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왕정치 넘은’이치로, 장훈을 겨냥하다
OSEN 기자
발행 2007.09.07 10: 39

이치로, 왕정치를 넘어 장훈을 넘본다
‘한국의 이치로, 주니치 입단 결정’. 1997년 12월 11일치 일본 스포츠전문지인 의 3면 톱기사 제목이다. ‘한국의 이치로’라는 수식은 ‘한국에서 가장 타격 솜씨가 좋은 선수’와 동의어이다.
한국의 이치로라는 지칭을 받았던 선수는 바로 KIA 이종범(37)이었다. 이종범은 일본에서 1년도 채 안된 시점(1998년 6월 23일)에서 한신 투수 가와지리의 공에 얻어맞고 오른팔꿈치 골절의 중상을 당했다. 그로 인해 이종범은 결국 제 기량을 활짝 펴보지 못하고 2001년 시즌을 끝으로 귀국했다.
이종범은 최근 은퇴의 길로 내몰리고 있지만, 그 이름의 장본인 이치로(34. 시애틀 마리너스)는 아직도 펄펄 날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3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3안타를 보태 올시즌 200안타 고지에 올라섰다. 7년 연속기록이었다.
이치로는 6일 현재 타율 3할5푼2리(577타수 203안타)로 오도녜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아메리칸리그 타격 공동 1위에 올라 치열한 수위타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가 일본 야구사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이치로는 일본 오릭스에서 1278안타를 쳤다. 2001년 시애틀로 이적한 이후에는 1557안타를 날렸다.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16년간 개인통산 2835안타의 탑을 쌓은 것이다. 지난 8월2일, 이치로는 왕정치(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의 통산안타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본 프로야구 개인통산 최다홈런(868개) 기록 보유자인 왕정치는 프로 22년간 2786안타를 작성했다. 그날 이치로가 LA 에인절스전에서 왕정치를 앞질러 통산 2787안타를 기록했다. 일본인 역대 3위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일본프로야구 역대 개인통산 최자안타 기록은 재일동포 장훈(23년간 3085안타)이 갖고 있다. 2위는 라쿠텐 이글스 노무라 가츠야 감독의 2901안타(26년간). 이치로는 이제 노무라의 기록을 가시거리 안에 두고 있고(-66개), 좀체 깨어질 것 같지 않던 장훈의 기록마저 넘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치로는 2008시즌 초반에 노무라의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내년 안에 장훈의 기록 돌파도 가능하다.
이치로는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
이치로 안타 내용을 놓고 그를 전형적인 ‘똑딱이’타자로 깍아내리는 시각이 엄연히 있다. 실제 이치로는 2835개의 안타 가운데 551개가 내야안타이다. 비율이 19%를 넘는다. 안타 5개 중 1개는 내야안타라는 얘기이다.
이를 왕정치와 단순비교해본다면, 왕정치는 홈런이 31%를 차지한다. 반면 이치로는 7%(미, 일통산 185홈런)에 미치지 못한다. (참고로 이승엽은 한, 일통산 안타(1766개) 가운데 홈런(432개) 비율이 24.5%이다)
이치로는 일본 오릭스 시절 16%(1278개 중 208개)정도였던 내야안타 비율이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쩍 늘어나 22%(1557개 중 343개)에 이른다. 내야안타 가운데 유격수쪽 안타가 많다. 이는 이치로가 그만큼 빠른말로 안타를 만들어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이치로는 상대적으로 장타력이 떨어지는 타자일까.
7월10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사상 처음으로 장내홈런(인사이드파크홈런)을 날리며 3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이치로는 이렇게 항변한 적이 있다.
‘홈런을 노린다면, 1년동안 몇 개나 쳐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타율 2할2푼으로 좋다고 한다면, 40홈런을 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고 받아넘겼다.
이치로의 입
이치로가 한국 야구팬에게 (나쁜 의미로) 가까이 다가왔던 것은 2006년 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통해서였다.
이치로는 WBC 1라운드 열흘 전 와의 인터뷰에서 “그저 이기는 것은 싫다. 관전하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플레이가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고 싶다. 그 게 나의 전략이다. 저쪽이 앞으로 30년 동안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도록 이겨주겠다”고 한국을 겨냥한 독설을 던졌다.
이 발언으로 인해 한국팬은 들끓었고, 공교롭게도 일본은 한국에 연패했다. 그러자 극도로 흥분한 이치로는 3월16일 1-2로 패한 직후 “한국은 좋은 투수와 선수를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굴욕적인 날”이라고 발언했다.
이치로는 또 한국선수들이 이긴 직후 태극기를 들고 에인절 스타디움을 도는 모습을 보며 ‘분노에 치민 듯 고개를 확 돌렸다(일본 기자들의 표현)’고 했다.
그는 한국전 패배 후 팀 훈련에 불참했다. 패배의 아픔과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폭음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는 것이 당시 OSEN 특파원의 취재로 밝혀지기도 했다.
WBC를 마친 후 이치로는 한국 누리꾼들에 의해 ‘입치로’로 격하됐다.
‘타격 기계’로 불리는 이치로는 7월30일 메이저리그 개인통산 1500안타를 달성했다. 이치로가 작성한 1060경기 만의 1500안타는 ‘야구의 성인’으로 칭송받고 있는 타이 콥(1070게임)을 앞지른 역대 메이저리그 3번째 빠른 기록이었다.
의 보도에 따르면 이치로는 이같은 의미 있는 기록달성에도 불구하고 경기 후 “나로서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 (달성의) 스피드이다. 역시 1위가 아니어서 화가난다”고 언급했다. 비록 하나의 이정표는 세웠지만 자신의 성에 차지않는다는 뜻이다.
근성으로 똘똘뭉친 이치로는 균일한 타격, 기계적인 몸동작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도 여전히 안타 제조기로 행세하고 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아지 기옌 감독이 “완벽한 선수이다. 현역 가운데 최고의 우익수”라는 평가를 내린 것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완벽을 추구하는 야구 선수’ 이치로는 그러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막막과 독설을 서슴지 않아 한국팬들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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