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콜로라도의 PS 7연승과 해태의 6연승
OSEN 기자
발행 2007.10.17 21: 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콜로라도 로키스가 7연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훨씬 강할 것으로 예상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3연파하고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내셔널리그 정규 시즌 최고 승률을 올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4전전승을 거두며 오는 25일(이하 한국시간) 개막되는 월드시리즈에 선착했습니다. 상대팀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보스턴 레드삭스의 승자입니다. 1993년 창단해 30개 구단 중 막내둥이 격인 콜로라도는 지난 95년에 디비전시리즈에 진출(애틀란타에게 1승3패로 패배)한 이래 두번째로 ‘가을 잔치’에 참가했는데 9월과 시월의 콜로라도 과정은 한마디로 기적이었습니다. 콜로라도는 지난 9월 14~16일 3연패를 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애리조나-샌디에이고-LA다저스에 이어 4위를 마크해 로키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9월 17일 전날 2-10으로 대패한 플로리다 말린스를 13-0으로 크게 이기면서 연승 가도에 올라섰습니다. 9월 18일 LA 다저스와 더블헤더에서 연승을 올려 로키스는 힘을 얻은 반면 다저스는 포스트시즌 진출 꿈이 날라갔는데 이 경기 이후 5게임 등 7차례 대결에서 다저스는 로키스에게 전패했습니다. 그리고 로키스는 샌디에이고와 대전에서도 4승무패를 기록해 5게임 이상차로 앞서가던 샌디에이고를 턱밑까지 추격했습니다. 로키스는 9월 29일 애리조나에게 2-4로 패하기까지 무려 11연승을 올려 팀 최다연승(97년에 9연승) 기록을 경신했고 30일과 10월 1일엔 애리조나를 연파해 정규 시즌 89승73패로 샌디에이고와 동률을 이루어 10월 2일 샌디에이고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갖게 됐습니다. 콜로라도는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연장 13회 혈투 끝에 9-8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샌디에이고는 6-6으로 팽팽히 맞선 13회초 스캇 헤어스턴이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2점홈런을 터뜨려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콜로라도는 13회 말 선두타자 마쓰이 가즈오가 우중간 2루타를 터뜨려 찬스를 잡고 트로이 툴로비츠키가 중월 2루타를 날려 1점을 만회한데 이어 맷 할러데이가 우월 3루타를 터뜨려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계속된 무사 3루에서 토드 헬튼은 고의사구로 걸어나갔지만 케이미 캐롤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3루 주자를 불러들이며 4시간40분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사상 최장시간을 기록한 이날 경기에 막을 내렸습니다. 내셔널리그에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샌디에이고의 에이스 제이크 피비는 6⅓ 이닝 동안 홈런 2개 등 안타 10개와 볼넷 4개로 6실점해 기대에 못미쳤고 최고의 마무리 트레버 호프만은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정규 시즌 성적까지 합쳐 콜로라도는 22게임에서 21승1패를 기록하고 있는데 포스트시즌에서 파죽의 7연승을 거둔 팀은 이전에 한팀이 있었습니다. 76년 신시내티 레즈가 7연승을 올린 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신시내티는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4승3패로 신승해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는데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보스턴에게 0-6으로 완패해 포스트시즌 연승 기록은 7승에 그쳤습니다. 와일드카드-디비전시리즈 제도가 도입된 95년 이후에 포스트시즌 7연승은 콜로라도가 처음입니다. 우리 프로에서는 포스트시즌에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5전전승을 기록한 팀이 두차례 나왔습니다. 90년에 삼성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빙그레를 2승무패로 꺾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해태를 3연파하며 한국시리즈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이해 창단하여 백인천 감독이 지휘한 LG 트윈스에게 4전전패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2003년에 SK도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2연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에서는 기아를 3연파하며 한국시리즈에 올라 포스트시즌 5연승을 올렸죠. 그러나 SK도 한국시리즈에서는 현대에게 첫판에 2-3으로 패하며 연승가도에 제동이 걸렸고 3승4패로 분패해 챔피언 타이틀을 놓쳤습니다. 한국시리즈까지 합쳐 포스트시즌 연승 기록은 87년의 해태 타이거스가 세운 6연승이 최고 기록입니다. 당시 해태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전기리그에 3위를 차지하고 후기에는 롯데와 MBC를 극적으로 제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OB 베어스와 대결했습니다. 1차전에서 해태는 11-3으로 대승했지만 2차전은 3-10으로 대패하고 3차전도 1-4로 패해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3차전 선발은 당연히 선동렬이었으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김대현이 나서 연장전까지 벌였습니다. 연장 10회말 한대화가 중전안타로 나가고 김봉연은 범타로 물러난 다음 김준환이 중전안타를 때리자 김무종은 고의사구로 걸어나가 1사만루가 됐습니다. 여기서 베어스의 기교파 투수 최일언의 어이없는 끝내기 폭투가 나와 해태가 4-3으로 승리, 2승2패를 만들었습니다. 사기가 오른 해태는 5차전에서 김정수-차동철이 이어 던지며 무실점으로 막고 백인호가 혼자 3타점을 올리며 4-0으로 영봉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습니다. 한국시리즈에 기다리고 있었던 삼성은 전후기리그를 모두 1위로 끝낸 강자였습니다. 85년에도 전후기 통합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 없이 패권을 거머쥐었으나 한국시리즈가 없으면 팬들에게 흥미를 잃게 한다는 여론이 높아 삼성이 전후기리그를 석권했어도 한국시리즈가 거행된 것입니다. 누구나 삼성이 4승1패 정도로 우승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1차전에서 삼성의 에이스 김시진은 1회에 1사후 이순철에게 볼넷을 주면서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고 이순철이 도루를 하자 포수 이만수는 악송구를 범해 이순철을 3루까지 보냈습니다. 그리고 김성한의 우익수 평범한 플라이를 장효조가 잡았다가 떨어뜨려 한점을 내줬고 이어서 한대화가 투런 홈런을 터뜨려 3점을 선취해 승기를 잡고 5-3으로 해태가 이겼습니다. 2차전은 김정수-선동렬이 계투하며 김기태-양일환이 이어 던진 삼성과 투수전 끝에 2-1로 승리했고 3차전은 삼성이 2점을 먼저 뽑았으나 해태가 김성한의 2타점 동점 2루타, 김준환의 역전 결승 솔로 홈런과 문희수의 기막힌 구원투구로 4-2로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상승 무드를 탄 해태는 4차전에서도 김시진-양일환을 상대로 김대현이 호투하며 김봉연, 김무종, 차영화, 김성한, 김종모 등이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김준환은 전날에 이어 역전 투런 호머를 뿜어 시리즈 MVP을 수상했으며 해태는 9-2로 승리하고 83년, 86년에 이어 3번째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마운드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김대현은 다음 해 교통사고로 고인이 됐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4연승으로 끝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해태는 플레이오프 4, 5차전 승리까지 합쳐 포스트시즌 6연승의 최고 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콜로라도는 올해 선수 연봉 총액 5400만 달러(한화 500억원)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25위로 투자를 적게한 구단이지만 포스트시즌 7연승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메이저리그 선수층이 워낙 두터웠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선수층이 얇은 우리 프로야구에서 해태의 6연승, 삼성과 SK의 5연승 기록을 경신할 팀이 탄생할 지 궁금합니다. 두산이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에 파죽의 3연승을 올리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는데 과거 87년에 해태가 리그 1위 삼성에 4연승을 거두듯이 연승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7연승이 가능하겠지만 올 시즌 선두 SK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죠.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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