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백인천, ‘김현수는 제2의 이승엽’
OSEN 기자
발행 2007.10.26 11: 48

지난 10월 14일, 2007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 2번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두산 베어스 ‘신고선수’ 김현수(19)는 긴장한 탓인지 2타수 무안타(1볼넷)로 침묵했다. 급기야 7회에는 대타 홍성흔으로 바뀌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2차전(15일) 선발 오더 작성을 놓고 고민했다. 김현수를 빼야할 것인가, 그대로 둘 것인가. 장고 끝에 김 감독은 김현수를 그냥 기용하기로 결심했다. 그 날 김현수는 1-2로 뒤지고 있던 3회 동점 솔로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팀 승리를 앞장서 이끌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1차전에 보니까 김현수와 채상병이 가장 긴장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2차전을 앞두고 김현수를 제외할 생각도 했는데, 밀어보기로 했다”고 고민의 순간을 돌아보았다. 만약 김현수를 선발에서 뺐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시리즈의 흐름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일고 3학년 때‘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던 김현수는 대학 진학 길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오로지 프로선수로 입신을 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먹고 어렵사리 신고선수 신분으로 두산 유니폼을 2006년에 입었다. 첫 해 2군에서 고생한 후 올해 1군으로 올라와 ‘테이블세터’ 노릇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 특히 시즌 막판 요긴할 때마다 영양가 만점의 타격으로 팀 승리를 거들었다.
한화 이글스와의 플에이오프에서 3차례 모두 선발 출장, 10타수 5안타, 2타점 1홈런, 2도루로 활약했던 김현수는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들어서도 주눅들지 않고 2번타자 겸 좌익수로 팀 승리에 징검돌을 놓아가고 있다. 22일 1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지만 2차전에서는 1회에 팀 첫 안타를 쳐냈고 0-2로 이끌리던 3회에는 고영민의 동점 2점홈런을 부르는 중전안타를 날렸다.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백인천 전 LG 트윈스 감독이 잠실구장을 찾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원로 야구인 초청으로 나온 백인천 전 감독은 뜻밖의 말을 했다. 바로 김현수에 대한 언급이었다.
백인천 전 감독은 “김현수는 야구 센스가 아주 좋은 선수이다. 발도 느리지 않고 앞으로 이승엽 같은 대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극찬했다. 그는 “김현수 아버지의 동서(김현수의 이모부)가 고교(경동고) 동기여서 작년에 두 차례 김현수를 데리고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그 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면서 자질을 눈여겨 봤다”고 털어놓았다.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1회 첫 타석에서 밀어치기로 깨끗한 좌전안타를 때려냈다. 나무랄 데 없는 부드러운 타격이었다. 4회에는 잘 맞은 타구가 SK 우익수에게 잡히기는 했지만, 포스트 시즌 들어 일취월장, 나날이 진화하는 타격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김현수의 배번은 50번이다. 신일중고 시절에는 36번을 달았지만, 두산에 입단 한 후 등번호를 고를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남는 번호’ 중에서 골라 50번을 달게됐다. 그 50번이 점차 팬의 눈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두산 팬 사이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현수는 키 188㎝, 몸무게 95㎏으로 김동주, 최준석 두 선배와 더불어 두산 팀내에서 우람한 체구를 자랑한다. 체구에 걸맞게 태도 또한 의젓하다. 신인왕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이내 도리질한다. 자신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7 프로야구 신인왕 후보는 3명이다. 두산 베어스의 투수 임태훈(19)과 김현수, 그리고 현대 유니콘스의 투수 조용훈(20)이 그들이다. 김현수는 타자 가운데 유일하게 명함을 내밀었다.
비록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 타격 순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김현수는 올 시즌 이종욱(27)과 함께 막강한 테이블 세터를 이루며 타율 2할7푼3리(319타수 87안타), 5홈런 32타점, 33득점, 5도루로 반달곰 타선서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인 신인왕 타이틀에 욕심이 날 법도 하건만 김현수는 “신인왕은 당연히 임태훈이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팀이 우승만 한다면 된다는 것이 김현수의 생각이다. 그는 “(임)태훈이가 팀에 기여한 것이 있는데 제가 받으면 되나요. 전 우승만 하면 됩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를 미래의 두산 핵심타자로 꼽고 있다. 올해는 1군무대 적응 삼아 2번 타순에 주로 기용했지만, 내년시즌부터는 중심 타선을 꿰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김 감독은 생각한다. 김 감독은 “김현수는 멀리 내다보고 쓴 선수이다. 내년에 펀치력을 가다듬는다면 좋은 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시작은 초라했지만, 쭉쭉 뻗어가는 김현수의 눈길은 이승엽이나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인 장종훈에게로 향하고 있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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