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이종욱과 김동주의 ‘발 야구’가 주는 것
OSEN 기자
발행 2007.10.23 10: 24

두산 베어스가 특유의 과감한 기동력 야구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종욱(27)의 빠른 발이 2007 한국시리즈 개막전에서 빛났습니다. 두산 베어스의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출장한 이종욱은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1차전에서 2차례의 도루를 성공 시키고 두 점을 혼자 뽑아내 팀이 2-0으로 이기는데 결정적 몫을 해냈습니다.
이종욱은 1회초 안타로 나가 2번 김현수의 2루 땅볼 때 빠른 발로 더블플레이를 당하지 않고 2루에 간 다음 3번 고영민이 적시 우중간 2루타를 때리자 선제점을 올렸습니다. 또 3회에는 SK 2루수 정경배의 송구 에러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쳐 상대 내야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특히 이종욱의 발이 빛난 것은 SK의 선발 레이번의 호투에 좀처럼 추가점을 내지 못하고1-0으로 박빙의 리드를 이어가던 5회초 공격이었습니다. 원아웃 후 중전안타를 치고 출루한 이종욱을 대비해 레이번-박경완 배터리는 연속으로 공 2개를 피치 아웃했습니다. SK 배터리는 3번째 공까지 뺐으나 이때 2루로 달려간 이종욱을 잡을 순 없었습니다.
볼 스리에 몰린 레이번은 결국 타자 김현수를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폭투 뒤 후속 고영민까지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에 몰렸습니다. 1사 만루에서 4번 김동주가 높은 내야플라이를 날리자 3루에 있던 이종욱은 비호같이 홈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를 얻어내 귀중한 2점째를 올렸습니다.
김동주의 타구는 SK의 2루수 정경배가 약간 뒤로 물러나 잡았는데 도저히 리터치 플레이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지점에 떨어지는 플라이였습니다. 당황한 정경배의 송구가 투 바운드가 되자 1루수 이호준이 중계플레이로 포수 박경완에게 송구했으나 약간 높았고, 이종욱은 슬라이딩으로 살아났습니다.
SK로서는 정경배의 송구가 다이렉트로 포수에게 던져졌으면 좋았을 것을 황급하게 던지느라 바운드가 되며 발빠른 이종욱을 살려주어 아쉬움이 큽니다.
지난 해 도루 51개(도루 실패는 7개)로 도루왕을 차지하고 올해도 47개 도루(14개 실패)로 도루 부문 2위에 오른 이종욱이 자신의 장기를 십분 살린 것인데 올해 도루 11개에 불과한 몸무게 98kg의 거한 김동주도 지난 17일 내야 파울플라이 때 3루에 있다가 홈에 뛰어들어 세이프되는 놀라운 기동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두산은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김명제의 호투 속에 득점 찬스를 확실하게 살리는 타선의 집중력을 보이며 6-0으로 승리했습니다. 쉴새 없이 치고 달리는 ‘발야구’로 한화 배터리와 야수들의 혼을 빼놓고 3연승으로 쉽게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을 선발로 투입해 배수의 진을 쳤지만 경기는 초반부터 두산의 페이스였습니다. 두산은 1회초 선두타자 이종욱과 2번 김현수가 연속안타를 치고 나간 뒤 3번 고영민의 빗맞은 타구가 한화 유격수 김민재의 키를 살짝 넘어 글러브에 맞고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가 돼 선취점을 뽑았습니다. 계속된 1사 1, 2루에서 홍성흔은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쳤으나 김민재가 2루에 던진 송구가 낮자 베이스 커버를 들어왔던 한상훈이 뒤로 빠트리는 바람에 2점째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1사 3루에서 안경현이 1루수 파울플라이로 잡히는 순간 3루 주자 김동주가 과감하게 홈을 파고들어 3점째를 올리며 승기를 잡았습니다. 한화 1루수 김태균이 1루쪽 담장 근처로 쫓아가 잡으며 몸의 균형이 약간 흐트러지자 이 순간 3루에 있던 김동주가 과감하게 홈에 뛰어들어 점수를 뽑은 것입니다.
김동주의 리터치 플레이가 김태균이 방심하고 송구 자세가 좋지 않아 득점에 성공한데 비해 이종욱의 2루수 희생플라이 득점은 프로야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예전 MBC 청룡의 ‘쌕쌕이’ 이해창이 1983년 경기에서 3루에 있다가 유격수 플라이 때 홈에 뛰어들어 살아난 것을 본 이후에는 아마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해창은 1983~84년에 최다득점을 기록했고 1987년에 도루왕을 차지한 대표적인 호타준족의 근성있는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바람의 사나이' 이종범도 해태 시절 2루수 플라이 때 3루에서 홈에 뛰어들어 세이프 된 적이 있다고 OSEN에서 함께 근무하는 이선호 기자는 가르쳐 주더군요. 이종범이 신인이던 93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3회말 홍현우의 타구 때 리터치 플레이로 바람같이 홈에 슬라이딩해 팀을 승리로 이끌어 3연승 발판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2-0으로 승리한 두산은 4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둔 리오스와 두 점을 뽑아낸 이종욱이 최고의 수훈선수입니다.
두산은 올해 팀 도루가 161개로 8개 구단 중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개인 도루 순위에서 2위 이종욱(47개), 3위 고영민(36개), 4위 민병헌(30개)이 올라 한팀에서 30개 이상 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3명이나 나온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입니다.
SK는 팀 도루 2위(136개)를 기록해 두산에 버금가는 기동력을 과시했지만 이날은 개인 5위인 조동화(25개)와 6위 정근우(24개), 8위 박재상(21개) 등이 베이스에 나가지 못하고 뛰지 못해 영패를 면치 못했습니다.
도루 1위 이대형(LG. 53개)과 이종욱, 정근우 등은 도루 귀재로 부를만합니다. 셋 중 센스는 이종욱과 이대형을, 빠르기로는 정근우를 꼽는데 1차전에서 기선을 잡은 이종욱을 놓고 완전히 발이 묶였던 정근우의 도전이 어떻게 전개될 지 팀 승부외에 또다른 주목거리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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