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한국야구' 다시 보여준 김인식-선동렬 감독
OSEN 기자
발행 2007.10.13 13: 41

한화가 지난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3차전에서 5-3으로 이겨 2005년부터 3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삼성은 4위에 그쳐 ‘최강 삼성’의 이미지가 바랬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치러진 17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전통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한화에서 류현진이, 삼성에서 오승환이 난 데 없이(?) 경기 중반에 등판해 역투를 해 ‘혹사’라는 비판과 함께 “아직도 예전의 한국식 야구가 이어지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마운드에 오르기엔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9일 1차전에서 6⅔이닝 동안 128개의 공을 던지고 사흘 만에 다시 공을 잡은 것입니다. 준플레이오프 1승1패로 최종전을 맞은 한화 김인식 감독은 류현진을 이날 불펜 ‘5분 대기조’로 대기시켰습니다. 3-1로 리드한 6회초 1사 1, 2루 위기에서 등판한 류현진은 강봉규에게 적시타를 맞아 한 점을 내주었지만 프로 2년차라고는 믿기지 않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였습니다. 9회 삼성이 신명철의 솔로포로 3-5를 만든 뒤 양준혁의 좌전안타까지 터지며 무사 1루에 몰렸지만 심정수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승세를 굳히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를 구대성에게 넘겼습니다. 반면에 지난해 47세이브를 거두며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오승환은 올해도 최소 경기-최소 시즌 100세이브와 사상 첫 2년 연속 40세이브라는 진기록을 수립한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이지만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최악에 가까운 투구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2-3으로 추격한 삼성은 6회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오승환을 조기 투입했습니다. 총력을 다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는 코칭스태프의 강한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2사 1,2루에서 팀의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첫 타자 김민재를 볼넷으로 출루시켰으나 크루즈를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 실점 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7회 선두 타자 김태균을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준플레이오프의 사나이' 이범호에게 130km 짜리 가운데 높은 슬라이더를 던진 게 좌중월 솔로 홈런(비거리 110m)으로 이어졌습니다. 스코어는 2-4로 벌어졌습니다. 후속 김태완과 한상훈을 각각 삼진과 포수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처리한 뒤 8회 첫 타자 신경현도 삼진으로 잡아 3타자 연속 탈삼진의 호조를 보이던 오승환은 다음 타자 고동진을 상대로 공 한 개에 무너졌습니다. 오승환의 142km짜리 직구 초구를 고동진이 우중월 솔로 홈런(비거리 110m)을 날려 난공불락이라는 그의 별명이 무색하게 됐습니다. 신인으로 지난해 30경기에 출장하여 201⅔이닝을 던지며 투수 3관왕의 위업을 쌓은 류현진은 올해도 ‘2년생 징크스’를 깨뜨리고 30경기에 등판해 지난 해보다 더 많은 211이닝을 던지며 17승7패, 평균자책점 2.94의 놀라운 성적을 올려 ‘괴물’이란 호칭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류현진이 정규시즌 내내 에이스 몫을 한 데 이어 이번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해 7회 투아웃까지 공 128개를 던진 뒤 사흘 만에 열린 3차전에 또다시 중간 구원투수로 기용돼 3⅔이닝 55개를 투구한 것은“너무 무리하게 혹사 시켰다”는 말을 들을 만합니다. 국내 최고의 소방수로 명성을 떨친 오승환을 6회에 마운드에 올려 1⅓이닝 동안 26개를 던지게 한 것은 팀의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이끈 주역인 그에게 걸맞지 않은 기용으로 평가 받습니다. 오승환에게 상처를 준 반면 류현진에게는 준플레이오프 MVP의 영예를 안긴 경기였지만 두 선수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을 안겨준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덕장’ ‘지장’으로 불리우는 김인식 한화 감독과 선동렬 삼성 감독은 “올 시즌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해서 좀 무리하게 선수들을 기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선수 기용은 선수 생명을 단축 시킬 수 있고 팬들의 신뢰감에 흠집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한국야구가,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되려면 선수 기용 방식의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아는 두 감독이 왜 무리수를 두었는지 의문입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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