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보위쿤 스코어, 콜로라도의 각본 없는 드라마
OSEN 기자
발행 2007.10.03 11: 29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가 무어냐고 케네디 대통령에게 물으니까 8-7이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보통 팀당 4~5점이 나는 게 프로야구인데 타격전으로 점수가 어느 정도 많이 나야 흥미롭다는 이야기죠. 지난 1969년부터 1984년까지 메이저리그의 커미셔너를 지낸 보위쿤은 한술 더 떠 9-8이라고 답했습니다. 콜로라도 로키스가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1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랐습니다. 콜로라도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연장 13회 혈투 끝에 9-8로 믿기어려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한대화의 역전 스리런 홈런이 터진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최종전, 6-9로 뒤지고 있던 9회말 이승엽의 극적인 동점 3점포와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대역전극이 펼쳐진 2002년 삼성-LG의 한국시리즈 최종 6차전 등을 가리켜 흔히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표현을 합니다. 콜로라도와 샌디에이고의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 때= 2007년 10월 1일(한국시간 2일) ▲ 장소= 콜로라도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 1993~94년 구단 창단 초기엔 해발 1609m(1마일) 지점에 있다하여 마일하임 스타디움이라고 했으나 1995년 보수를 거쳐 수용인원 5만 445명 규모의 구장으로 바뀌면서 쿠어스필드로 개명. 공기의 저항을 덜 받아 홈런 등 장타와 안타가 많이 나 ‘투수들의 무덤’이란 별칭이 붙었다. 이곳에서 경기의 평균자책점이 6.13으로 가장 높고 텍사스 레인저스의 아메리퀘스트필드(전 알링던 파크)가 5.34로 두 번째로 점수가 많이 나며 LA에 있는 다저스타디움의 3.68과 비교됨. ▲ 관중 = 4만 8404명 ▲ 날씨= 구름이 끼고 최고기온 섭씨 23도 ▲ 진행 시간= 4시간 40분 ▲ 출연 그룹= 로키스와 파드레스(전날까지 양팀 올시즌 맞대결 성적 로키스 10승8패) 콜로라도 : 지난 9월 초순까지는 팀 승률 5할을 넘기면서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디에이고, LA 다저스에 밀려 지구 3~4위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9월 16일(현지시간)부터 11연승-1패-2연승으로 최근 14게임에서 13승1패의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전전날부터 지구 우승이 확정된 애리조나와 홈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었고 샌디에이고가 전날 밀워키원정에서 6-11로 패하며 동률을 이루어 팀 전원의 사기가 충천했다. 샌디에이고 : 사흘전까지만 해도 내셔널리그의 와일드카드팀으로 당연시 됐으나 이틀 전부터 밀워키 원정경기서 2연패를 당해 생각하지도 않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콜로라도와 갖게 됐다. ▲ 주요 등장 인물 제이크 피비(26.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 전날까지 19승6패, 평균자책점 2.36으로 내셔널리그 투수 3관왕에 9월의 선수(4승1패, 3.26)로 선정됐음. 트레버 호프만(40. 샌디에이고 마무리투수) : 올시즌 4승4패42세이브(블론 세이브, 평균자책점 2.53으로 지난 해(46세이브)에 이어 올해 세이브왕에 오름. 개인통산 524세이브로 지난 해 9월 리 스미스(1980~97년)가 가지고 있던 역대 최고 기록 478세이브을 넘어서 최다기록을 갱신 중. 맷 할러데이(27. 콜로라도 좌익수) : 올해 내셔널리그 MVP 후보 영순위. 전날까지 타율 3할4푼으로 1위, 타점 135점으로 2위(1위는 필라델피어의 라이언 하워드의 136점), 홈런 36개로 내셔널리그 4위. 지난 해 감독과 코치들이 선정하는 각 포지션 부문 최고 공격수들에게 시상하는 실버 슬러거상을 수상. ▲ 진행 상황 ► 1~2회 = 예상을 깨고 콜로라도가 최고투수 피비를 상대로 요르비트 토레알버의 홈런 등으로 3-0으로 리드. 반면 콜로라도의 선발 조시 포그(10승9패, 4.99) 무실점으로 호투. ► 3회 = 포그의 역투에 잠잠하던 샌디에이고는 3회초 1사 만루에서 4번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그랜드 슬램을 뿜어 단숨에 4-3으로 역전하고 카릴 그린과 조시 바드의 연속 안타와 브래디 클라크의 내야땅볼로 5-4로 두점차로 도망. ► 5회말 = 맷 할러데이의 적시타로 5-5 동점. 할러데이가 올 시즌 136타점으로 하워드와 공동 선두가 되자 홈팬들은 ‘MVP’ 피킷을 들고 성원. ► 6회말 = 세스 스미스의 3루타와 가즈오 마쓰이의 중견수 희생타로 콜로라도가 6-5로 재역전. ► 8회초 = 샌디에이고는 2사후 브라이언 자일스의 적시 2루타로 다시 6-6 동점. ► 연장 13회초 = 스캇 헤어스톤이 좌월 투런포를 쏟아 8-6, 재재역전하며 두 점 차로 달아나 샌디에이고는 승리를 낙관하고 축제 분위기. ► 연장 13회말 = 샌디에이고가 비상 대기 시켰던 최고의 마무리 트레버 호프만을 조 대처 대신 투입. 패색이 짙던 콜로라도는 선두 마쓰이와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연속으로 중견수 뒤로 빠지는 2루타를 작렬 시켜 7-8, 한 점 차로 따라 붙음. 숨돌릴 사이도 없이 맷 할러데이가 오른쪽 담장 위 스코어판을 때리는 3루타를 터트려 단숨에 8-8 동점을 만들고 무사 3루로 끝내기 점수를 목전에 둠. 토드 헬튼을 고의사구로 내보내 1, 3루가 되자 다음 타자 제이미 캐럴이 우익수가 그 자리에서 머리 위로 받아내는 희생타를 날림. 이날의 수훈 선수며 타점 단독 1위로 올라선 할러데이는 3루에서 리터치로 사력을 다해 홈으로 뛰어들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왼손으로 홈플레이트를 터치해 간발의 차로 세이프, 9-8로‘The End’를 마크. 믿을 수 없는 재재재(?) 역전승에 걸맞게 홈 슬라이딩을 끝으로 구단 창단 이래 두 번째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콜로라도는 하루 건너 4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파크에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갖습니다. 두 번째 각본없는 드라마는 콜로라도가 재연할까요? 아니면 동부지구에서 뉴욕 메츠를 극적으로 제친 필리스가 보여줄까요?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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