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인기 가수들의 낙담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을 듯하다. 가요 시장의 악화로 인기 가수들이 지명도와 인기에 비해 수입과 영향력이 적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미 그들의 만성 지병 같은 일이 됐다. 여기다 최근에는 정말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까지 벌어져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최근 인기가요 차트에는 이상한(?) 노래 두 곡이 상위권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바로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와 중견 트로트 여가수 김혜연의 ‘참아주세요(앗 뱀이다)가 그랬다. ‘키 작은 꼬마이야기’는 각종 음원 스트리밍 차트에서, ‘참아주세요(앗 뱀이다)’는 최근 주요 가요 순위 차트 중 하나가 된 벨소리-컬러링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고 일부 차트에서는 톱5에 오르기도 했다. 노래를 부른 둘 모두 가수이긴 하다. 하지만 이 두 곡이 차트에서 최상위를 기록한 것을 보는 가수들의 마음은 착잡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두 곡의 인기 몰이는 모두 가수의 열성적인 정규 활동의 결과물이 아니라 단지 공중파TV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삽입된 데 힘입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하의 노래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 MBC TV ‘무한도전’의 ‘강변북로가요제’ 에피소드에서 등장한 곡이다. 김혜연의 곡은 1994년 ‘간 큰 남자 시리즈3’에 실렸던 정규 앨범 수록곡이긴 하다. 하지만 KBS 2TV '해피선데이'의 ‘강호동의 1박 2일’에서 강호동을 깨우는 노래로 쓰여 갑자기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두 곡은 결국 감상을 위한 곡이라기 보다는 웃기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쓰여진 ‘개그 송’들이다. 이 노래들은 차트에서 상위 순위를 찍은 후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곧바로 하락하긴 했다. 하지만 인기 가수들이 새로 발표한 노래 중 몇 곡은 이 곡들에 눌려 차트에서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 현상을 두고 가수들에게 더 분발을 요구한다거나 음원 중심 시장에의 적응 노력이 필요하다는 식의 엄숙한 충고를 하고 싶진 않다. 다만 ‘개그 송’의 최상위권 진입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가요 시장의 추락과 관련된 현상 중 하나로 볼 수 있으니 시장의 회복을 위한 구조적 개선이 시급히, 전방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연습생 시절을 포함하면 자신의 분야에서 10년 가까이 종사한 프로페셔널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요계는 분명 문제가 있는 시장임에 틀림 없다. 가수들이 차트 최상위권에서 경쟁을 벌이고 종종 중상위권에 ‘개그 송’이 올라와 양념 노릇을 하는 가요 차트가 돼야 건강한 가요계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뿐일까?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키 작은 꼬마 이야기’를 부른 하하. /SBS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