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65) SK 와이번스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최다 감독 경험을 지닌 이다. OB(1984~1988년)→태평양(1989~1990년)→삼성(1991~1992년)→쌍방울(1996~1999년)→LG(2001~2002년)→SK(2007년~ ) 등 무려 6개구단에서 그는 지휘봉을 잡았다.
‘시대와의 불화’를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야구만을 위해, 애면글면 선수들의 정신개조에 앞장서온 그의 독특한 감독 세계가 야구팬의 시선을 붙들어 맨다. ‘야구 열정의 화신’같은 그의 야구철학은 올해 프로야구판 도처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다른 구단과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빛나는 이력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을 두고 그의 지도력에 한계론을 제기하는 축도 있긴하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선수조련 능력에 대해서만큼은 물음표를 달지 못한다. 2005, 2006년 2년간 일본 지바롯데 마린스 구단에서 코치로 ‘바비 발렌타인 감독류’를 ‘학습’한 것이 올해 그가 SK 감독으로 돌풍을 일으킨 원동력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그것은 김 감독의 독특한 선수 운용법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른바 ‘플래툰시스템’을 애용하고 있다. 고정멤버 없이 상황에 따라 수시로 선수를 바꿔 기용, 타선에 끊임없는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김성근식 야구’라고 해야 마땅할까. 승부의 치열함,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지독’하다고 할 수 있는, 상대를 질리게 만드는 야구로 김 감독은 올해 한국 프로야구판의 전반기에 주도권을 잡았다. 무엇보다 성적이 말해주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단독 1위 질주, 그에 따른 7개 구단의 질시와 집중 견제가 주된 흐름이었다. SK는 전반기 81게임에서 46승 5무 30패를 기록했다. 2위 두산 베어스와의 마지막 3연전에서 전패했지만 아직도 4게임차로 거리가 있다. 20일부터 시작되는 프로야구 후반기는 김성근식 야구 허물기가 다른 구단의 공통된 화두가 될 듯하다.
두산과의 3연전을 모두 잡았더라면 후반기에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SK 김성근 감독(65)은 “팀 전력이 아직 투, 타 양면에서 균형이 잡혀있지 않다”며 걱정을 앞세웠다. 그러면서 전반기 중반 이후 빈볼 시비를 의식한 듯 ‘SK가 7개구단의 공동 표적’이라는 시각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앞서나가고 있는 팀의 여유로움 보다는 강한 협공을 받고 있는 팀의 처지가 아성을 지탱해낼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자성도 깔려있다.
지난 7월17일 밤 9시께, 부산 구포역 플랫폼에서 2007올스타전을 마치자마자 서울행 마지막 KTX 열차를 타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온 김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내가 나이가 제일 많잖아. 젊은 감독들과 경기를 하려니까 무척 조심스러워”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은 플래툰시스템 운용 이유에 대해“(그렇게 하지 않으면) 백업요원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열심히 하지 않는다. 아주 특출나고 잘하지 않으면 고정멤버로 못간다는 인식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내버려두면 나태해지고 백업요원들이 결정적일 때 제 구실을 하도록 하기 위해선 플래툰시스템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었다. 일본의 롯데나 니혼햄의 경우만 봐도 미국인 감독들이 플래툰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용, 성적을 내고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김 감독은 “고참들이 해주길 바랐는데 기대에 못미친다”고 말했다. 이진영, 김재현, 박재홍 같은 노련한 선수들이 고비마다 팀을 이끌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였다. 신, 구 타선의 조화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얼핏 부자가 뒤주타령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김 감독은 앞으로 2년 가량 팀을 가다듬는다면 최강 전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머릿 속에는 ‘세대교체’라는 네 글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매끄러운 세대교체는 어느 구단이나 항상 안고 있는 숙제. SK는 올해 최정, 정근우 같은 신진 세력들이 무대 전면으로 부상,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긴하지만 김 감독은 미흡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김 감독은 후반기에 거물 새내기 김광현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고교 시절엔 떨어지는 공으로 통했지만 프로에서는 그렇지 않다. 원래 약점을 가지고 있는 투수였다. 그래서 투구폼을 뜯어고쳤다. 후반기엔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김 감독은 빈볼 시비와 관련해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어느 감독이든 벤치에서 빈볼 사인을 내는 경우는 단연코 없다. 다만 투수가 몸쪽 공을 구사하려다 컨트롤이 안돼 맞히는 경우야 있을 것이다. 실제 몸에 맞는 공 가운데 대부분은 컨트롤 미스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 감독은 특히 “언론이 지나치게 싸움을 부추기는 식으로 기사화하는 경향이 있다. 빈볼은 없어야 되겠지만 매스컴도 너무 부정적인 방향으로 보도하는 것을 삼가해야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 감독은 금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올스타전 때도 그는 목걸이를 걸고 나왔다. 그 목걸이는 그가 쌍방울 감독 시절에 선수들이 환갑 기념으로 해준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해준 것이 아니면 목걸이를 왜 하겠느냐”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냉정한, 지독한 승부사의 다른 면이다.
김 감독이 후반기에도 내처 1위를 달려 한국시리즈 직행의 꿈을 이룰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의 한가지가 될 것이다.
홍윤표 OSE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