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 말미 뮤직비디오, 독? 약?
OSEN 기자
발행 2007.10.28 09: 05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 말미에는 으레 뮤직비디오가 방송된다. 아니, 됐다. 그런데 뮤비 방송을 SBS가 한 달 동안 잠정 중단했다. 중간 광고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 아직 완전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고 지상파 방송 3사가 모두 참여하는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가요계는 목숨이 걸린 일처럼 크게 동요하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뮤비 방송 중단을 하던 말던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수와 제작자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불황에 허덕이는 현 가요 시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예전에는 방송에 살짝 모습만 스쳐도 음반이 펑펑 나갔지만 지금은 어떤 프로모션 수단을 써도 좀처럼 음원/음반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매출이 확실히 일어나는 프로모션 방법이 예능 프로그램 뒤에 붙는 뮤비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가요관계자들이 펄쩍 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가수 매출에만 연관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수급과도 관계 있는 일이다. 현재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대부분을 가수들이 책임지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에 비하면 정말 푼돈 밖에 안 되는 출연료를 받지만 가수들이 열심히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히 홍보 때문. 그리고 많은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싼 값’에 출연하는 대신에 자신의 뮤비를 프로그램 말미에 방송할 수 있는 권리를 맞바꾸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뮤비 방송이 없어진다면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할 이유가 없다’는 강경한 의견을 내놓는 가요 관계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가수들 중 스타급이 아닌 경우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뮤비를 틀지 못하더라도 단순 출연이라도 하려는 이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 출연이라도 안 하면 음반이 나온 줄도 모르는 대중이 많기 때문에 뮤비를 틀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얼굴이라도 비추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가수들은 방송사가 예능 프로그램 뮤비 방송을 완전히 금지시켜도 출연하려고 할 것이니 ‘뮤비 금지=가수 예능 출연 거부’로 전체 가수의 뜻이 단일화되기는 힘들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예능 프로그램 마지막에 방송되는 뮤비는 가수들에게 목숨을 부지시켜 주는 ‘약’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가요계 살리기 원칙론자들의 주장이다. “가요계는 지상파 TV 의존도가 높은 것 때문에 망했다. TV에서 너무 흔히 보여져 대중이 굳이 음반을 사고 공연에 갈 필요를 못 느낀다. 이 기회에 지상파 TV에서 가수들이 사라지자.” 이는 예능 프로그램 말미에 방송되는 뮤비를 포함해 지상파 TV 출연 모두를 가요계의 ‘독’으로 보는 견해이다. 미국이나 일본 대중 음악 시장을 보면 일견 맞는 말이지만 현실성이 부족한 주장이기도 하다. 가수 홍보의 또 하나의 큰 축인 케이블음악채널들이 뮤비 방송 프로그램을 줄이거나 새벽 시간대로 쫓아내고 오락 프로그램 내보내기에 여념이 없는 ‘배신’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가수들이 지상파 TV에서 몽땅 빠져 나오면 자신들의 음악을 알릴 방송 수단은 라디오 밖에 안 남는다. 영상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 적합한 활동 방식은 아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뮤비 방송 중단. 이를 계기로 가수들은 공연에서만 볼 수 있게 만들어 가요계를 부흥시키자는 주장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것이다. 이를 버텨내기에는 현 가요 제작자와 가수의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어찌 해야 하는 것인가.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최근 새 앨범을 내고 앨범 홍보활동에 열심인 가수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승철 메이비 성시경 이수영.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