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 김성근, 선동렬 감독이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한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7.08.07 10: 47

‘웃으면 복이 온다’고 누구나 알면서도 이를 실천하기는 어려운 게 사람사는 세상입니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는 집에 복이 들어온다는 사실도 알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힘든 게 우리네 삶입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선동렬(44) 감독과 SK 와이번스의 김성근(65) 감독은 덕아웃에서 웃지 않는 지도자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과 선동렬 감독이 근래 벤치에서 부드러운 인상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선동렬 감독은 고려대와 해태 시절 선수 때는 항상 둥글둥글한 인상에 호쾌한 투구, 자신감이 넘치는 호남형으로 각인이 돼 있었는데 2005년 삼성 사령탑으로 자리잡은 이후에는 가까이 하기 힘든 모습으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역 감독 중 가장 젊은 사령탑으로 부임해 선수 때와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일까 궁금했습니다. 만인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선동렬 감독은 부임 첫 해 라이온즈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시키고 지난 해도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해 2년 연속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어 선수 시절 못지않은 지도자로서 빼어난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렇게 팀 성적이 좋은데도 선수들에 대한 표정-일반인들에게는 덕아웃에서의 인상-은 웃는 낯을 보기 힘들고 딱딱하게 굳은 인상이나 선수들이 사인대로 하지 못했을 때는 신경질적인 반응과 불만이 잔뜩 싸여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 즈음해 선동렬 감독의 짜증 섞인 표정이 자주 나타나더니만 그 직후 11월에 일본에서 열린 코나미컵대회에 출전해 일본의 니혼햄 파이터스에 우승컵을 넘기고 대만의 라뉴 베어스에 역전패하는 아픔을 겪자 굳은 표정은 더 심해져 살벌한 느낌마저 주었습니다.
공격력의 급격한 쇠퇴로 인해 점수를 뽑지 못하는 노쇠한 타선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으로 보이는데 올 시즌 들어서도 방망이는 터지지 않고 투수진마저 펑크가 생기자 선동렬 감독의 불편한 심기와 표정은 계속됐습니다.
‘선동렬의 지키는 야구'가 휘청거린 것입니다. 특히 6월 하순부터 7월 초까지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7경기에서 2승5패에 머물면서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졌고 선두 SK와 8.5경기 차가 날 뿐만 아니라 4위 LG에도 2경기 차로 뒤졌습니다.
한대화 삼성 수석코치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7월 8일에 호시노 일본대표팀 감독의 방한을 전후해 SK와 두산에 연거푸 대패하는 바람에 팀 전체가 비상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쉬는 날 선동렬 감독이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해서 갔더니만 단 둘이 만나는 자리여서 긴장했습니다.”
“팀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주로 이야기했는데 우리 팀은 고참 선수와 FA선수가 많은데 너무 채찍질해 봐야 역효과가 나니 선수들을 풀어줘 자율에 맡기자고 결론을 내렸죠.”
“또 타자들이 제대로 치지 못했을 때 잔소리를 자꾸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타자들 자신도 잘 맞지 않으면 괴로울 것이고 타격이라는 게 초반에 못 칠 수 있고 후반에는 잘 칠 수 있는데 코칭스태프에서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타자들은 더욱 주눅이 드니 넉넉한 마음으로 다둑거려 주는 게 좋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섰더니 요즘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달라진 선동렬 감독의 벤치에서 표정 때문인지 삼성은 후반기 들어 팀 성적이 좋아지고 특히 부진했던 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양준혁 혼자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박진만이 3할 대열에 합류했고 극도로 부진하던 심정수는 어느덧 타점 1위까지 치고 올라왔으며 강봉규, 김창희, 박한이, 진갑용, 김한수, 신명철, 김재걸 등도 방망이가 맞기 시작해 팀 성적이 6위에서 3위로 올라섰습니다.
한편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을 유지하고 6월 중순부터는 단연 선두 주자로 달리고 있는데도 SK의 김성근 감독은 자주 ‘위기감’을 느낀다고 엄살(?)을 떱니다. 그리고 덕아웃에 앉아 있을 때는 항상 노트를 옆에 놓고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대해 메모를 하며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잘 할 때도 심각한 인상이고 못할 때는 입맛을 다시며 쓴 표정을 짓고 당장 선수를 교체하기 일쑤입니다.
한마디로 ‘야구의 귀신’이란 표현이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를 잘 풀어나가 ‘귀신’이란 표현도 맞지만 심각한 얼굴 표정이 세상 모든 것을 제쳐놓고 야구 하나에 몰입해 귀기가 서린다는 표현이 앞섭니다.
딱딱하고 매섭기만한 김성근 감독의 인상이 얼마전부터 풀어졌습니다. SK는 지난 8월 2일 홈에서 기아에 1-5로 패하고 다음 날 대구로 내려가서는 삼성에 잇따라 역전패해 3연패를 당했습니다. 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3-6으로 패한 뒤 SK 선수들에게 김성근 감독은 “바로 라커룸으로 오라” 며 미팅을 소집했습니다.
모두들 불호령이 떨어질 것을 예상했으나 김성근 감독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잘했다” 며 오히려 칭찬을 하고 “오늘 비록 졌지만 최근 몇 경기에서 찾을 수 없었던 투지가 보였다. 열심히 치고 뛰면서 이기려고 하는 의지를 보인 것이 마음에 든다”면서 “오늘까지 패배한 것은 싹 잊고 내일부터 또 열심히 뛰자” 며 선수들을 격려했습니다.
김 감독이 경기 후 직접 미팅을 소집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졌는데도 선수들을 칭찬하고 격려한 것은 올 시즌 처음 있는 일입니다.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은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지쳐 있고 선수들 스스로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시기에는 채찍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것을 김성근 감독 자신도 스스로 깨달은 듯 싶습니다.
다음 날 SK는 삼성에 8-6으로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선두를 질주하는 바람에‘공공의 적’으로 타깃이 된 김성근 감독이 다른 팀과도 빈번한 투수 교체로 인한 오해, 빈볼 시비 등에서도 벗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웃으며 일하면 모든 게 좋아진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도 많이 웃을수록 좋다니 야구장에서도, 덕아웃에서도 웃으며, 부드러운 분위기가 어느 구단이나 번지면 팬들의 야구사랑도 더욱 두터워질 것입니다.
한화 김인식(60) 감독도 조금 더 웃는 모습을 보였으면 어떨까 합니다. 요즘 들어 한화 타선이 너무 무기력하니까 김인식 감독은 “너무 못친다. 해도 너무한다”는 한탄을 저도 모르게 터트리고 있지만 “기다려 보렵니다. 언젠가는 터지겠죠”라며 선수들을 믿는 모습을 보여주면 훨씬 보기 좋을 것입니다.
무명의 선수들이, ‘깜짝스타’들이 펄펄나는 통에 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두고 있는 두산의 김경문(49) 감독은 선수들이 실수를 할 때도,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를 할 때도 입술만 한번 꾹 다물 뿐입니다. 포커 페이스 김경문 감독 역시 조금 더 표정을 부드럽게 관리하면 아마도 팀 분위기가 더 살아나지 않을까요.
웃는 얼굴, 미소짓는 표정이 좋은 지 알면서도 저도 잘 지키키 못하고 있는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 세수할 때 거울을 보고 미소를 지어라. 거울 속의 사람도 나에게 미소를 보낸다.
* 밥을 그냥 먹지 말라. 웃으며 먹고 나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 화장실은 근심을 날려보내는 곳이다. 웃으면 근심걱정 모두 날아간다
* 힘차게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라. 활기찬 하루가 펼쳐진다.
* 모르는 사람에게도 미소를 보여라. 마음이 열리고 기쁨이 넘친다.
* 화날 때 화내는 것은 누구나 한다. 화가 나도 웃으면 화가 복이 된다.
* 우울할 때 웃어라. 우울증도 웃음 앞에서는 맥을 쓰지 못한다.
* 힘들 때 웃어라. 모르던 힘이 저절로 생겨난다.
* 웃는 사진을 걸어 놓고 수시로 바라보라. 웃음이 절로 난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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