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내년 우승 목표’김경문 감독, 김동주를 향한 단심
OSEN 기자
발행 2007.08.03 10: 22

시쳇말로 ‘잘 나가는’ 프로야구판의 감독들이 팀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름대로 선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승을 할 수 있는 전력, 아니면 적어도 우승을 바라볼만한 잠재력을 우선 고려한다. 주어진 시간(계약기잔)은 짧고, 단기간(대개 2~3년)에 성적을 올려야 연임을 바라볼 수 있는 처지에서 하부구조가 허약하다면, ‘어느 세월에 선수를 육성하고 성적을 올릴 수 있겠는가’하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이미 FA 등을 통해 우승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닦아져 있던 삼성을 선택한 선동렬(44) 감독이나 2003년(한국시리즈), 2005년(준플레이오프) 두 차례 가을잔치에 참가할 정도로 전력 구축작업이 돼 있던 SK의 부름을 받은 김성근(65) 감독 등은 행복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선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두 감독이 탄탄한 마운드 구축(선동렬)과 플래툰시스템(김성근) 운용으로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반면 김경문(49) 감독은 좀 독특하다. 선수를 길러서 유효적절하게 써먹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두산에는 매년 새 얼굴이 등장한다. 올해는 고영민, 이종욱 등 이미 지난 해에 일정한 궤도에 오른 선수들외에 김현수, 민병헌 등이 신진 대열에 합류, 팀을 떠받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만으론 무언가 부족하다. 역시 거포가 있어야 팀이 산다.
그래서 김동주(31)가 두산 타선에서는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이다. 게다가 2006년 롯데에서 데려온 최준석(24)이 김동주의 뒤를 이어 거포로 착실히 성장한 것도 따지고 보면 ‘김동주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 쌍포가 두산 타선의 원동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포의 부재는 팀 타선의 존재감을 잃게 만든다. 올 시즌 KIA나 롯데, 현대 등이 하위권으로 처진 것도 거포의 부재가 한 가지 요인이다. 롯데는 이대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데다 뒤를 받쳐줄 제 2의 거포가 없고, KIA는 믿었던 도끼 최희섭의 장기간 결장이 팀 하락세에 부채질했다.
삼성이 ‘양(준혁)-심(정수)포’의 부활로 초반 어려움을 딛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간 것이나, SK가 이호준의 복귀와 박경완의 회복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2일 한화와의 잠실 경기에 앞서 만난 두산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되는 김동주에 대한 질문을 받자 “프랜차이즈 간판스타가 있어야 한다. 구단이 알아서 하겠지만”이라고 넌지시 말했다.
김동주가 없는 두산 타선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는 생각의 자락을 드러낸 것이다. 김 감독은 “최준석이 타점을 많이 올리는 것도 김동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느 해보다 몸도 가볍도 다리도 빠르다. 다른 포지션도 아니고, (힘이 드는) 3루수로서 김동주의 수비는 역대 최고다. ‘굉장히’좋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일부러 ‘굉장히’라는 수식까지 했다. 극찬이다.
프로야구 감독이라면 누구나 ‘가을 잔치’에 참가하기를 바란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 그 해 팀 성적의 잣대가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김 감독은 “올해 목표는 4강이다. 가을 잔치에 꾸준히 드는 것이 중요하다. SK가 표적이 아니다. 4위 확정이 1차 목표이고, 2~6위까지 워낙 붙어있어 8월 끝까지 기봐야 알겠다”고 전망했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 우승을 겨냥하고 있다. 계약(3년 만기) 마지막 해이고 “팬과 구단에 그 동안 신세를 갚는 해”로 잡고 있다. 그럴만한 전력이 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 대전제가 바로 김동주의 잔류인 것은 분명하다.
김 감독은 “올해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 어린 선수들을 살찌우고,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투수들도 있고 채상병이 포수 노릇을 잘 해주고 있어서 탄탄한 팀을 만들 수 있다”며 2008시즌을 큰 그림을 완성하는 해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 밑그림에 김동주를 뺀다는 것은 김 감독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홍윤표 OSE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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