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롯데 신임 노수덕 감독님, ‘환영합니다!’
OSEN 기자
발행 2007.11.30 09: 39

노수덕.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지휘봉을 잡은 신임 제리 로이스터(55) 감독의 한국 이름(?)이다. 이 이름은 롯데 구단이 로이스터 감독을 새 감독으로 발표한 기사에 한 누리꾼(myvody)이 작명, 댓글로 알린 것이다. 재치가 발랄하다.
우리 팬들은 과거에도 외국인 선수나 감독에게 한국식 이름을 지어 부른 적이 있었다. 2002년 축구 월드컵 한국대표팀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는 희동구라는 애칭을 가졌고, 두산 베어스의 다니엘 리오스(35)는 KIA 시절 누리꾼으로부터 이오수라는 이름을 얻었다.
남자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에서 뛰다가 11월 초에 퇴출당한 케빈 오엔스(27)는 워낙 경기를 못해 팬들로부터 오웬수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팬들의 기발한 작명 실력은 알아줘야 한다. 앞으로 롯데 로이스터 감독을 ‘노수덕 감독’이라고 부른다면, 야구 팬에게 다가가기 쉽고 한결 친근함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술 더 떠 한자 이름을 병기한다면 노수덕(盧修德)이라고 하면 어떨까. ‘덕을 닦는다’는 뜻이니까 그리 나쁠 것도 없을 것이다.
롯데 구단의 관계자는 로이스터 감독의 애칭을 ‘제일호’로 정했다고 전해왔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만년 하위권에 처저 있는 팀 성적을 제일로 끌어올려달라’는 기대와 희망이 담겨 있는 애칭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이같은 작명은 구한말 기독교 선교사들이 선구자였다. 서울새문안교회를 세우고 YMCA를 창립한 언더우드는 원두우(元杜尤), 배재학당 설립자인 아펜젤러는 아편설라(亞扁薛羅)로 표기했다.
1905년 이 땅에 야구라는 스포츠를 처음으로 들여왔던 필립 질레트는 길례태(吉禮泰)로 불렀다.
롯데가 메이저리그(밀워키 브루어스) 감독 출신인 로이스터 씨를 감독으로 영입한 데 대해 팬들은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폄하하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큰 물에서 놀던 사람이니 롯데 구단은 물론 국내 야구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크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올해 12개 구단 가운데 4명이 외국인 감독이었다. 지바 롯데 마린스의 바비 밸런타인(57)을 비롯 니혼햄 파이터스의 트레이 힐만(44. 올해 퍼시픽리그 우승 후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으로 이적), 오릭스 바펄로스의 테리 콜린스(58),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마티 브라운(44) 감독이 그들이다.
이들은 메이저리그 물을 먹은 지도자들이지만 일본 무대에서는 일본식 ‘스몰볼’접목에 성공,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특히 밸런타인과 힐만 감독의 경우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한국 프로야구는 부산을 본거지로 한 롯데와 광주에 자리잡고 잇는 KIA의 부활이 절실하다. 두 구단이 쌍끌이 흥행에 나선다면, 야구 부흥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런 점에서 롯데 로이스터 감독의 바람몰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제 로이스터 감독을 노수덕 감독으로 바꿔 부르기로 한다. 노수덕 감독은 2002년에 메이저리그 밀워키 감독을 지냈다. 롯데 구단의 발표에 따른다면 그의 계약기간은 2년(2008년~2009년, 계약기간 안에 옵션 달성시 2010년 계약은 2009시즌이 끝난 후 재논의 하기로 합의함)이고 총액 75만 달러(사이닝보너스 2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에 계약했다.
노수덕 감독은 과거 메이저리그 선수로 1000안타 이상을 기록할 만큼 선수로서도 활약했고 열정적이고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선수들로부터 신뢰가 두터웠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롯데 구단의 보도자료).
11월 26일 일시 입국했던 노수덕 감독은 “야구수준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한국프로야구 최고인기구단인 롯데 자이언츠 감독직을 맡게 되어 기쁘며, 지바롯데 마린스의 발렌타인 감독 등 외국인 감독도 동양야구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부터 준비를 철저히해 롯데가 강팀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에게 걸린 기대치는 높지만 2년이라는 잛은 기간에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롯데 구단은 ‘옵션 달성시’2년 뒤 재계약 논의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 옵션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아마도 성적 순위일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롯데 구단은 ‘전임 강병철 감독의 후임으로 국내외 많은 후보군들에 대한 검증과정을 거쳐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으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로이스터 씨를 최종 낙점했다’고 새 감독 선임 배경을 알렸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시일을 허비한데다 일부 수도권 구단의 코치들에게 ‘입질’, 불필요한 오해와 잡음을 낳은 것은 전통을 지닌 구단으로서 잘 못한 일이다.
과연 노수덕 감독이 한국야구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대부분의 롯데 팬들은 그의 영입에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가 불리한 여건을 딛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내년 시즌 프로야구 관전의 한 가지 흥미로운 요소가 되겠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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