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창단 8년만에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SK는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07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5-2로 역전승, 2패 후 4연승의 기적을 연출하며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습니다.
인천 연고팀이 우승한 것은 지난 1998년 현대 유니콘스 이래 9년만에 두 번째 경사입니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하며 창단, 첫 해는 최하위에 그쳤으나 창단 4년째인 2003년엔 준우승를 차지하고 2005년에는 3위, 지난 해는 6위로 떨어졌다가 올해 정상에 올랐습니다.
와이번스는 올해 신영철 구단 사장이 ‘팬 퍼스트(Fan First)! 해피 베이스볼(Happy Baseball)!’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특히 야구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시설 투자 및 팬 서비스가 이어져 팀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롯데에서 2년간 코치로 일하던 김성근 감독과 미국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9년간 코치를 지낸
이만수 코치를 수석코치로 영입하면서 지도 체제부터 변화를 준 게 팬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정규 시즌에 총 410만 관중이 입장해 지난 해의 286만 명에 비해 120만 명이나 늘었는데 SK는 지난 해 홈구장 관중이 33만 1000명에 불과하던 게 올해는 65만 6000명이 찾아 와 8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증가율 98.2%를 기록했습니다. 인천 연고 구단으로는 최초로 60만 명을 넘어선 것이고 경기당 관중이 1만 419명으로 LG, 두산, 롯데와 더불어 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SK이지만 야구 열기만큼은 아직 부산 롯데에 비해 처집니다.
롯데는 팀 창단 3년째인 1984년에 첫 우승을 차지하고 1992년에 두 번째 타이틀을 따내 프로야구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에 팬들에게 강한 인식을 주었습니다.
부산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롯데였으나 2000년에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이후에는 4년 연속 최하위, 2005년 5위, 2006년 6위, 올해는 7위에 그치는 등 근래 성적이 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이에 참다 못한 팬들이 롯데 구단 성토를 하고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부산 서구)은 지난 10월 8일 여의도에서 열린 한나라당ㆍ부산시 당정협의회에서 “부산 시민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연고 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구단주 교체나 복수 구단 체제 등 특단의 대책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흥미로운 발언을 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이 자신의 선거구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 구단에 대해 이런 강도 높은 말을 한 적은 유례가 없습니다.
그래도 롯데는 올해 홈구장 관중이 74만 9000여명(경기당 1만 2604명)으로 SK보다 많고 지난 해에 비해 증가율은 79%나 됐습니다. 6월 이후 성적이 중위권을 유지했다면 아마도 관중 1위 LG를 넘어섰을 것입니다.
‘가을에 야구하는 걸 보고 싶다’는 부산 갈매기의 소망이 이루어지면 4위 이상만 해도 롯데는 경기당 관중이 2만 명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SK는 올해 우승을 계기로 롯데의 야구 열기를 능가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부산의 인구가 363만여 명이고 인천은 262만여 명으로 차이가 나 관중 동원에서는 부산이 약간 유리하지만 인천은 수도권 인구가 엄청나 충분히 많은 팬들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신영철 SK 사장은 “스포테인먼트 주창 당시 내부적으로 인천 인구 중 서울로 출퇴근하는 비율이 40%나 되고, 전라도·충청도 등 다른 지역 주민들이 많아 45만 명을 넘기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세였어요. 하지만 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5%가 거의 처음 야구장을 찾은 고객이었습니다. 이들을 ‘가족’이란 개념으로 묶어 공략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수요층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고 팬 증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부산이란 지역은 일본과 가까워 예전에는 일본야구를 시청할 수 있어 선진야구에 접근할 기회가 많았지만 이제는 어디서나 일본야구, 미국야구를 볼 수 있어 야구에 대한 흥미를 쉽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부산 사직구장은 1986년 준공해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구장에 버금가는 구장으로 선보여 9191년에는 최초로 홈관중 100만 명을 돌파한 유서 깊은 곳이나 21년이 지나 보수할 부문이 많습니다. 그에 비해 인천 문학구장은 2002년 완공해 사용하고 있는데 3만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근대식 구장으로 내부 시설 몇 군데만 손을 보면 가장 근대화된 야구장으로 팬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입니다.
SK 구단은 올해 관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원정경기의 관중 증가율은 16.7% 밖에 안돼 전체 관중 증가율에 절반도 되지 않는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만큼 와이번스 선수단에 대해 전국 팬들의 인식도가 아직은 상당히 낮은 게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중의 하나는 철저한 ‘데이터 야구’와 ‘벌떼 야구-토털 베이스볼’을 추구하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 스타일이 팬들에게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 것입니다. 또 플래툰 시스템에 따른 선수들의 플레이가 악착같다보니 가끔 ‘동업자 정신을 저버리는 플레이’가 나타나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점도 검토할 문제점입니다.
팬들이 어느 구단을 사랑하는 이유 중의 큰 몫은 대형 선수, 신뢰도가 높은 선수, 허슬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 매너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아야만 합니다. 현재와 근래 SK와 롯데를 한번 비교해 보십시오.
구단의 투자는 지난 2004년 국회에 보고된 8개 구단 지출액 및 선수 연봉 총액만 봐도 SK가 삼성, LG와 함께 230억 원-38억 원이 넘는 빅3에 오른 반면 롯데는 지출액이 150억 원에 연봉 총액은 29억 원에 그쳐 차이가 많이 나 와이번스가 앞서 있습니다.
결국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 영광을 안은 SK 와이번스가 지속적으로 팬들의 인기를 얻으려면 구단이 베풀었던 팬들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올 한해에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선수단의 체질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SK는 롯데보다 여러가지로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고 구단과 선수단이 힘을 합쳐 개발만 하면 수도권에서 사랑받는 구단이 될 것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