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돼 거취가 자유로워지는 ‘불곰’ 김동주(32. 두산 베어스)에 대해 일본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자칫 현재 요미우리에 몸담고 있는 이승엽(31)과 포지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어 그의 거취가 이래저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8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1, 2위팀간의 경기인 SK-두산전에 요미우리의 스카우트 두 사람이 참관했다. 이전에는 다른 일본팀에서 김동주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으나 요미우리가 공개적으로 스카우트를 파견해 김동주를 지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과 인사를 나눈 두산 관계자는 “우리와 SK, 상위팀이 경기를 가져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그동안 수시로 우리 경기장에 찾아왔던 일본 야구인들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온 요미우리 스카우트들은 한국 선수에 관심이 많다면서 특히 김동주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해 난처했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김동주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당장 스카우트하고 싶다고 솔직히 털어 놓아 내가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두산 관계자가 “ ‘지금 요미우리에는 김동주와 같은 포지션인 오가사와라가 아주 잘하고 있지 않느냐’ 고 물으니까 자기네 구단내에서 만일 김동주를 데려온다면 오가사와라는 1루수로 보내도 좋다는 견해가 나왔다”고 구단내 구체적인 사정을 밝혔다고 말했다. 만일 김동주가 요미우리로 이적해 3루수를 맡고 오가사와라가 1루수로 옮기면 현재의 1루수인 이승엽은 대타자나 다른 포지션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한국계이며 좌타 거포인 오가사와라 미치히로(34)는 지난 해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32홈런, 100타점을 올리며 퍼시픽리그 2관왕을 차지하고 골든글러브와 리그 MVP를 수상했다. 올해 요미우리로 이적하면서 4년간 15억2000만 엔을 받기로 한 오가사와라는 시즌 초에는 3번타자로 나섰으나 이승엽이 각종 부상으로 고전하자 4번타자 자리를 꿰차고 별명 ‘사무라이’다운 강한 면모를 보여주며 팀을 이끌고 있다. 두산 간판타자 김동주는 지난 7월 일본 올림픽대표팀 호시노 감독이 방한해 한국 선수들을 체크했을 때 8게임에서 홈런 6개를 몰아쳤다. 7월 6∼8일 대구 3연전에서 터뜨린 장외 홈런 3방은 모두 변화구였다. 이어 13일 인천 SK전서는 레이번과 윤길현의 직구를 각각 때려 연타석 홈런을 날렸고 전반기 마지막 날인 7월 15일 SK전서는 마무리 정대현의 바깥쪽 116㎞ 커브를 잡아당겨 125m짜리 결승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 가운데 5개는 비거리 120m를 넘긴 초대형 대포였다. 호시노 감독은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긴돈주’라고 김동주를 지칭하며 “예전보다 더 무서워졌다”고 칭찬했다. 현재 최고의 투수 리오스는 기아 시절 가장 두려웠던 타자가 김동주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승엽은 올해 초 “김동주가 일본에 오면 얼마든지 반기는 구단이 많을 것”이라고 일본에 올 것을 권유했고 SK 김성근 감독은 “지금 당장 일본에 가도 통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한편 국내 지도자 중에는 강병철 롯데 감독과 김재박 LG 감독이 공개적으로 영입할 뜻을 비쳤다. 강 감독은 지난 7월 말 “강한 롯데 건설을 위해서는 김동주가 필요하다” 고 역설한 바 있다. 김동주를 영입하면 이대호와 함께 강력한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주를 데려오면 외국인선수는 모두 투수로 뽑을 수 있어 훨씬 튼튼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김재박 LG 감독도 김동주의 열렬한 팬이 됐다. “현재 팀에는 두려워할 만한 중심타자가 없는데 김동주가 적격” 이라고 말했다. 롯데와 LG가 공개적으로 추파를 던진 가운데 두산의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두산은 역대로 거액의 FA 선수를 잡지 않았지만 김동주만은 놓치지 않을 작정이다. 김동주가 없다면 팀의 기둥뿌리가 흔들리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진작부터 FA 영입은 없다고 했지만 올해 성적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내년 시즌 전력 구성상 김동주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면 영입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 삼성이 참전한다면 김동주의 몸값도 동반상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동주는 모든 팀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일본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은 김동주가 일본을 가게 되면 한국 만큼 높은 몸값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예상이 나돌았으나 거액 베팅으로 유명한 요미우리가 나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국내에서 김동주의 추정 몸값은 지난 2004년 말 삼성 유니폼을 입은 심정수와 비슷할 것으로 거론됐다. 당시 심정수는 총액 60억 원에 4년간 계약했다. 그러나 요미우리가 나서면 액수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아직은 자신의 에이전트를 정하지 않은 김동주의 행보가 주목된다. 천일평 OSEN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