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김경문 감독과 선동렬 코치, 더 냉정해져야 한다
OSEN 기자
발행 2007.11.27 09: 16

베이징 올림픽 야구 1차 예선을 코앞에 둔 김경문(49) 대표팀 감독과 선동렬(44) 투수코치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투수 놀음’이라는 야구에서 선발과 구원계투 등 마운드가 총체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김병현-서재응 등 해외파가 빠진 선발진은 류현진, 박찬호, 류제국 등을 기용할 방침인데 이들이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시뮬레이션 투구에서 한결같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해 봄 월드클래식베이스볼(WBC)대회 때에 비해 전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 대만과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선수들보다 코칭스태프부터 더 냉정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선수 기용에서 냉혹하기로 유명한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은 지난 11일 코나미컵대회 결승전에서 주니치 드래곤스에 5-6으로 패한 다음 기자회견에서 “연장전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로마노를 너무 오래 던지게 했다”라며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아쉬워했습니다.
5-5 동점 상황에서 6번째 투수로 나온 로마노를 9회를 마칠 때까지(1⅓3이닝) 염두에 두다가 결국 정대현을 기용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패배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또 선발 레이번을 믿고 5회 투아웃까지 맡긴 것도 잘못이란 평가입니다.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레이번의 공이 5회 들어 불안감을 주었고 1사 후 몸에 맞는 공을 던지는데도 바꾸지 않은 것은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입니다.
그리고 단타와 2루타를 얻어맞아 2점을 더 주고서야 김광현을 올린 것은 평소의 김성근 감독답지 않은 투수 기용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로인해 SK는 서전에서 주니치를 6-3으로 꺾었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지난 해 12월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김재박 감독은 대만전에서 선발 손민한과 장원삼이 힘이 떨어진 게 역력했는데 계속 마운드를 맡겼다가 패전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일본과의 대결에서도 선발 류현진이 계속 얻어 맞는데도 밀어붙인 것은 ‘그라운드의 여시’라는 김재박 감독의 스타일과 큰 차이가 났습니다.
이번 대표팀은 지난 11월 1일부터 이제까지 국제대회에 출전한 대표팀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인 26일간 합동 및 합숙훈련을 훈련을 벌이고 대만과의 1차전을 나흘 앞둔 27일 대회가 열리는 대만에 입성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 훈련 기간은 통상 2주 정도였습니다.
지난 11일부터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훈련 중 투수들의 난조로 고민하던 선동렬 투수코치는 지난 20일 갑작스러운 위 통증으로 현지 병원에서 검사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선 코치가 탈난 이유는 집단 슬럼프에 빠진 투수진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습니다. 선 코치는 “WBC 때는 선발 투수가 넘쳐서 고민이 없었는데 지금은 확실한 선발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투수진이 극도로 부진한데 대해 “너무 따뜻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하고 평소 잘 아는 선수들인 상비군, 한팀하고만 상대해 연습경기를 치르다보니 선수들이 따분하고 지루해 컨디션이 나빠진 것 같다”면서 “대만 현지로 이동하면 날씨도 달라지고 긴장감도 생겨 달라질 것”이라고 애써 선수들을 두둔하고 있지만 내심 걱정하기는 선동렬 코치와 다를 바 없습니다.
투수진이 불안하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종욱, 정근우, 김동주, 이대호, 장성호, 이대형, 민병헌 등 타선은 괜찮다고 하지만 마운드에서 두들겨 맞으면 타선마저 침체되는 게 야구의 일반적 흐름입니다.
그러나 먼저 상대하는 대만전(12월 1일)에서 우리 선수들은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어 다행입니다. 지난 11월 10일 코나미컵대회서 SK 와이번스가 대만의 챔피언 퉁이 라이온스를 13-1, 7회 콜드게임으로 대파했기 때문입니다.
대만은 지난 해 코나미컵과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우리 대표팀을 연파해 기세를 올렸으나 올해는 대표팀 멤버가 상당히 포함된 퉁이가 SK에 일방적으로 압도당해 우리 선수들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김성근 감독이 지휘한 SK와 김경문-선동렬 코칭스태프가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다르고 대만 대표팀도 퉁이 멤버 외에 새로운 선수들이 가담해 전력상 차이가 나겠지만 일단 우리 선수들이 대만은 두려운 상대가 아니라고 인식한다는 게 다행입니다.
그리고 2주전 대만에서 열린 월드컵대회에서 대표팀 2군격이 출전한 한국대표팀이 홈팀 대만팀을 5~8위 결정전에서 3-0으로 영봉하며 5위를 차지한 바 있어 우리 선수들에게 대만은 경계 대상에서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선수들의 자신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김경문-선동렬 코칭스태프의 과제입니다. 혹시라도 김경문 감독이 SK가 퉁이에 대승을 거둔데 대해 도리어 압박감을 갖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마운드에 대한 불안감에다 또다른 부담감까지 가지면 선수 기용에서 상당한 차질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 김경문 감독은 오키나와 훈련 중 막판에 박재홍과 이진영(이상 SK) 두 선수를 대표팀에서 제외 시킨데 대해 상당수 야구팬들의 비판을 극복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습니다.
이중삼중의 부담감에 쌓인 김경문-선동렬호에 다행인 것은 선수들의 분위기는 괜찮다는 점입니다. 오키나와 훈련을 끝내고 대표팀 경력이 풍부한 유격수 박진만(삼성)은 “국내 합숙 훈련과 오키나와 전지훈련까지 다른 대회 때보다 선수들간 대화가 많았다. 또 그라운드에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충분했다. 각 구단에서 뽑힌 선수들이지만 한 팀처럼 느껴지고 가족 같은 느낌이다”면서 “이번 대표팀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것도 안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WBC에서도 우리보다 전력이 강한 일본을 두 번이나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베이징 올림픽 1차예선에선 김경문-선동렬-김광수-김기태 코칭스태프가 냉정한 판단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만과의 서전을 이기면 선수들은 다음 날 일본전에서 기대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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