목할 다른 선수는 당연히 지난 해 도하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SK의 3년차 정근우(25)입니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SK에서 2루를 맡다가 요즘은 선배 정경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유격수로 출장하고 있는 정근우는 먼저 수비 이야기보다는 방망이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신들린 타격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6게임 타율이 무려 5할4푼5리로 최고조입니다. 9일 현재 타율 3할2푼6리로 규정타석에 20이 모자라 정식 랭킹에는 빠져 있지만 팀내 2위, 전체 5위권에 들어있고 출루율은 3할9푼, 도루 13개-실패 4개, 실책 14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좌투수가 선발로 등판하면 종종 빠지지만 삼성의 좌완 전병호에게는 올해 8타수 7안타의 맹타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근우의 문제점은 수비입니다. 김성근 SK 감독도 정근우에 대해 “타격 훈련은 더 필요 없어. 지금 감이 최고니까 그러나 수비는 정말 답답해”라며 고개를 흔듭니다. 김 감독이 지적한 가장 큰 문제점은 ‘송구불안’. 내야 땅볼을 잡아 1루로 바로 송구하는 과정에서 공에 힘도 없고 방향도 잘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근우는 “원래 2루수를 하다가 유격수로 전환한 뒤 아직 적응이 안 된 것 같다.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합니다. 올해 유격수로 실책수가 14개로 전체 선수 중 가장 에러를 많이 범하고 있는데 지난 해 2루수로 120게임에 나와서 실책은 8개였습니다.
김종국, 정근우, 고영민 등이 대표 후보로 일단 뽑혀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재야의 또다른 후보는 SK의 정경배(33)입니다. 정경배는 올해 6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1리에 실책 8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근래 정경배의 플레이를 보면 자신도 대표 후보로 오를만 하다는 기세로 탄탄한 수비에 공격에서도 화끈한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대한야구협회가 추천한 박진영(연세대 4년)은 팀 1번타자로 발이 빠르고 악착 같은 플레이가 돋보이며 건실한 2루 수비를 자랑하고 있고 대학선발팀으로 미국 대회에 참가한 경력이 있습니다. 김동현(한양대)도 대학야구에서 박진영과 함께 쌍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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